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호 2017년 1월호 [특집] 특집-살리는 말

[ 서울 봉원마을 공중전원소 ‘솔라카페' ]

우리 마을 버스정류장은 햇빛발전소

글 _ 사진 박활민

서울 서대문구 봉원마을 한 버스정류장에 햇빛발전 카페가 생겼다. 친환경 마을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마을카페 체화당의 소모임 ‘마디마디’ 회원들이 기획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가며 만들어 낸 공중전원소 ‘솔라카페’ 프로젝트의 현장.

 

 

햇빛발전과 마을 공동생활 공간의 만남
도시에 이웃과 생활을 같이 나눌 공간이 얼마나 있을까? 예전 마을 빨래터에서 같이 빨래를 하며 서로 고민과 즐거움을 나누었듯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마을 이웃과 만나고 대화를 나눌 ‘공동생활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 또 그것이 현대의 생활방식과 어울리는 것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공중전원소’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공중전원소에서는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기로 불도 밝히고 전기포트를 이용해서 ‘허브티 타임’도 가지고 마을장터가 열릴 때는 커피를 만들어 팔면서 그 옆에서 햇빛발전 워크숍도 열 수 있다. 이런 공동생활 공간 만들기에 대한 고민은 2015년 마을카페 체화당과 함께 마을 만들기 활동을 같이하면서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모여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고 동네 활동도 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어 보자고 일요 목공 워크숍 ‘빠레트선데이’를 시작했다. 버려진 폐목재를 수거해서 생활 목공기술을 배우는 수업으로, 처음에는 체화당 앞마당에서 하다 지금은 놀이터 자투리 공간에 마을 공용창고를 만들어 하고 있다. 버려진 목재를 이용하니 재료비가 들지 않아 좋았다. 기초 기술을 1년여 배우다 보니 동네에 필요한 의자나 탁자 정도는 자신 있게 만들게 되었다.
그러던 중 대안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는 ‘루트에너지’라는 곳에서 태양광패널 125W짜리 2개를 기부했다. 이것으로 무얼 할까 고민하다 동네 마을버스 정류장에 햇빛발전으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버스를 기다리는 공간을 만들자고 의견을 모아 마디마디 모임을 꾸렸다. 이 기획으로 ‘서울속 마을여행지원사업’에 응모하여 제작비를 지원받았다.

 

 

‘맨땅에 헤딩’하며 햇빛발전 시스템을 배워
나무집 구조 설계는 내가 담당했지만 태양광패널의 기술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우리 중에 아는 사람이 없어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강의도 듣고 회원들끼리 정보를 찾았다. 지인이나 관련 업체에 물어보면서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시행착오가 예상되었지만 이런 과정 속에서 하나하나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태양광패널에서 발생한 전기는 배터리로 저장해야 하는데, 처음에 12V 배터리를 주문했다. 받아 보니 ‘황산가스가 새어 나올 수 있으니 경사면이나 실내에서는 사용을 주의하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우리는 이 내용에 무척 겁을 먹고 ‘너무 위험하니 좀 더 안전한 것을 다시 찾아보자’고 반품하였다. 마침 그즈음인 2016년 10월 일본의 하나토리 마을 행사에 참여하였는데, 우리가 만들고
싶은 바로 그런 햇빛발전 장치가 그곳에 있었다. 그 장치에 쓰인 배터리의 종류를 알아내어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해 보니 ‘비황산 배터리’라고 나왔다. 그 배터리를 쓰자고 의견을 모으고 일본의 지인을 통해 어디에서 구입해야 할지 알아보았는데, 중국에서 개발한 것으로 현재 일본에는 수입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중국의 지인을 통해 알아보니 생산 회사가 망하여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럴 수가.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배터리는 주로 니켈, 카드뮴, 리튬을 사용하고, 액체황산이 들어 있는 납축전지는 전지의 1세대로 니켈, 카드뮴이나 리튬보다 성능이 떨어지고 수명도 상대적으로 짧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황산 배터리가 자동차 등에 일상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위험하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황산 배터리를 주문했다.

다른 부품들도 이런 식으로 배우며 하나하나 알아 가다 보니 시간이 꽤 걸렸지만 햇빛발전에 관하여 전반적인 지식과 이해가 깊어졌다. 특히 햇빛발전 시스템을 독립형으로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정부에서 실행하는 햇빛발전 지원사업들은 이용자가 발전장치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다 만들어진 장치를 설치만 하고 플러그를 꽂기만 하게 되어 있어 햇빛발전 시스템에 대해서 공부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고 할 때 보통의 전기 대신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소비만 하는 것보다 스스로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할 능력을 갖추어야 비로소 대안적인 생활방식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람이 있었다.
솔라카페를 만들어 설치하고 나니 동네 주민의 반응이 나름대로 뜨거웠다. 특히 어르신들이 햇빛발전 시스템이나 설치 비용에 대해 많이들 물어본다. 우리는 열심히 설명해 드리면서, 어쩌면 별거 아닌 이런 작은 시도들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관심과 대화를 끌어내어 대안 에너지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설치하고 이틀 뒤에 가 보니 누군가가 초미니 태양광발전을 이용해서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전구 장식을 해 놓아 깜짝 놀랐다.

 

 

공중전원소 솔라카페 만들기
① 바퀴를 단 철 프레임을 설계하여 철공소에 주문 제작한다. ② 철 프레임에 합판(두께 12mm)을 고정한 다음, 방수액을 바른다. ③ 창을 뚫는다. ④ 합판에 나무판을 고정한 다음, 방수액을 바른다. ⑤ 태양광패널을 고정한다. ⑥ 내부에 나무판을 붙여 가며 배터리와 컨트롤러를 설치한다. ⑦ 전원이 들어오는지 점검한다. ⑧ 간판을 설치한다(솔라카페). ⑨ 설치할 장소로 밀어서 이동한다. ⑩ 주민들이 이용한다.

 

 

 

↘ 박활민 님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연구하는 삶디자인연구소 소장으로 봉원마을 공중전원소 ‘솔라카페’ 프로젝트를 총괄하였습니다.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