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호 2017년 1월호 살림,살림

[ 안녕하세요-서울혁신파크 맛동 프로젝트 진행한 오요리아시아 대표 이지혜 씨 ]

색다른 식당이 떴다

글 구현지 편집부 _ 사진 류관희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는 많은 사회적경제 사업체가 입주해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6주 동안 매주 수, 금요일 두 번씩 ‘맛동’에서 열린 ‘서울과 맛보는 식탁이야기’가 12월 16일 케이터링 사회적기업 엘마드레가 준비한 송년회를 끝으로 1기의 막을 내렸다. 서울혁신파크에 입주한 식문화와 관련한 사회적경제 사업체들과 외부 혁신가들을 한자리에 모은 이 맛동 사전 활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회적기업 오요리아시아의 이지혜 대표를 만났다.

 

 

식문화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일식당
서울혁신파크의 맛동, 구 질병관리본부의 구내식당이었던 2층 건물을 새로 단장한 공간에서 6주 동안 수, 금요일 점심시간마다 매번 새로운 식당이 문을 열었다. 결혼이주여성 다문화식당 마을무지개, 농부시장 마르셰, 영셰프스쿨과 카페슬로비를 운영하는 오가니제이션요리, 약초꾼들의 이풀협동조합, 커피노동자협동조합 이피쿱, 공정무역 페어라운드와 아름다운커피, 골목상권을 살리는 청년장사꾼, 청년 식문화개선 네트워크 끼다, 우리 술 전문 식당 안씨막걸리 등 새로운 외식업과 식문화 관련 단체들이 돌아가며 요리와 토크쇼를 맡았다.
반응은 뜨거웠다. 점심 한 끼 8천 원, 50석. 사전 예약을 받고 남은 자리는 현장에서도 판매했는데 그야말로 매번 ‘완판’. 마지막 날 송년회는 평소의 두 배에 가까운 90석을 준비했는데 역시 모두 나갔다.
“맛있는 밥과 후식을 먹으면서 식문화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끼리 얘기 좀 해 보자는 게 이번 맛동 프로젝트의 1차적인 목표였어요. 외식업이나 식문화 관련 사회적기업이 꽤 많고 이곳 서울혁신파크에도 많이 입주해 있는데 이상하게 식문화 쪽 사람들은 잘 모이지 않는다고 그러더라고요. 누구에게나 열린 식당이긴 했지만 식문화 관련 토크쇼를 같이 하니까 아무래도 그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더 올 테고.”
전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식문화 단체를 모두 불러 모으고 식당 운영을 맡은 곳이, 외식업을 기반으로 아시아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 오요리아시아다. 서울혁신파크 미래청에 입주해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시적으로 점심 식당을 여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맛동 건물이 재단장한 뒤 부엌 시설부터 식기, 테이블 장식 등 소소한 부분까지 전부 준비하여 식당의 꼴을 갖추는 것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이지혜 씨는 2008년 결혼이주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청
소년 교육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오가니제이션요리 공동대표를 맡아 서울 홍대 앞에서 다문화레스토랑 오요리를 5년간 운영했다. 2012년 (주)오요리아시아 독립 법인을 세워 네팔, 태국 등 아시아 지역 빈곤 여성 지원사업을 시작했고, 2014년 서울 북촌에 스페인 음식점 떼레노를 열었다. 여기에 서울여성플라자 연회장 위탁 운영, 케이터링 사업 등도 하고 있다. 이지혜 씨는 어느덧 외식업 사회적기업 10년째다.
“여러 사람을 불러 모아 꽤 복잡해 보이지만 그동안 해온 게 있으니까 어려운 프로젝트는 아니었어요. 서울혁신파크에는 워낙 새로운 아이디어로 뭉친 단체들이 많아서 우리 오요리아시아는 아주 ‘올드 그룹’에 속하더라고요.
잘하는 모델을 보여 주고 싶어서 열심히 했죠. 맛동이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전에 맛보기로 한시적으로 운영한 거지만 반응이 좋았고 2017년 상반기에 또 진행할 예정인데 이번에는 오요리아시아 외에 더 같이 일하고 싶다고 한 사람들이 있어서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이로써 식문화 혁신가 네트워킹에도 성공적인 발걸음을 내디딘 셈. 올해는 주제가 있는 일일 식당 외에 공유부엌, 공동냉장고 등도 더할 예정이다.

 

 

 

공공성을 우선하는 대안공간
실은 이지혜 씨가 이번 맛동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세운 더 중요한 목표는 ‘공공시설의 공공성 확보’이다. 서울 은평구 통일로에 있는 서울혁신파크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실험적인 공간이다. 2010년까지 약 50년 동안 질병관리본부로 쓰인 곳으로 약 10만 ㎡(3만 평) 부지에 1932년에 지어진 건물을 비롯해 32개의 오래된 건물과 야외공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2013년 서울혁신파크 조성안이 발표되었는데, 역사성을 존중하며 조금씩 변화시켜 가는 공간 재생 방식으로 ‘사회혁신의 공유지이자 창의공원’을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사회혁신의 공유지란 표현답게 문화·출판·예술·교육·에너지·교육 등 사회적경제를 포함한 90여 개 혁신단체가 입주하여 활동하고 있다.
지금도 계속 오래된 건물을 싹 부수어 없애고 새로 짓는 대신 천천히 리모델링하여 공간을 재생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최근 단장이 완료된 곳이 바로 맛동이다. 처음에 서울혁신파크 쪽에서는 이곳을 일반 외식업체에 외주를 주어 평범한 구내식당처럼 운영할 계획이었다. 이 소식을 듣고 이지혜 씨는 “그건 아니잖아요”라고 제동을 걸었다. 혁신과 공유를 내세우는 서울혁신파크라면 식당 하나에도 공공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CJ·신세계 이런 대기업 계열 외식업체를 들여서 수익만 내자고 해서는 곤란하다, 공공시설이라면 모든 곳에 공공성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지혜 씨의 반론이었다. 그 결과로 나온 게 바로 맛동 프로젝트다.
“서울혁신파크 같은 공공시설은 더욱 모든 사업 영역에서 ‘공공성’을 우선해야 한단 말이에요. 돈 벌려고 세운 게 아니니까요. 맛동도 쇼핑몰 푸드코트와는 달라야죠. 그런데 지금껏 ‘공공성지표’라는 것이 명확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 계속 염두에 두지 않으면 놓치게 됩니다. 처음 설립 목적과 엇나가 경제적인 수익성을 앞세우게 되어요.”
서울혁신파크에 입주해서 일하는 많은 사람의 식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내식당. 그냥 돈 내고 밥 먹고, 이용자들이 좀 더 저렴하고 질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밥값 일부를 지원하는 것으로 공공 지원 역할을 한정하면 곤란하다. 기존의 상업문화를 어떻게 차단하고 새로운 대안공간으로 만들어 내느냐는 문제의식을 식당 같은 일상적인 공간부터 놓치지 않고 적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성 지표’를 어떻게 만들고 공감을 얻어 확산할까가 이지혜 대표의 고민거리다. 이곳뿐 아니다. 공공시설 모두에 비슷하게 적용 되는 문제다.
상업적인 활동이든 공공적인 활동이든 모두 공간이 필요하다. 최근 서울 곳곳의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공간이 자본에 너무 빨리 대규모로 종속되어 버리는 현상이다. 개성 있는 생활문화 콘텐츠들이 경제적 수익을 충분히 내지 못하여 금세 고사하고 공간을 빼앗긴다. 대개 그렇게 새로 조성된 상업공간은 이전에 그 자리에서
싹트던 개성 있는 아이디어, 이미지 등도 같이 빼앗아 가고는 한다. 지속성이 없이는 잠깐 반짝하는 아이디어들이 충분히 무르익지 못한다. 또한 콘텐츠의 힘이 뛰어나지 못하면 그런 활동이 더 지속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경제적 계산이 전부가 아닌 공공 공간이 필요하다. 벌써 오랜 시간 이지혜 씨가 고민해 온 주제다. 외식업이라는 대표적인 생활 콘텐츠 역량을 지닌 오요리아시아와 건축·임대·관리 등에 관련한 사회적기업들이 모여서 대안공간 사업을 계획해 왔다. 올해 이지혜 씨는 이 사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혁신파크 맛동에서 지난해 11월~12월 6주 동안 매주 수, 금요일에 ‘식문화’를 주제로 한 독특한 식당 ‘서울과 맛있는 식탁이야기’가 문을 열었다. 올해는 식당에 공유부엌과 공동냉장고 실험이 더해질 예정이다.

 

 

사람이 변하는 데 마음이 끌려 10년을 왔다
“처음 시작할 땐 10년이나 할 줄 몰랐어요. 외식업이 시작은 쉬운 거 같지만 수익성이 낮고 몸도 힘들어요. 중간에 위기도 많았고 몇 번이나 그만두고 싶었는데. 지금도 만날 월급은 제때 맞춰 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요. 사회적기업으로 전망이 밝으냐고 하면… 어려운 질문이네요.”
오요리아시아는 이른바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기업이다. 외식업 일자리가 진입 문턱이 낮기 때문에 선택했다. 오요리아시아의 모든 사업 영역에 결혼이주여성, 탈학교 청소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이른바 ‘히키코모리’나 ‘니트’ 청년, 홈리스 등이 함께한다. 이들은 처음부터 일을 할 줄 알고 입사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급여를 주면서 접시닦이부터 시작해 셰프가 될 때까지 가르쳐 자립시키는 것이 이곳의 목표다. 다른 직원들, 실제로 식당사업이 돌아가도록 하는 ‘프로페셔널’ 한 직원들은 일과 교육 두 가지를 해내야 한다. 즉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극과 극의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다. 아직 더 배워야 하는 사람들, 일 외에 가르치는 일까지 해야 하는 사람들. 이러니 시장경제적으로 따지자면 비용과 시간, 인력 투입에 비해 수익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또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는 원칙으로 정부 지원금 같은 데는 손 벌리지 않고 사업을 끌고 간다.
“아주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건 우리 목표가 아니에요. 많은 사람이 생계 유지를 하는 정도의 일자리를 만드는 건 정부의 몫이죠. 우리는 가진 것 없고 많이 못 배운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제대로 끝까지 가르쳐서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데 관심이 있어요. 그래야 진짜로 자립할 수 있단 말이에요. 올해는 직원 2명이 스페인의 미슐랭 별 두 개 레스토랑에 연수 갈 예정이에요.”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에 등장하여 주목을 받은 서울 장승배기역 ‘아시안보울’의 오너셰프 녹넌이 오요리아시아 출신이다. 매니저, 셰프가 되는 데서 더 나아가 독립하여 창업한 첫 사례여서 오요리아시아 사람들에게 각별하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사회적기업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것 때문에 시작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냥 일 잘하는 사람들이 보통 식당인 줄 알고 들어오기도 해요. 그런데 전 직원과 함께 올해 사업계획을 세우는데, ‘올해는 몇 명이나 새로 옵니까? 어떤 일부터 가르치게 될까요?’ 하고 먼저 물어보는 거예요. 최소한 몇 명은 같이해야지 하면서. 우리 사업에 그 일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자연스럽게 익혀 버린 거예요. 그렇게 사람들이 변하는 걸 눈으로 보니까 힘들어도 그만두질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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