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호 2016년 9월호 살림,살림

[ 독일댁의 생태적인 삶-합리적인 정책과 배려하는 문화 필요 ]

내 집 없이 살다 보니

글 _ 사진 김미수

10여 년간 남편의 일터를 따라 독일 전역을 종횡무진 옮겨 다니며 살았다. 지금 사는 집은 이층집에서 1층, 50㎡(약 15평) 크기에 ‘찬 월세’ 250유로(약 32만 원)와 부대 비용 100유로(약 13만 원)를 집세로 낸다. 내가 경험한 독일의 셋집살이와 공동주거를 소개한다.

 

 

독일 유명 생태공동체 지븐린덴의 모습. 혼자 사는 것보다 여럿이 같이 사는 게 경제적·환경적으로 이익이다. 단, 삶의 철학이 비슷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집 없는 설움 덜어 주는 월세 정책
독일에는 ‘찬 월세’와 ‘따뜻한 월세’가 있다. 찬 월세란 순수 임대료이고, 여기에 개별 전기료를 제외한 공동 전기료와 쓰레기 처리, 상하수도 이용, 난방 등에 드는 기타 부대 비용을 포함한 총 금액이 따뜻한 월세이다. 부대 비용은 집주인이 연말에 정산한 뒤 모자라면 세입자에게 더 청구하고 남으면 돌려준다.
보증금은 찬 월세의 세 배를 넘지 못하게끔 상한선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집주인은 보증금을 개별 통장에 입금해 두었다가 나중에 원금에 이자까지 쳐서 세입자에게 되돌려주는 게 원칙이다. 물론 이렇게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세입자는 세 들어 살면서 만든 못 자국 등을 모두 메우고 벽 페인트칠도 새로 하여 깨끗하게 청소한 뒤, 처음 이사 왔을 때와 같은 상태의 집을 집주인에게 넘겨야 한다.
독일 지자체에서는 정기적으로 건물 건축연도와 집 크기에 따른 ㎡당 평균 임대료 지수를 홈페이지 등에 공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근거로 집세를 정하고, 집세 인상에 따른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분쟁을 조정하기도 한다. 또 지역마다 세입자연합 같은 소비자 단체가 있어 집주인과 충돌하게 됐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도 에베르스발데에 살 때 집주인이 바뀌면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새 집주인은 우리를 포함한 다른 세입자들이 거주하는 상태에서 건물 보수를 강행했다. 지나친 소음과 단수 등으로 생활하는 데 지장이 있을 정도였는데, 그 과정에서 집세까지 올려 받으려고 했다. 한편, 독일에서는 법에 따라 건물 보수 같은 여러 이유로 생활에 피해를 입은 기간에 대해 월세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당시 우리는 세입자연합에서 발행한 소책자 몇 권을 구입했는데, 분쟁 시 세입자에게 필요한 법적 근거와 대처 요령 등이 알기 쉽고 상세하게 정리되어 있어 이를 활용해 집주인에게 월세 차액을 받아 냈다.
집세 인상은 계약자 양측이 협의하여 그 지역의 평균 임대료 지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데, 3년간 최고 20%까지만 인상할 수 있고 대도시처럼 임대 물량이 충분치 않은 경우엔 특별히 인상 상한선을 15%로 규제하고 있다. 보통 계약 기간은 따로 정하지 않고 세입자가 원하는 기간 동안 사는 경우가 많다. 세입자는 이사나 기타 이유 등으로 계약을 해지하려면 최소 3개월 전에 해지 의사를 알려야 한다. 하지만 집주인은 집세 연체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의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특히 임대계약 중 집주인은 집세 인상을 이유로, 즉 새로운 임대인을 들여 세를 올려 받기 위해 현 세입자에게 계약 종료를 요구할 수 없다. 부동산 중개인을 끼고 임대차계약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젊은이나 대학생들은 직거래로 중개 수수료 없이 집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이전 세입자가 다음 세입자에게 필요 없는 가구나 주방 기기 등을 싼값에 같이 넘기기도 한다.

 

 

우리는 네 가구가 살 수 있는 이층집에서 창이 있는 1층 에 산다. 대도시인 뮌헨 근교에 사는 친구는 그곳에서 우리 집과 비슷한 조건의 집을 구하려면 집세를 2배 이상 줘야 한단다.

 

 

비용 부담 적고 생태적인 공동주거 상호 배려가 전제되어야
독일 젊은이들은 ‘본게마인샤프트’라고 하는 일종의 공동주거를 많이 한다. 방이 여럿 있는 큰 집을 빌려 방은 각자 하나씩 쓰고 부엌, 화장실, 욕실 등은 같이 쓰는 형태이다. 여럿이 함께 월세를 나누어 내기 때문에 부담이 적고, 각자 원룸을 빌리는 것보다 적은 금액으로 제대로 된 부엌과 욕실이 갖춰진 널찍하고 쾌적한 집에서 살 수 있는 꽤 괜찮은 방법이다. 냉장고나 난방 등 한 가구가 사는 데 필요한 기기나 설비를 유지하려면 일정량의 에너지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가구 구성원 수가 많아질수록 한 명당 드는 에너지와 비용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따라서 여럿이 같이 사는 게 경제적·환경적으로 이점이 많다.
좀 더 지속가능하고 생태적으로 공동주거를 하려면 생태공동체만큼 좋은 게 없다. 2006년 독일의 생태공동체들이 연합해 발행한 소책자 <함께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삶의 질에 관한 가설>에 따르면 
독일에는 140개 생태공동체에 3천200명의 구성원이 있다고 한다. 가족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혈연으로 얽혀 있지 않은 개인들이 따로 또 함께 살아간다. 카셀 대학 환경시스템연구센터에서 2004년 발표한 <공동주거와 경제, 그 환경적 의미>에서는 독일에서 인지도 있는 생태공동체 세 곳의 생활 형태를 독일 평균 수치와 비교했다. 특히 물의 경우 지하수, 빗물, 수돗물을 모두 포함한 소비 총량이 독일 평균 수치보다 현저히 적은 게 인상 깊었다. 생태공동체는 먹을거리를 자급하고, 빗물을 이용해 세탁하며, 햇빛발전판을 이용한 자가발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환경에 부담이 덜 가는 다양한 방법을 실생활에 적용하고 있다. 또 공동으로 건물을 보수하거나 식사를 준비하는 등 경제적인 면에서도 긍정적인 의미가 크다.

생태적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생태공동체에서 살아 보고 싶은 소망이 있을 테다. 우리 부부도 다르지 않아서 2009년 바이로이트 시 근처의 생태공동체에서 산 적이 있다. 구성원이 열 명도 채 안 되는 작은 곳이었지만, 넓고 한적한 시골 농가에 여러 과일 나무가 있어 꽤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우리는 한 달 만에 다른 셋집을 얻어 나왔다. 직접 살아 보니 먹을거리 자급을 위한 농사나 햇빛과 바람을 이용한 자가발전 등 생태적인 삶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 바탕에 대한 노력과 의지가 너무 부족했다. 또 식품으로 이용하는 닭과 달걀 등을 공동 책임으로 돌보는 점은 완전 채식을 하고 동물의 생명과 노동력을 되도록 취하지 않으려는 우리 부부의 삶의 철학과 반대되는 것이었다. 가장 괴로웠던 건 때를 가리지 않는 각종 소음이었다. 우리 방은 공동 부엌 바로 위층에 있었는데, 자정이 넘어서까지 부엌에서 떠들고 웃거나 새벽부터 라디오를 크게 틀어 소리가 울리는 일이 잦았다. 주의해 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해도 달라지지 않던 이들의 무신경함 때문에 그곳에 사는 동안 수면 장애와 부족에 시달렸다.
일반적인 공동주거든 생태공동체든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려면 기본적으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하고, 최소한 구성원끼리라도 다름을 인정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마음이 맞고 그곳에서 행복하다면 생태공동체에 들어가 사는 것도 좋지만, 각자가 사는 지역에서 이웃과 연대해서 동네 구석구석을 좀 더 지속가능한 모습으로 바꿔 나가는 일도 생태적인 삶을 함께 실현해 가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 참고

<Bürgerliches Gesetzbuch (BGB) § 559> (BMJV, www.gesetze-im-internet.de)

<gemeinschaftlich - nachhaltig, Thesen zur Lebensqualität in Gemeinschaften> (Arbeitskreis „gemeinschaftlich nachhaltig“, 2006)

<Gemeinschaftliche Lebens- und Wirtschaftsweisen und ihre Umweltrelevanz> (Karl-Heinz Simon et al, CESR, Uni Kassel, 2004)

 

 

↘ 김미수 님은 2005년 독일로 건너가 ‘조금씩 더 생태적으로 살아가기’에 중심을 두고 냉장고 없는 저에너지 부엌을 시작으로 실내 퇴비 화장실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또 먹을거리를 직접 가꾸는 등 좀 더 지속가능하고, 좀 덜 의존적인 생태 순환의 삶을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my-ecolife.net에 이런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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