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호 2016년 11월호 [특집] 특집-치약을 부탁해

[ 베어벨 호엔 독일 연방하원의원이 말하는 에너지 전환 ]

시민의 거대한 참여, 정부의 신중한 이행

글 _ 사진 구현지 편집장_자료 제공 녹색당

지난 10월 11일, 녹색당의 초청으로 독일녹색당의 베어벨 호엔 의원이 내한하여 서울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독일의 핵발전관리와 에너지 전환 대책’을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핵발전소 중단 정책을 펴고 있는 독일의 사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이날 간담회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베어벨 호엔 의원은 독일 연방하원의회 환경·핵안전위원회 의장으로, 탈핵과 에너지 전환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호엔 의원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동안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환경농업장관으로 일했다. 전문 분야는 농업, 에너지, 핵 안전 등이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깨닫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수정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속하게 탈핵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2011년 탈핵을 선언하고 전체 17개 핵발전소 가운데 지금까지 9개 핵발전소를 멈췄고, 2022년까지 나머지도 모두 가동 중단할 계획이다.

 

 

 

체르노빌-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를 계기로 탈핵 추진
호엔 의원은 독일 에너지 전환 정책의 가장 큰 전기가 된 사건으로 2000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사고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를 꼽았다.
독일은 1990년대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를 시작했다. 이미 20여 년 전부터 녹색당과 환경운동가들은 핵발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 그리고 2000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전기가 되어, 당시 사회민주당-녹색당 연합정부에서 탈핵·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했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소, 2021년까지 핵발전소 가동 중단을 목표로 설정했다.
그런데 2008~2009년 무렵 핵산업계에서는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것보다 수명을 연장하여 사용하는 것이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자 2009년 집권한 기독민주연합-기독사회연합-자유민주당 등 보수연합정부에서는 2021년 핵발전소 가동 중단 정책을 폐기하였다. 이에 반대하며 탈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거세지는 가운데 2011년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는 독일의 탈핵·에너지 전
환 운동의 중요한 두 번째 전기가 되었다. 결국 보수연합정부도 여론에 따라 2011년 탈핵법을 제정하고 다시 2022년까지 핵발전소 가동 중단하는 정책을 실행하며 재생에너지 개발에 지원하게 되었다.

 

독일 핵관리의 당면 과제는 핵폐기물 처리
독일의 핵발전 에너지 비율은 5년 전 35%였던 데 비해 현재 14.1%로 크게 감소했다. 호엔 의원은 핵발전소 가동 중지 정책을 비교적 순조롭게 이루어 가고 있는 독일에서 핵발전과 관련하여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가 핵폐기물 처리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1년 독일 니더작센 주의 아세 중저준위 방폐장 사진이 공개되면서 독일 사회에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아세 방폐장은 옛 소금광산을 이용해 만든 지하 동굴에 1967~1978년 핵발전소에서 나온 폐기물을 저장해 왔다. 처음 건설할 때에는 정부에서 100만 년도 견딜 만큼 안전하다고 주장했으나, 30년 만에 지반에 금이 가고 지하수가 스며들어 폐기물 드럼을 부식시켜 방사능 유출이 우려되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 이를 교훈 삼아 독일은 방폐장에 대해 장기적인 안전성을 고려하여 부지 선정과 건설 방법에 대해 신중한 계획을 세웠다. 독일은 아직 최종 방폐장 건설 부지를 확정하지 못했다. 2년 동안 부지 후보를 검증하고 50년 장기 계획으로 건설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한국에서 강진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핵발전소와 방폐장의 안전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다. 한국과 비교하여 독일의 이러한 핵폐기물 대책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신중하다.

 

시민과 협동조합이 재생에너지 47% 생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핵발전소 가동 중단뿐 아니라 화력발전소를 줄이는 것도 병행되어야 한다. 호엔 의원은 화력발전소를 줄이는 데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독일은 여전히 에너지 생산의 많은 부분(32.2%)을 화력발전소에 의존하고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선진국들은 2050년까지 무탄소계획을 이행해야 하는데, 독일도 교통, 전력 생산, 냉난방, 농업 생산 등 모든 분야에서 이산화탄소 방출을 제로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행히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가 이미 안착되어, 현재 에너지 생산의 30%가 재생에너지를 통해 이뤄지며 성장하는 추세이다.
독일 재생에너지 산업의 특징은 대기업이 차지하는 생산 비율이 12%뿐이고, 시민과 협동조합이 47%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호엔 의원은 “재생에너지 생산이 분권화되어 있고 시민들이 에너지 전환에 직접 참여하고 확대하고 있다는 면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전기의 소비자일 뿐 아니라 생산자이다. 특히 시민·협동조합 참여분의 12%가 농민으로, 독일에서는 농민의 재생에너지 전환 기여도가 높다.
호엔 의원은 “20년 전 핵발전에서 햇빛발전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주장하던 때에는 재생에너지가 개발 초기였기 때문에 생산 비용이 비싸 경제적으로 경쟁력이 없다고 여겨졌다. 많은 시민이 탈핵을 이야기하는 환경주의자들에게 ‘미쳤다’고 했다. 그래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환해야만 했다. 지금은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경제성이 있다. 지금 한국은 우리가 시작하던 때보다 늦었지만 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데 훨씬 유리한 상황”이라고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20여 년 동안 추진하여 핵발전과 재생에너지의 역전을 이루어 낸 독일의 사례를 참고하여 한국 사회도 탈핵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행동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베어벨 호엔 의원

 

“재생에너지 생산이 분권화되어 있고 시민들이 에너지 전환에 대해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확대하고 있다는 면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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