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호 2016년 10월호 살림,살림

[ 10월의 문화 나들이 ]

좋은 것 중에서도 좋은 것으로

글 안태호 편집위원

작가 300여 명이 펼쳐 보이는 한국 현대미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30년 특별전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1969년 경복궁에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은 1973년 덕수궁 석조전으로, 1986년 다시 경기 과천으로 이전의 역사를 썼다. 당시 청계산 아래 미술관 부지는 허허벌판. 대번에 접근성 문제가 불거졌다. 이런 산골짜기에 누가 전시를 보러 찾아올까 싶었던 거다. “군사정권의 무식한 상상력이 현실화됐다”는 개탄도 많았다. 30년이 지난 지금,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넓은 부지와 넉넉한 전시 공간으로 시민의 문화 나들이에 최적화된 곳이다. 군사정권의 투박한 추진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땅 미술 문화의 축복으로 남았다. 과천관의 누적 전시 횟수는 316회, 관람객 수는 1천901만 명, 소장품은 7천840여 점에 이른다. 과천 이전 30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에는 무려 작가 300여 명의 작품 560여 점이 8개 전시실을 빼곡하게 채웠다.
한국이 자랑하는 작가 백남준의 작품 <달은 가장 오래된 TV>에서 제목을 가져온 전시는, 달이 차고 기우는 모양을 작품의 생성과 소멸 주기에 빗대 이야기를 풀었다. 백남준, 김환기, 박수근, 마르셀 뒤샹 등 대가의 작품부터 비교적 젊은 작가의 재기발랄한 작업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워낙 방대한 양의 작품이 전시된 까닭에 보는 이마다 흥미롭게 느끼는 포인트도 제각각이다. 한국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도 있고, 현대미술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알아보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겠다. 전시장을 찾을 땐 편안한 신발로 시간 여유를 두고 느리게 관람하기를 권한다.
2017년 2월 1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문의 02-2188-6000

 

 

심장을 쥐어짜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
장사익 소리판 <꽃인듯 눈물인듯>

최근 알게 된 어른 한 분이 내게 말했다. “젊은 사람들은 장사익을 모르지?”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말았는데 이 지면을 통해 답한다. “어르신, 젊은이들도 좋은 건 다 압니다.” 그뿐인가. 운 좋게도 서울 인사동 전시장 한편에서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로 시작하는 <봄날은 간다>를 직접 들었던 짜릿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심장을 쥐어짜 만들어 내는 듯 애절하고 절박한 그의 소리는 가장 한국적인 음색으로 기억된다. 수많은 이가 그의 노래에서 격렬한 위안을 얻고 새로운 기운을 북돋는 뜨거운 격려를 받았다.
장사익은 무려 마흔여섯에 데뷔했다. 그때까지 열다섯 개나 되는 직업을 전전했다. 버리지 못한 꿈이 있는 이들에게는 색다른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무대에 서 왔지만, 그에게 이번 공연은 각별하다. 올해 초 성대에 생긴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그는 공연 소개글을 통해 “노래를 부를 때는 꽃이고, 노래를 잃고 지낸 시간은 눈물이었다”고 회고한다. 지금, 그의 노래 <찔레꽃>이 못 견디게 듣고 싶어졌다. 가사를 적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 본다.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10월 5일부터 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문의 02-396-0514

 

 

↘ 안태호 님은 문화정책과 기획 영역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삶과 예술이 만나 섞여 드는 과정에 관심이 많습니다.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협동조합 이사를 맡고 있으며, 만화를 보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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