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4호 2009년 봄 살림,살림

[ 살림의 소식 | '경제위기와 民의 대안' 토론회 ]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글 정규호

 


지난 3월 4일 서울 장충동 만해NGO교육센터에서 (사)한살림을 비롯한 6개 단체가 공동 주최하고 모심과살림연구소, 녹색사회연구소, 생명평화공명(준) 등 3개 단체가 공동 주관한 ‘경제위기와 民의 대안-자립과 연대의 민생경제를 위하여’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세계경제 위기와 장기적 불황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와 시장에 의존하는 방식을 넘어서 민(民)이 주체가 되어 만들고 이끌어가는 살림의 대안 경제를 함께 모색해보고자 기획되었다.


생협과 자활, 사회적기업, 지역통화, 귀농, 도시공동체 등 그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자립과 연대의 실천 영역들을 만드는데 애써 온 단체들이 함께 한 이번 토론회에는 준비한 자료집 150부가 모두 동이 날 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함으로써, 당면한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 인식과 대안에 대한 요구가 매우 절박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약 6시간동안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이야기들은 바로 ‘지역’, ‘농업’, ‘공동체’, ‘자립’, ‘연대’였다.


첫 번째 주제 ‘경제위기시대, 민(民)의 대안을 묻는다’에서는 두 가지 주제 발표가 있었다. 먼저,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는 값싼 에너지와 식량에 의존해 온 지금의 한국경제는 ‘모래 위의 성’처럼 지속불가능 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에너지 의존율 97%, 식량 의존율 75%, 대외 의존율 70% 수준인 의존형 한국경제는 위험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에너지 자원 고갈에 따른 충격도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생태순환과 자립, 자치의 원리에 기반한 지역공동체, 소농 농업경제에 기반 한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하며, 이런 흐름을 읽어내지 못하는 기존 진보개혁세력의 무능함도 강하게 지적하였다.


이어서 생명평화공명의 주요섭 씨는 지금처럼 시장도 정부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당면한 삶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호혜적 상상력을 통해 대안적인 민생경제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금의 경제구조에서 주연은 기업(시장)이고 감독은 정부(국가)이며 민초들은 자신들의 운명이 내맡겨진 엑스트라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생산, 소비, 신용을 둘러싼 과잉의 거품을 거두어 내고 국가-시장-사회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전환의 기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나아가 민(民)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삶의 경제, 살림의 경제를 위하여 ‘자립과 연대의 민생경제를 위한 호혜경제 네트워크’(가칭)를 제안하면서, 지역에서부터 이러한 논의들이 활성화 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민생경제의 대안을 찾다


두 번째 주제 ‘대안적 민생경제의 탐색’에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 온 일곱 개의 사례들을 다루었다.
첫 번째 자활운동 사례를 다룬 김정원 자활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금의 사회적 일자리와 사회적 기업이 과연 민(民)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진지한 질문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지금의 자활운동은 국가 속에 편입될 것인지 시장화의 길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진정 가난한 이들의 삶과 생활의 대안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진단하면서, 지역에서부터 신뢰와 자생력을 확보함으로써 자활운동이 민(民)의 자율적 보호망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두 번째로 실직빈곤여성의 삶과 자립의 문제를 다룬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정책실장은 그동안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민주화 되어왔지만 여성노동자들은 비정규직과 저임금의 굴레에서 별반 나아지지 못한 구조적인 문제부터 지적하였다. 이런 현실의 문제 위에 세계경제 위기가 진행되면서 그 충격이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인 여성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만큼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 대안으로 수출, 대기업, 건설, 남성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생명창조와 살림의 에너지로 충만한 여성노동자들이 지역사회에서 협동과 자치의 사회경제 운동을 펼쳐나갈 필요가 있으며, 그 한 사례로 전국가정관리사협회를 통한 비공식부문 경제공동체 건설 노력을 소개했다.


세 번째 주제인 생협의 사회적 역할 및 미래상에 대해 조완형 한살림서울 상임이사는 그동안 생산자와 소비자가 손을 맞잡고 농업과 밥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오는 과정에서 생협운동은 농촌과 환경을 살리는 생명운동으로 자리매김해 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유기농의 산업화, 공급과잉과 가격교란, 정체성 혼란과 지역사회와의 유리 등 극복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생협운동이 하나의 대안경제적 실천모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조합원을 중심에 둔 민주적인 조직운영과 함께 먹을거리를 기본으로 하되 복지, 교육, 환경, 지역자치 등 활동 소재를 다각화 하여 지역에 더욱 밀착하는 활동들을 할 필요가 있으며, 사회와 함께 식량의 자급 및 자치 운동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것을 제안하였다.


네 번째 사례로 김성훈 한밭레츠 대외협력실장은 경제공황시대의 대안으로 지역화폐의 역할을 이야기했다. 관계를 단절시키고 갈등을 유발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대안은 결국 풀뿌리 생활현장에서 파괴된 공동체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며, 그 방안으로 이자와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자유로운 지역통화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역통화는 지역의 노동과 자연자원을 외부로 유출시키면서 생태계와 공동체를 파괴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순환적이고 자립적인 경제를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그 가능성을 한밭레츠와 민들레의료생협의 경험을 통해 소개했다.


다섯 번째 발표자로 나온 김용우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 지역농업위원장은 지금의 경제위기를 자연과 민초, 공동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주문하면서 대안적인 노동을 통해 자족 자립의 공동체로 갈 것을 제안했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욕망 속에서 생태계는 물론 정규직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실업자 모두가 희생자일 수밖에 없는 만큼 근본적인 관점에서 노동의 대안을 찾아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관련해서 공동체적 소유, 호혜적 시장, 돌봄의 사회, 민(民)의 자율적 자치를 현실 속에서 가장 실현가능하게 하는 조직이 바로 협동조합인 만큼, 협동조합이 경제적 조직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어 건강한 지역공동체 조직으로 발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섯 번째 발표에서 이경란 사람과 마을 이사는 도시 속 마을 만들기의 경제적 접근을 소개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십여 년 동안 국가나 시장에도 맡길 수 없는 생활현장의 문제들을 주민들의 협동을 통해 풀어나가고자 했던 서울 성미산 마을의 경험들은 지금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호혜적인 지역돌봄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데 의미하는 바가 컸다. 특히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협력하여 관계망을 확대하면서 마을 차원에서 자금을 모아 순환시키고 생산 기반을 마련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단계적으로 ‘마을 경제’를 만들어가는 노력들은 도시 속 마을만들기 차원에서 대안적 경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 사례 발표자로 차광주 전국귀농운동본부 귀농연구소 소장은 귀농해서 농사를 짓고 있는 입장에서 농촌과 농민들이 처한 절박한 상황들을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소위 생계형 귀농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몸으로 살아온 농민들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잘 살리는 방향에서 대안을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서 농촌에서 사회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기획해 실천하고 싶어도 함께 고민할 사람들이 없는 상황에서 귀농자들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도록 귀농지원조례, 귀농지원센터, 귀농자모임 활성화 등 보다 체계적인 귀농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남은 과제, 호혜경제 네트워크 만들기


종합토론에서는 경제위기 상황을 민(民)이 주체가 되어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기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지정토론자로 나온 강수돌(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가 중심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지역과 공동체에 기반한 소한민국을 만들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가치관과 생활양식, 시스템 등 세 가지 차원을 자립과 호혜, 신뢰, 연대에 기반해 재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지금의 상황을 경제, 고용, 생태계, 가치관의 종합적 위기로 진단하고 시민들 스스로 대안을 찾아나서야 할 때라고 말하면서, 기존의 대안적 실천들이 2% 운동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노동, 농민, 청년, 종교단체들이 함께 하는 녹색경제 동맹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병수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 생협이사장 역시 이미 위기가 일상화 된 상황에서는 서로를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면서 속도 조절을 통해 대중적 전환을 통한 호혜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지금의 경제위기 상황은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생산방식,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쓰는 생활양식으로는 이제 더 이상 풍요로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주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체제의 균열과 이로 인한 충격과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경제적 대안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도시와 농촌을 포함한 다양한 ‘지역’에서, 먹을거리, 에너지, 교육, 보건, 복지, 신용 등 다양한 ‘영역’으로부터, 생협, 자활, 사회적기업, 공동체, 대안화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민(民)이 주체가 되는 대안경제적 실천과 모델들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이번 토론회의 의미는 적지 않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라는 말처럼, 지금과 같은 경쟁과 배제, 억압의 구조로부터 거리를 둔 ‘다른 삶’, ‘대안적 생활’, ‘더 나은 사회’에 대한 모색이 절실하다. 나아가 이것이 현실에서 실현 가능할 수 있도록 부문과 영역을 넘어 호혜경제 네트워크를 함께 만들어가는 노력들이 구체화되고 현실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지역살림운동의 길을 찾아서
- 모심과살림 총서4 모심과 살림 연구소 펴냄 / 8,000원

문의 : 모심과살림연구소
           www.mosim.or.kr / 02-3498-3771~2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