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호 2017년 2월호 살림,살림

[ 살림의 현장-농촌과 도시, 먹거리와 사람을 잇는 플랫폼에서 ]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글 이선미 편집부

오늘날 생산자와 소비자는 어떻게 연결되고 있을까? 지난 1월 18~19일 서울특별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마르쉐@, 서울연구원 주최로 열린 ‘사회적경제 해외 혁신가 국제포럼 - 농촌과 도시, 먹거리와 사람을 잇는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서’는 이러한 물음에 조금이나마 답을 얻는 자리였다. 푸드어셈블리, 아오야마파머스마켓, 다베루통신의 사례를 통해 해외 먹거리 플랫폼의 현주소를 살짝 들여다보았다.

 

 

‘사회적경제 해외 혁신가 국제포럼 - 농촌과 도시, 먹거리와 사람을 잇는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서’(포럼)는 하승창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기조 강연으로 시작됐다. 그는 “도시 소비자가 농민과 손잡는 것이 먹을 권리와 생태계를 위한 진정한 대안”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도시농업과 시민 시장을 통해 건강한 먹거리 생산·소비와 도농 상생을 꾀하는 서울시의 계획을 발표했다. 그 뒤 세 먹거리 플랫폼에 대한 강연 및 심층 간담회가 이어졌다.

 

 

새로운 먹거리 플랫폼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포럼 현장 분위기는 매우 뜨거웠다.

 

 

푸드어셈블리: 인터넷 기술에 기반한 지역 먹거리 공동체
먼저 2011년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현재 유럽 9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푸드어셈블리’의 마크 데이비드 촉론 대표가 발표자로 나섰다. 푸드어셈블리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인터넷 플랫폼으로, 누구나 쉽고 효율적으로 먹거리를 이용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더 나은 방식으로 음식과 연결되도록 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푸드어셈블리의 특징 중 하나는 ‘호스트’라는 존재다. 지역에 사는 누군가(호스트)가 푸드어셈블리에 지역 플랫폼을 요청하면 푸드어셈블리에서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통해 호스트는 지역 생산자와 회원(소비자)을 모아 공동체를 운영한다. 호스트는 지역 생산자가 생산하는 먹거리 목록을 만들어 회원들에게 사전 주문을 받고, 매주 생산자와 회원 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여 회원들이 자신이 주문한 먹거리를 가져가게끔 한다. 각 공동체에서는 150mil(약 241㎞) 이내에 있는 먹거리를 사고팔 수 있다. 생산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판매 가격을 정할 수 있는데, 회원들이 물품 값을 지불하면 호스트와 푸드어셈블리에 각각 세전 매출액의 8.35%, 합
해서 16.7%를 수수료로 낸다. 호스트는 들인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고, 푸드어셈블리는 기업으로서 이익을 내는 셈이다.
푸드어셈블리에 대해 허남혁 지역재단 먹거리정책교육센터장은 “대안 먹거리를 공급해 온 기존의 생협, 꾸러미, 직거래 장터를 영리하게 융합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마크 대표는 “프로젝트 시작 당시 많은 농부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직거래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다면서, “공동체 개념을 통해 주문이 30건 들어와도 농부는 한 번만 오면 되고, 되도록 많은 매출액을 가져가도록 한다”고 했다. 또 “농부가 다 하기 어려운 마케팅이나 영업 관리를 호스트가 함으로써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푸드어셈블리에서 운영하는 사전 주문 웹페이지와 생산자 소개 웹페이지. 생산자와 회원은 매주 정해진 장소에서 먹거리를 주고받는다.
사진 출처: 푸드어셈블리 누리집(thefoodassembly.com)

 
한편 김신양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 부회장은 푸드어셈블리를 프랑스의 직거래 운동 단체인 아맙(AMAP)과 비교하여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김신양 부회장은 “아맙에서는 매출액이 100% 생산자에게 다 가지만 푸드어셈블리는 세금을 더하면 매출액의 약 20%를 떼는 것”이라며 해당 금액은 결국 “생산자나 소비자가 부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렇게 가격 측면에서는 이점이 없는 데도 생산자가 푸드어셈블리에 판매하고자 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마크 대표는 “소농에는 아맙과 같은 직거래 형태가 최선일 수 있지만 모든 농가에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다양한 농부가 대중에 광범위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을 푸드어셈블리의 장점으로 꼽았다. 아울러 “생산자 스스로가 어떤 플랫폼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지 선택할 수 있어야 농업도 유통도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과 자본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이를 잘 활용하는 게 푸드어셈블리의 목표이며 “이것이 새로운 세대가 추구하는 것”이라는 마크 대표의 말이 푸드어셈블리를 단적으로 말해 주는 듯했다.

푸드어셈블리 thefoodassembly.com

 

 

아오야마파머스마켓: 농부와 도시민이 만나는 젊은 시장
두 번째로 일본 도쿄에서 ‘아오야마파머스마켓’이라는 농부 시장을 운영하는 다나카 유스케 미디어서프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이 발표했다. 2009년 ‘도시 생활자와 농가의 대화를 촉진하여 생활을 다시 생각하는 플랫폼’으로 시작한 아오야마파머스마켓은 매주 토·일요일에 열리는데, 현재 하루 2만 명 이상이 모일 정도로 성장했다고 한다. 출점자 중 30~40%는 농부이고 나머지는 가공품 또는 요리를 판매하는 사람이다. 때때로 커피, 빵, 술(사케), 발효 식품 축제를 열기도 한다.

 


아오야마파머스마켓을 관통하는 단어는 ‘들’이라는 뜻의
일본어인 ‘노라’이다. 다나카 부사장은 “우리의 모든 중심에는 농(農)이 있다”면서, 가격 경쟁력보다 농부와 이야기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채소 자체와 채소의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우리 시장이 좋다”는 것이다. 또 시장 안팎에서 더 많은 사람이 연결되고 소통하게끔 하고자 <노라>라는 잡지도 내고 있다고 한다.
다나카 부사장은 “아직 햇병아리 단계지만 꾸준히 지속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가는 게 목표”라며, “우리는 젊고 바보스럽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이 말에 아오야마파머스마켓의 가장 큰 힘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아오야마파머스마켓 farmersmarkets.jp

 


다베루통신: 생산자와 소비자가 읽고, 먹고, 연결되는 잡지
마지막으로 발표한 ‘다베루통신’의 다카하시 히로유키 (사)일본 다베루 통신리그 대표이사는 지역 의회 의원으로 일한 적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다베루’는 ‘먹다’라는 뜻의 일본어로, 다베루통신은 먹거리가 부록으로 따라오는 잡지를 표방하며 도시와 지역의 경계를 없애고 연결시키기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 가고 있다. 다카하시 대표이사는 “지역이 몸통이고 도시가 머리라고 한다면 일본은 머리만 커져서 비틀대는 상황”이라며, “양쪽의 균형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동북 지역에서 시작되어 현재 37개 지역으로 확대된 다베루통신은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시작됐다. 피해를 입은 농촌 지역을 도우러 간 도시민들이 자신이 먹는 먹거리가 생산되는 과정과 생산자를 직접 보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대하게 된 데서 착안했다는 게 다카하시 대표이사의 말이다.

 


2013년 창간된 <동북 다베루통신>의 경우 구독료는 월 2천580엔(약 2만 6천500원)으로 월간지와 특집 기사에 나온 먹거리로 구성된다. 부록으로 나가는 먹거리 단가는 600엔(약 6천200원)에 맞추는데, 6개월 이상 유지하는 독자 비율이 90% 이상이라고 한다. 독자 상한선은 1천500명으로 그 이상으로는 독자를 늘리지 않고 있는데, 매월 특집 기사에 나온 생산자 1명이 제공할 수 있는 먹거리 양이 최대 1천500명분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독자를 늘리려면 한 생산자에 대한 지면이 줄고, 그렇게 되면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생산자 입장에서 소비자의 얼굴이 보이는 관계는 이 규모 이상에서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다카하시 대표이사는 “독자들이 읽고 나서 생산물에 공감하면 단계별로 참여가 일어난다”면서 “1단계는 생산자와 연결되어 있는 페이스북에 글 남기기, 2단계는 생산지 견학하기, 3단계는 생산 현장에서 같이 일하기”라고 했다. 지역마다 잡지의 성격과 발행 방식은 다르지만 도시와 농촌을 연결한다는 목표는 같다고 한다.
“읽고, 먹고, 연결한다”는 다베루통신은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운동인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에서 땅 지(地) 자를 알 지(知) 자로 바꾸어 쓰고 있었다. 아는 사람이 만들고 아는 사람이 소비하는[知産知消] 창구로서 먹거리의 가치를 높여 가는 행보가 지속됐으면 한다.
다베루통신 taberu.me

 

 

서울 사회적경제 포털(sehub.net)에서 해당 포럼 자료집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