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호 2017년 2월호 살림,살림

[ 농자천하지대본 ]

친환경농업이 무너지고 있다

글 장경호

농업은 우리 삶의 근본. 매달 한국 농업 농촌 이슈를 살펴보고, 더 나은 농업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본다.

 

“친환경농업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은 엄살이 아니라 실제로 보이는 추세다. 친환경 농가 수와 재배면적 그리고 생산출하량 모두 2009∼2010년 정점을 찍은 뒤 일제히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0년 이후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라는, 친환경 농산물 소비가 늘어나는 중요한 요인이 있었는데도 전체 친환경 농산물 소비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친환경농업과 관련한 다양한 지표를 보면 대체적으로 2006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은 저농약 인증이 폐지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유기 및 무농약 인증 농산물 소비도 2013년부터 감소 추세로 바뀌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한살림을 비롯한 생협, 전문 판매점, 대형마트, 직거래 등 모든 친환경 농산물 유통 경로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오직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친환경 농산물 소비만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친환경 농산물 소비에서 학교급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기준으로 31.5%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친환경 농산물 소비가 무너지는 직접적인 이유가 중산층의 구매력 약화 때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2000년대 후반까지 친환경농업이 빠르게 확대되는 데에는 건강과 안전에 관심 있는 중산층의 ‘현명한 소비’가 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장기 불황과 사회 양극화로 중산층이 가격을 중요시하는 ‘효율적 소비’의 비중을 늘리면서 개별 가계의 친환경 농산물 소비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 점이 친환경농업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근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개별 가계의 친환경 농산물 수요 감소는 구조적 요인이기 때문에 홍보나 교육 또는 캠페인을 통해서 소비를 늘리기에는 한계가 너무나 뚜렷하다. 건강한 먹거리, 믿을 수 있는 먹거리의 큰 축을 담당하는 친환경농업이 무너지는 만큼 우리 밥상의 위험도 커지게 된다. 로컬푸드, 슬로푸드 등 대안이 확대되고 있다지만 친환경농업의 감소세를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
개별 가정이 밥상살림을 온전히 책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사회와 공동체의 책임과 역할을 늘리는 대안이 모색되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고등학교까지 친환경 무상급식을 확대하고, 학교 이외 공공급식에도 친환경 농산물을 포함하여 믿을 수 있는 먹거리 비중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장애인복지시설, 노인복지시설 등 먹거리 소외 계층에 대한 급식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한살림을 비롯한 여러 생협 차원에서 먹거리 소외 계층과 적극적으로 나눔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친환경농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와 내 가족의 밥상뿐만 아니라 이웃의 밥상도 함께 살리는 활동을 더욱 고민했으면 한다.

 

 

↘ 장경호 님은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으로 한국 농업과 먹을거리 정책을 연구, 실천해 오고 있습니다.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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