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호 2016년 9월호 [특집] 특집-혼자 산다는 것

[ 일본 생협의 고령자 돌봄 사업 ]

혼자 살면서도 존엄하게

글 권율

한국 사회가 급속하게 노령화하면서 홀몸노인, 즉 고령자 1인 가구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에서 고령화 문제가 가장 심각한 일본 사회에서는 고령자 1인 가구 문제에 이미 오래전부터 생협이 중요한 역할을 맡아 왔다. 일본 생활클럽 생협의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도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생각해 본다.

 

 

초고령화 사회 일본에서 생협의 역할
혼자 산다는 건 고령자에게 각별하다. 혼자 사는 것은 독립적으로 생활한다는 것이며 직접 하거나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서라도 자기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식사·빨래·청소는 물론 씻고 입고 싸는 것까지가 해야 할 일이다. 스스로 하기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고령화는 문제의 단면이다. 다시 말해 고령화만으로는 문제가 덜했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 살기는 어렵다. 그러나 나이 들수록 혼자 살 가능성은 높아진다. 고령화가 혼자 사는 사회와 함께 왔을 때 한국 사회는 감당할 수 있을까?
아시아에서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나라는 단연 일본이다. 고령화 사회에 이미 접어들었고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일본은 예전부터 대비를 해 왔다. 여기에는 일본의 생활협동조합도 한몫하고 있다.
2015년 인구 통계 기준으로 일본의 1인 가구 비중은 26.8%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인구 중 65살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인 고령화율은 26.7%로 한국보다 두 배가량 높다. 전체 세대의 47.1%로 고령자가 있으며 혼자 사는 고령자 세대는 이 중의 26.3%, 숫자로는 약 624만 세대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5%가량이 홀몸노인인 셈이다.
신체 능력과 정보력 저하, 관계망으로부터의 이탈. 이 모든 게 고령자가 혼자 살기 어렵게 하는 조건이지만 결정적인 것은 인지증(치매)이다. 일본의 인지증 환자 수는 2013년 조사에 따르면 462만 명으로 고령자의 약 15%를 차지한다. 인지증은 고령자가 혼자 살기 어려운 것을 넘어 위험하게, 나아가 불가능하게 한다.
일본의 생활협동조합, 특히 ‘비누파’라 불리는 생태계열 생협은 이러한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특히 1997년에 시행된 간호보험법을 계기로 조합원이 스스로 만드는 지역 돌봄 사회를 준비하고 만들어 왔다. 그중에서도 1965년 일본 수도권의 주부 조합원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한 생활클럽 생협은 1994년부터 복지사업을 시작하여 2014년 기준으로 전체 사업고 150억 엔(1천 669억 800만 원), 사업소 775곳, 일하는 사람 수 1만 5천249명, 등록된 이용자 약 5만 6천900명으로 일본 비영리법인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사회보장제도가 적용되는 노인 돌봄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필요를 기준으로 하여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용자가 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조합원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 주민이 제공하는 구조이기에 이런 사업을 지역 내 상부상조, ‘서로 돕기’라고 일컫는다.

 

지역에 세심한 배려를 제공하는 생활클럽의 복지에는 그만큼 뜻을 함께하는 동료가 필요한데 그 수가 사회의 필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50%를 넘어선 고령자 빈곤 문제도 겹쳐 복지 과제는 커지기만 한다.

 

 

생활클럽치바생협의 내 집 같은 양로홈 ‘바람의 마을’
고령자 중에는 정기적인 안부 확인과 약간의 지원이 있으면 충분히 혼자 살아갈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비중은 인지증 환자의 약 절반 정도이며 그 외의 1인 가구 고령자에게도 안부 확인과 크고 작은 도움은 필수적이다. 생활클럽치바생협에서는 공급 배달 담당자를 포함한 전 직원이 복지자격증을 취득하여 지자체와 협력하여 식재료를 이용하는 조합원과 지역을 돌보는 기능을 수행한다. 물품 공
급 자체도 원래 복지의 한 요소이자 형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렇게 돌봄과 결합된 공급 사업은 복지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다.
배식 서비스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사업이다. 젊은 사람도 그렇지만 고령자에게 매끼 식사를 차리고 정리하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생활클럽의 식재료를 이용하여 주로 점심을 집까지 배달하는 배식 서비스는 안부도 확인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매번 따로 주문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건강식을 먹을 수 있어 인기가 좋다. 다른 고령자가 배달하며 식판이 아닌 그릇 형태로 배식한다. 생활클럽에서는 55개 사업장에서 4천118명에게 배식을 하고 있으며 사업고는 10억 6천만 엔(117억 9천483만 원)이다.
생활클럽에서는 현재 775개의 복지사업소를 두고 대부분 조합원 출신 활동가가 이끄는 ‘워커즈’(노동자협동조합)가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따라서 어디 하나 같은 모양, 같은 서비스가 없고 775개의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보면 다 헤아리기도 어려운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 전체를 아우르기에는 너무 적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생활클럽치바생협에서 운영하는 ‘특별양로노인홈 바람의 마을’의 경우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바람의 마을’ 관계자에 따르면, 그전까지 양로노인홈은 모두 4인 1실이나 6인 1실의 집단 주거 형태였는데, 일본에서 처음으로 만든 완전 독실형 고령자 주거인 ‘바람의 마을’이 일본의 기준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생활클럽의 안전한 재료로 만든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 그 외에도 바람의 마을에는 양로시설이 아니라 내 집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세심한 배려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원래는 인지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설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자기 집을 정리하고 마을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는 입주민의 장례인데, 같은 입주민 동료가 마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편안히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삶 전체를 위해 협동하는 조직으로 변하는 생협운동
이렇듯 생활클럽의 훌륭하고 많은 사업과 활동가, 이용자를 보면 부럽기만 한데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775개의 어려움이 또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일하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20여 년 전 생활클럽의 복지를 준비하고 만들어 왔던 주부 조합원들은 이제 스스로가 복지의 대상이 되었다. 지역에 세심한 배려를 제공하는 생활클럽의 복지에는 그만큼 뜻을 함께하는 동료가 필요한데 그 수가 사회의 필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50%를 넘어선 고령자 빈곤 문제도 겹쳐 복지 과제는 커지기만 한다.
생협은 생활의 필요를 지역에 사는 사람들끼리 협력해서 해결하려는 결사체이다. 처음에 생활의 필요란 주로 먹는 문제를 가리켰지만, 점차 전통사회와 그 공동체성이 해체되면서 주거 문제, 그리고 먹고사는 문제로 확장되어 이제는 생활 전반을 가리키게 되었다. 그리하여 일본의 생협은 먹을거리, 서비스, 에너지 그리고 노동, 즉 삶 전체를 위해 협동하는 조직 운동으로 거듭났다.
고령자가 혼자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은 우울하지만 혼자 살 수 없는 상황은 비참하다. 우리가 미래를 고민할 때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존엄이 지켜지는 삶을 위해, 자기 부모를 위해 생활클럽이 ‘따로 또 같이’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었을 때 일본의 복지는 분명 변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혼자 살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혼자 살 수 있도록 하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가리라 생각한다.

 

 

 

↘ 권율 님은 한살림연합 조직지원팀 소속으로 한일 생활협동조합 및 유기농업, 환경운동 단체 간의 교류와 연대를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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