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호 2016년 12월호 살림,살림

[ 살림 생각-협동조합하는 사람들의 2016년 마무리 ]

저항운동에서 탄생할 새로운 주체

글 김신양

한 해의 매듭을 지어 가야 하는 이즈음,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커다란 소용돌이에 휩싸여 격동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마무리보다는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공통의 사안으로 시끌벅적하고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가올 해를 준비하기는커녕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갯속을 걷는 느낌이다.
하지만 요동치는 현실을 잘 들여다보면 협동조합하는 우리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의 집회를 보면 유독 중·고등학생을 비롯한 청소년들이 눈에 띈다. 그들은 거리로 나올 뿐 아니라 시국을 전망하며 발언하고 변화의 주체로 서기를 원한다. 사회가 불평등해질수록 억압은 심해지고, 그 모순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곳이 교육 현장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 억압 구조는 힘없는 자에 대한 혐오와 경시의 문화를 만들어 내어 사회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요즘 여성운동이나 장애인 및 성소수자 운동이 어느 때보다 활발한 것도 그러한 현상에 대한 저항으로 볼 수 있다.
100만 명, 아니 전국적인 저항운동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정치는 또다시 기득권을 가진 집단의 손에 들어가고 권위와 위계로 또 다른 억압 구조를 형성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대가 만들어 낸 새로운 주체는 새로운 운동으로 우리 삶을 새롭게 창조해 나갈 것이다. 프랑스에서 시작해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갔던 68혁명 후 등장한 여성, 청년, 지역은 대안교육과 공동체육아, 대안적 지역개발, 지역화폐, 연대 금융, 친환경 먹을거리와 농업, 공동체의료, 공정무역 등의 영역을 만들며 낡은 사회적경제 운동을 쇄신하는 다른 경제 운동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우리 사회도 이 시간을 거치며 새로운 주체가 형성되어 기득권 세력이 된 ‘꼰대’의 권위주의 아래에서 신음하던 시민사회운동의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이 가지고자 하는 목적만이 아니라 ‘다르게 살아 보겠다’는 목적으로 더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삶의 대안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운동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결말은 아직 흐릿하지만, 2017년에는 새로운 운동이 탄생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협동조합하는 이들은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운동의 주체들을 어떻게 협동조합의 품으로 안고 갈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입시와 경쟁에 치여 인간성을 상실할 위기에서도 사회를 지키겠노라고 나선 이 청소년들은 간절히 다른 삶을 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사회인이 되었을 때 상사의 눈치를 보며 시키는 일만 하는 노예노동이 아니라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노동을 할 수 있는 일터를 찾을 것이다. 그들은 억압적인 관계가 아니라 홀로 자유로우면서도 서로 돌보는 자율 공생의 사회관계망을 추구할 것이다. 그러니 일상에서, 일터에서 다른 삶과 다른 사회를 원하는 새로운 청년 주체들을 환대하기 위하여 새로운 협동운동의 실천을 만드는 것이 안개 낀 정국에서도 협동조합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저성장으로 모두가 한껏 위축되었던 한 해, 새로이 등장하는 주체들에게 이렇게 외쳐 보자. “내 그럴 줄 알고 협동조합을 만들었지. 우리와 함께 덜 소비해도 행복할 수 있는 협동조합 사회를 만들어 보지 않을래?”

 

 

↘ 김신양 님은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을 아우르는 ‘결사체 운동’, ‘사회적경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왔고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협동조합운동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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