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3호 2008년 겨울 편집자의글

[ 살림의 경제 - 여는 글 ]

21세기 세계공황, 상생의 경제모형은?

글 다다 칫따란잔아난다

 

미국의 금융시장 붕괴로 지난 수개월 간 국내외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이다. 미국에서는 흑인 대통령이 선출되는 그야말로 기적을 이루었으나, 이런 역사적인 대변화 조차 주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과거 미국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제너럴 모터스(GM)나 포드(Ford) 자동차의 파산 가능성과 그 구제 방안을 논의하는 등 사회전체가 온통 어두운 경제 이슈로 가득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대중매체가 거의 매일 암울한 경제 상황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요즘 서민들의 삶이나 경제지표들이 10년 전 IMF 구조조정 때보다도 더욱 어렵다고 하는 말은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서, 놀랍고 걱정되기보다는 오히려 식상할 정도가 되었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앞으로도 전혀 개선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다. 사실, 지나치게 수출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세계의 실물경제는 물론 환율 및 금융시장의 불안정으로 인하여 정부나 개인 모두가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책인지에 대해서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이다. 이와 같이 명확한 대응책을 강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앞으로의 경제 전망도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이미 대공황에 들어선 세계경제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선택의 여지가 매우 제한되어 있지만, 그럴수록 원인을 깊이 살펴보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극심한 경제불황의 원인을 기존의 경제이론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살펴보고,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를 간략하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필자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이미 세계적인 경제 대공황의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갤브리드는 그의 책 「1929년의 대파국(The Great Crash 1929)」에서 “1929년에 시작된 대공황의 경우를 보면…(중략) 대부분의 경제 비전문가, 경제관료, 후버 대통령은 물론 어빙 피셔 같은 세계적인 경제학자와 하버드 경제학회조차도 대공황의 발생을 1929년의 주식시장 붕괴 이후 몇 달이 지난 다음 또는 심지어는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인정하는 정도였다…(중략) 이와 같이 현재 역사적으로 명백히 받아들이는 사실이 당시에는 상당한 기간이 지나서야 받아들여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수개월 간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물시장의 급격한 냉각과 주가의 폭락, 환율 불안정의 폭을 감안하면, 현재의 상황은 이미 경제 대공황으로 진입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과 중국 및 인도 등 거의 전 세계에서 주가가 거의 반 토막이 났는데, 이것은 1929년의 대공황의 경우보다도 그 진행 속도가 훨씬 빠른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공황이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말이 아닐까?

 

 

인간의 행동양태 및 집단의식의 흐름을 연구했던 영적사상가이자 경세가인 사카르(P. R. Sarkar)는 경제 대공황의 원인으로 부의 극단적인 편중과 화폐(통화)의 순환장애를 들고 있다. 먼저 부가 편중되면 금융을 중심으로 한 투기부문은 점차적으로 과열되는 반면에 고용효과가 큰 실물부문은 일반대중의 구매력 위축으로 부진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부가 편중되면 그만큼 경제 전체로 볼 때에는 실물시장의 소비수요가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소위 경제의 순환작용이 왜곡되어 극도로 거품화된 금융부문이 더 이상 지탱할 수 없게 된다.

 

 

또한, 금융시장에 투기 가능성이 확대되면 사회의 정서가 일확천금 풍조로 흐르게 되어 화폐가 비생산적인 투기부문에 집중되어 생산부문에서는 화폐의 유입장애가 일어나게 된다. 즉, 화폐는 생산을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워지고 실물시장의 상품과 서비스 거래가 위축되면서 생산은 물론 생산물에 대한 수요와 고용이 줄어든다.

 

 

이러한 사카르의 대공황 이론을 염두에 두고 세계경제의 흐름을 살펴보자. 한마디로 부의 극단적인 편중과 화폐의 투기부문 집중현상은 1980년대 레이건의 ‘부자 위주 경제정책’과 함께 시작된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부터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등에 업고 급속도로 심화되어 왔다. 예를 들면, 1994년 미국의 최고 임금소득자는 모턴 인터내셔널 CEO로서 2천9백만 달러를 받았는데 이는 미국 4인가족 최저생계비의 무려 2천여 배에 이르는 액수이다. 그러나 이 소득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어, 2006년에는 애플컴퓨터의 CEO가 약 6억 5천만 달러를 받았는데 이는 애플사 초임의 3만 배를 넘는 것이다.

 

 

이러한 부의 편중과 아울러 화폐의 실물 생산부문에 유통 장애도 수반되었다. 1971년에는 국제 간 금융거래액 총액 중 90%가 무역결제나 직접투자와 같은 실물경제를 가동시키는 부문에서 발생한 반면, 10%만이 투기적인 거래였다. 그러나 1995년에는 투기적 거래의 하루 이동량이 G-7 국가의 외환보유액 전체를 초과하는 규모이며, 금융거래액 총액의 95%에 달했다. 이 같은 추세는 2000년대에 와서는 더욱 심화되었다. 특히 단기 투기성 자금들이 결집되어 만들어진 대규모 자금인 헷지펀드는 자기자금의 수십 배까지 되는 큰 규모의 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헷지펀드의 운용자금과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왔다. 그리고 이 헷지펀드는 금융시장의 개방조류를 타고 각국을 넘나들면서 금융투기를 자행해 왔다.

 

 

이상에서 볼 때에, 세계적인 부의 극단적인 편중과 화폐의 실물부문 유통 장애는 이미 수년 전부터 세계적인 경제공황을 가져오기에 충분한 정도가 되었다고 본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건은 경제공황을 촉발시키는 방아쇠의 역할을 했을 뿐이다.

 

 

공황을 극복할 사회적 대응책, 프라우트

 

 

사회적인 차원에서의 장기적이며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대공황의 원인인 부의 편중을 막고, 화폐를 생산부문에서 원활하게 유통시키는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같은 자본주의의 병폐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대안적인 장치를 사회적, 나아가서는 세계적인 합의를 통해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카르는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제도로 ‘진보적활용론(PROUT: Progressive Utilization Theory)’을 주창했다.

 

 

그의 프라우트(PROUT)의 기본적인 핵심 원리는 부와 소득의 상한선을 사회적인 합의 하에 정하며, 사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인간다운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의, 식, 주, 의료, 교육을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핵심적인 원리를 통해 부의 편중을 막는 동시에 일에 대한 인센티브를 유지시킬 수 있으며, 사회의 연대감을 지탱할 수 있는 것이다.

 

 

프라우트는 대중의, 대중에 의한, 대중을 위한 하나의 역동적인 경제를 제안하고 있다. 프라우트의 경제적 민주주의는 기업경영에 협동조합 운영방식을 결합하여 대중들에게 힘을 부여하고 있다. 경제적 민주주의는 동시에 의사결정권을 지역으로 분산시켜 대중들 스스로 지역 경제의 운영 방식을 선택할 권리를 부여한다.

 

프라우트는 경제적 민주주의가 성공하기 위한 네 가지의 선행조건을 명시하고, 그것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경제 구조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삶의 최저생계에 필요한 것들이 모든 개인에게 주어져야 하며, 이로서 모든 이들은 가난과 궁핍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해방하게 된다. 두 번째는 대중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능력을 점진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것인데, 왜냐하면 사람들은 그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가진 구매능력을 측정해 생활수준과 경제의 진정한 상태를 올바르게 평가한다. 그러므로 그들의 구매능력인 소득은 증가되어야만 한다. 이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특정 지역의 원자재, 농산물, 기타의 자원들이 그 원산지에서 멀지 않은 지역에서 가공되고 정제되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자체 기술력과 제조과정에서 얻게 되는 개선책들은 각 지역에서 지역주민들에게 혜택을 주게 될 것이다. 이러한 지역 중심적 제도는 각 지역에 완전고용을 가져오고, 모든 이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것이며, 한편으로는 재화와 자본의 흐름을 지역으로 분산시킬 것이다.

 

 

세 번째 요건은, 지역 주민들이 그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경제적인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권리를 가져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외부 사람들이 지역경제의 안건들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간섭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외부인들에 의한 토지와 자원의 소유를 금하고, 일정 지역에서 거두게 된 이윤은 외부로 빠져나가거나 유휴성 축적이 되지 못하도록 하며, 그 지역에서 생산적인 사업에 재투자되도록 해야 된다. (프라우트의 보다 자세한 내용은 「건강한 경제모델 프라우트가 온다(2008년, 물병자리 출판)」를 참조)

 

 

개인이 경제공황에 대처하는 자세

 

 

위에서 언급한 사회적인 대응책은 근본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헌법의 개정 등을 포함한 사회적인 합의를 얻어내야만 하는 것이므로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황적인 경제 상황에 대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지역사회 봉사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는 캘리포니아 엘세리토(El Cerrito)시의 시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마크 프리만(Mark Friedman)은 다음과 같은 공황 대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 단순한 삶을 살아라!

 

오직 자신과 가족에게 꼭 필요한 것만을 구매할 것

사용하지 않고, 원하지 않고, 필요로 하지 않는 물품을 없앨 것

비물질적 행복과 가족들의 함께함을 강조할 것

 

 

둘, 경기침체와 불황에 대응할 직업을 탐색하라!

 

어떠한 경제 하강기에도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적 안정도가 높아지는 분야가 있다. 이와 같은 안정성을 보다 많이 제공할 수 있는 직업 종류들은 다음과 같다.

 

· 공무원 : 국가의 세수가 줄어들어 전반적으로는 공무원 감원의 가능성도 있지만, 늘어나는 실업자들과 빈곤층들의 문제를 다루는 건강 및 복지서비스 분야의 공무원 수요는 크게 늘 것이다.

 

· 수리 상점 : 자동차, 컴퓨터, 음향기기, 가구, 의류, 기타 가재도구들의 신품을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다. 그 결과 이들 품목의 수리상점은 호경기를 맞을 것이다.

 

· 중고상점 및 위탁판매상점 : 신품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중고상점들은 잘될 것이다. 위탁판매업이란 물건을 팔려는 사람들이 먼저 맡기고 나서 판매된 후에 물품대금을 회수하므로, 재고비축 비용이 들지 않아 사업을 시작하는 데 자본이 덜 들 것이다.

 

· 교육부문 : 실직한 많은 사람들이 재취업에 유리하도록 더 많은 능력을 쌓기 위하여 배움의 터전으로 돌아온다. 그러므로 돌아오는 학생들에게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와 트레이너들에 대한 수요가 예상된다.

 

 

셋, 협동조합 및 지역사회에서 봉사하라!

 

생산자 및 소비자 협동조합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생산농가는 그들의 생산품에 대한 적정한 가격을 받기를 원할 것이고, 도시 거주 소비자들은 높은 식품 가격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많은 기업들이 도산할 것이기 때문에 도산 기업의 피고용자들에게 노동자가 직접 기업을 관리하는 전략으로 기업을 살리는 방법을 자문해줄 수 있는 협동조합 전문가들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다. 지역공동체 전문가, 약물중독 재활 프로그램, 위기관리 센터 등 지역사회에서 이웃 간의 사회그물망을 개선할 수 있으며 지역사회를 지지하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다.

 

 

넷, 잠재적 소득원을 다양화하라!

 

경기 하강 국면에서 주수입이 타격을 받게 되는 경우에, 그 전에 다른 추가적 소득원을 개발해 두었더라면 주수입 감소로 인한 역경을 훨씬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잠재적 추가 수입원으로서 모색해 볼 수 있는 분야는 다음과 같다.

학교로 돌아가서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를 고칠 수 있는 것과 같은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기술을 배운다.

파트타임 직업을 모색한다. 경기 침체기에 주된 직업을 잃게 되면, 파트타임 직업이 주 수입원이 될 것이다.

 

나중에 소득을 창출하는 활동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취미나 기호를 염두에 둔다.

 

 

다섯, 지역공동체를 개발하고 강화하며,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라!

 

경제적 어려움은 가정과 마을이 그 같은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 단합할 수 있는 매우 훌륭한 기회를 제공한다. 반면에 함께하는 데 실패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스트레스가 부조화와 충돌을 일으키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가정과 마을의 삶에서, 경제 불황은 당신의 모든 내적 힘을 테스트할 것이며, 지니고 있는 모든 내적 자원을 꺼내어 쓰도록 요구할 것이다. 사랑, 자비, 감성적 건강, 원만함, 친절함은 그것들이 사용될 때 더욱 자라나게 되는 보물들이다. 어떤 이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더욱 두려워하고 탐욕적으로 반응을 한다. 그 같은 반응은 자신과 가정 그리고 마을에 해로운 행위가 될 것이다.

 

 

 

 

글을 쓴 ‘다다 칫따란잔아난다’ 는 서강대학교와 미국의 메릴랜드 대학(경제학박사)을 졸업한 후 성공회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에서 사회복지 관련 연구를 했다. 2001년에 아난다마르가의 출가수행자가 된 이후, 아시아 지역에서 명상과 자연건강법을 보급했다. 2008년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을 비판하고, 건강한 경제모델을 제시한 책 <건강한 경제모델 프라우트가 온다>를 국내에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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