58호 2017년 3월호 살림,살림

[ 농자천하지대본 ]

가격과 품질에 길들여지지 않고

글 장경호

농업은 우리 삶의 근본. 매달 한국 농업 농촌 이슈를 살펴보고, 더 나은 농업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본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는 가격과 품질을 기준으로 상품을 선택하라고 가르친다. 여기서 품질이란, 먹거리에선 위생, 신선도, 맛, 빛깔, 영양 성분, 건강 효과 등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모두 포함한다. 그래서 현재 조건에 가장 적합한 가격과 품질을 갖춘 먹거리를 선택하는 소비자를 현명한 소비자라고 칭찬하기도 한다. 가격과 품질을 기준으로 하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전적으로 맞는 말도 아니다. 가격과 품질은 먹거리를 선택하는 여러 기준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일부만을 끊임없이 반복해 강조하는 건 일종의 세뇌로 작용한다. 이러한 세뇌 행위의 연장선으로, 국내산보다 더 깨끗한 환경에서 재배하여 품질이 더 나은 수입산이 있으니 굳이 원산지를 따지지 말고 가격과 품질만 보고 먹거리를 고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아무리 깨끗한 환경에서 재배된 것이라도 수입 농축산물은 기본적으로 생태계의 물질 순환을 파괴하는 것이다. 또 장거리를 이동하면서 더 많은 화석연료를 소비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환경에 부담을 주고 지속가능성을 해친다. 우리가 가까운 먹거리를 강조하는 이유는 환경과 생태적 요인을 먹거리를 선택하는 주요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수입 농축산물은 사회 경제순환도 파괴한다. 농축산물 소비자가 지불한 돈은 생산자의 주머니를 거쳐 다시 우리 주변의 가게와 식당, 미장원과 영화관, 버스와 철도 등으로 끊임없이 돌고 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지불한 농축산물 값이 다시 그 소비자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고,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승수효과도 발생시키면서 경제 규모를 키운다. 그러나 수입 농축산물에 지불하는 돈은 국외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순환되거나 승수효과를 끼치지 않는다. 한국이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아 수출 대국으로 성장하였지만 양극화와 빈곤화가 더 심해지는 까닭은 수출과 내수의 균형이 무너지고 경제순환이 파괴되면서 경제적 부가 수출 재벌과 대기업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재벌 개혁을 하자는 근본 취지는 경제순환을 회복하고 불균형과 격차를 줄여 한국이라는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살자는 의미이다. 골목 상권과 재래시장을 살리자고 하는 것도, 국내산 농축산물 소비를 강조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자본과 시장은 더 많은 이윤과 권력을 갖기 위해 끊임없이 우리를 고립된 개체이자 이기적 소비자로 길들이려고 한다. 가격과 품질로 세뇌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목적에 부합한다. 그러나 우리는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서, 길들여지기를 거부하고 생태와 환경은 물론 사회적 관계까지 고려하여 깨어 있는 소비를 실천할 수 있다. 이는 먹거리를 소비할 때 사람까지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으로부터 출발한다.

 

 

↘ 장경호 님은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으로 한국 농업과 먹을거리 정책을 연구, 실천해 오고 있습니다.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17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