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호 2017년 1월호 살림,살림

[ 1월의 문화 나들이 ]

아, 인생이여

글 안태호 편집위원

소시민의 꿈과 잔인한 현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세일즈맨의 죽음>은 1949년 발표된 현대 희곡의 거장 아서 밀러의 대표작으로, 퓰리처상과 토니상 등을 받은 미국 연극의 걸작으로 꼽힌다. 대공황의 여파가 남아 있는 미국을 배경으로 소시민의 허황된 꿈과 잔인한 현실을 그렸다.
30년을 외판원으로 살았지만 안정적인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채 점점 한직으로 밀려나는 가장 윌리는 큰아들 비프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비프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낭만적인 꿈에 진저리를 치며 사사건건 윌리와 다투기만 한다.
창작된 지 반세기가 훌쩍 넘었지만, 작품은 여전히 큰 울림을 남긴다. 특히 아버지의 과도한 기대와 엇나가는 아들이라는 주제는 한국의 부자 관계를 염두에 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좋았던 옛 시절을 떠올리는 건 만국 공통이지만, 50년 전의 미국 자본주의도 그리 자비롭진 않았다.
평생을 회사에 헌신했지만 쫓겨나고 마는 윌리, 이렇다 할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변두리를 전전하는 비프, 각종 보험료와 할부금에 진저리를 내는 윌리의 아내 린다까지 다양한 층위의 절망들이 겹쳐 자본의 냉정함과 시대의 우울을 그려 낸다. 윌리는 결국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꿈이자 지독한 현실인 비프에게 사업 자금을 남겨 주기 위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시간 순서에 따라 사건을 배치하는 게 아니라 윌리의 회상이 현실에 틈입하는 방식으로 꾸미는 무대가 흥미롭다. 윌리 역에 이순재, 린다 역에 손숙 등이 출연한다.

 


1월 13~14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 문의 042-270-8333. 2월에는 경기 수원과 의정부, 울산, 경북 경주 등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집시의 희로애락을 담아낸 특별한 시선
전시 <요세프 쿠델카 집시>

 

“나의 사진들은 내가 매일매일 자는 곳이고 먹는 방법이고 나와 함께 있는 것이다. 나의 사진들은 일기는 아니지만 세계 속 내 자신의 투영물이다.” - 요세프 쿠델카
1968년 소련의 탱크가 체코 프라하 광장으로 밀고 들어오는 급박한 순간, 광장과 손목시계를 한 화면에 담아낸 사진가가 있었다. ‘프라하의 봄’이라는 시대적 사건의 시공간이 절묘하게 섞여 들어간 이 작품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 중 하나로 꼽힌다.
체코 출신 거장 요세프 쿠델카의 첫 국내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은 그가 1960년대와 1970년대 초에 걸쳐 촬영한 집시 연작 111점이다. <집시>는 그의 첫 사진집 제목이기도 한데, 이 책은 1975년 출간된 뒤 한국 사진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방랑하는 집시의 삶과 죽음, 희로애락의 다양한 장면을 담담하게 보여 준다. 작가 스스로도 체코를 떠나 오랫동안 무국적자로 방황했던 터라 자의식과 애정이 묻어난다는 평이 많다.
이번 전시 이후로는 한국에서 요세프 쿠델카의 집시 작품을 보기 어려울 것이다. 작품 관리에 유난히 까다롭기로 알려진 작가가 전시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의 첫 전시이자 집시 이미지를 선보이는 마지막 전시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미지 제공: 한미사진미술관


4월 15일까지, 서울 한미사진미술관, 문의 02-418-1315

 

 

↘ 안태호 님은 문화정책과 기획 영역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삶과 예술이 만나 섞여 드는 과정에 관심이 많습니다.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협동조합 이사를 맡고 있으며, 만화를 보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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