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호 2016년 9월호 살림,살림

[ 9월의 문화 나들이 ]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글 안태호 편집위원

어리석음 혹은 여성혐오의 민낯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기념연극 <오셀로>
셰익스피어가 세상과 작별한 지 400년, 전 세계에서 그를 기리는 공연이 쏟아지고 있다. 대전에서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가 무대에 오른다. 오셀로. 전쟁 영웅이며 인종을 넘어선 사랑을 쟁취한 매력적인 주인공이지만, 부하 이아고의 간계에 빠져 아내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자살하는 비극적 인물이기도 하다.
<오셀로>는 보통 인간의 사악함과 어리석음에 대한 이야기로 회자되지만, ‘지금 여기’의 맥락으로 보면 다른 의미들이 두드러진다. 일테면, 유능한 장군인 오셀로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노골적인 차별을 당할 때 작품은 선구적인 인종차별 고발자가 된다. ‘여성혐오’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데스데모나는 정숙하고 우아한 여인으로 묘사되지만, 이아고의 입을 통해 나오는 모략에서는 음탕한 창녀이다. 오셀로가 데스데모나의 혼외정사를 의심하고 그녀를 ‘갈보’라고 부를 때, 우리는 남성의 가치 기준에 따라 여성을 ‘성녀와 창녀’로 구분하는 뒤틀린 인식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 9월 23일부터 10월 1일까지, 문의 042-270-8333. 대전예술의전당에서는 11월에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라고 하니 색다른 비교가 되겠다.

 

 

바람 속 인간의 자리
전시 <바람과 바람의 대화>

바람은 만물을 일깨우고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다. ‘풍류, 풍수, 풍월’ 등에서 보는 것처럼 조상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바람을 받아들였다. 바람은 일상에 숨통을 틔우는 한 줄기 여유,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의 표상, 삶을 뒤흔드는 변화의 전조이기도 하다.
전시 <바람과 바람의 대화>는 바람을 재해석한 미술가 7명의 작업을 소개한다. 철과 LED로 어른과 아이가 들고 있는 풍선을 표현한 황혜선, 연기의 무늬를 사진으로 찍어 중첩하는 방식으로 작업한 정안용, 자연의 풍경과 일상을 겹쳐 놓는 것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건져 올리는 박영길과 정철, 일본 풍속화의 파도 그림을 연상케 한 박경묵, 점묵법으로 시적인 명암을 표현한 이민한의 작업까지 다채로운 작품이 출품됐다. 전시장을 둘러보노라면 다양한 색깔의 바람이 휘돌아 나가는 기분이 든다.
전시에서 단연 빛나는 작가는 공성훈이다. 작품은 단 세 점뿐이지만 짜릿할 만큼 탁월한 색감과 화면 구성이 관객을 압도한다. 낭만주의 대표작 중 하나인 프리드리히의 <바닷가의 수도사>를 연상시키는 <돌 던지기>는 인간의 왜소함과 자연의 거대함을 대비시키는 동시에 자연의 역동성과 자연 속 인간의 자리를 보여 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경기 이천시립 월전미술관, 9월 18일까지, 경기도민 무료입장, 문의 031-637-0033.

 

공성훈, <뱃길>(2016). 사진 제공: 이천시립 월전미술관

 

 

↘ 안태호 님은 문화정책과 기획 영역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삶과 예술이 만나 섞여 드는 과정에 관심이 많습니다.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협동조합 이사를 맡고 있으며, 만화를 보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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