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호 2016년 9월호 [특집] 특집-혼자 산다는 것

[ 1인 가구 조합원도 고려해 줬으면 ]

혼자서도 잘 먹고 살 수 있게

글 _ 사진 이치만

사람은 먹어야 산다. 다들 먹기 위해서 일을 한다. 먹지 않으면 일도 할 수 없다. 이 말을 문자 그대로 놓고 본다면 “노동보다 더 신성한 건 먹는 일이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먹는 일이 중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혼자 사는 사람에게 먹는 일은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나 혼자 한 끼 먹을 양의 음식을 조리한다는 건 어지간히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고는 불가능에 가깝다.

 

 

퇴근하고 매장 가면 물품이 없어
나는 2010년대 초 서울에 있는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혼자 살게 됐다. 지금은 그 생활에서 벗어났지만 이때의 경험에 비추어 본 혼자 사는 사람의 식생활은 이렇다. 일단 음식을 조리하려면 식재료가 필요할 터이고, 식재료를 다루고 조리하는 방법(레시피)을 알아야 한다. 조리 방법에 맞는 기구도 필요할 것이다. 다음 번 조리를 위해서 남은 식재료를 보관하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조리하고자 하는 ‘의욕’이다. 이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음식 조리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1인 가구, 즉 혼자 사는 사람 대부분은 조리를 위해 필요한 위의 요소 중에서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은 빠져 있기가 일쑤이다. 먼저 식재료를 살펴보면 기초 재료, 즉 채소, 해산물, 육류 등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정보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익숙한 몇 가지 재료만 주로 사용하게 마련이고 조리 가능한 음식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거기서 거기다. 여기까지는 1인 가구 대부분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살림 조합원으로서 한살림 물품을 애용하려고 한다면 또 다른 애로 사항이 생긴다. 직장 생활을 하는 1인 가구 대부분은 퇴근하고 오후 6시 전후로 매장에 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시각에 매장에 가면 원하는 물품은 종종 ‘결품’이다. 내가 원하는 물품이 모두 그랬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내 경우, 가볍게 씻기만 하면 몇 가지 메뉴에 응용하기 ‘간편한’ 신선채소류가 그랬다는 거다. 매장 활동가에게 물었더니 “오후 6시가 되면 신선채소류는 거의 빠진다”고 한다. 속으로 ‘그럼 좀 늦게 오는 조합원을 위해 약간 여유 있게 물품을 갖다 놓으면 안 될까?’라는 생각을 한편으로 하면서도, 일찍 장을 보기 힘든 직장인 1인 가구의 핸디캡이라고 여기고 헛걸음하기 멋쩍어서 공산품이라도 구입하고 발길을 돌린 적도 있다.
하지만 토요일 오전에 매장에 들르면 얘기는 좀 다르다. 활동가가 “제철 식재료가 들어왔다”고 큰 목소리로 안내해 준다. 관심이 쏠려서 그 식재료를 어떻게 조리하는지 물어보면 조리법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기도 한다. 그렇게 구입하여 조리해 본 식재료는 약간 특별한 느낌을 준다. 그에 대한 나만의 작은 이야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요일에 부지런을 떨어서 좀 일찍 매장에 들렀을 때의 일이고, 주말에 가족과 함께 지내려면 이 또한 어렵긴 마찬가지다.

 

1인 가구 조합원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건 어떨까? 예를 들어 한살림 식재료를 이용한 ‘간편식’ 메뉴를 소개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즉석식품을 이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간편하기 때문이지 그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즉석식품 대신에 간편한 메뉴를 자꾸 알린다면 1인 가구 조합원의 한살림 생활이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매장에 물품이 없으면 공급을 받으면 된다. 그런데 며칠 뒤에 먹을 음식을 미리 예측해서 주문한다는 게 사실상 어려웠다. ‘한살림 장보기’를 한참 보다가 식재료 주문은 포기하고 대신에 만만한 공산품만 주문한다. 모처럼 의욕을 내어서 공급 주문을 하더라도, 며칠이 지나면 그 의욕은 쉽게 사라져 버리곤 한다. 1인 가구 조합원의 ‘한살림 생활’은 이래나 저래나 쉽지 않았다.
그나마 나는 다행이었다. 내가 속한 한살림서울생협 북동지부에 직장인을 위한 저녁 소모임 ‘밥
풀’(밥으로 풀어 가는 이야기)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한 달에 한 번 모여 ‘그달의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같이 먹으면서 그 식재료에 대한 얘기를 듣고 소감을 나누는 모임이다. 한 달에 한 번이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한살림 생활에 빠져드는 경험이었다. 한살림 식재료가 시중 식재료와 어떻게 다른지 자세히 알아 가는 재미가 있고, 그 식재료를 생산하는 생산자 이야기도 접했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한살림 운동이 지닌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인간관계도 쌓여갔다. 그럴수록 한살림은 내 삶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갔다.
이전에 내 한살림 활동은 매장에서 물품을 이용하는 소비 활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한살림 운동의 가치나 정신을 머리로는 공감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발을 들여놓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분절된 소비자의 자리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다 저녁 소모임에 동참하면서 자연스럽게 한살림 운동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1인 가구 조합원이 나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수동적이고 소비자만의 입장에서 한살림을 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조합원들이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한살림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지금은 서울 광진구에 사는 조합원을 중심으로 ‘밥풀’ 소모임에서 분화한 ‘목요식당’에 참여하고 있다. 함께 음식을 해서 나누어 먹는 소모임 활동을 하면서 ‘한살림 생활’도 적극적으로 하게 됐다.

 

 

1인 가구 위한 모임과 정보가 더 있었으면
먼저 1인 가구 조합원들이 자주적으로 소모임을 만들 수 있도록 계기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밥풀과 같은 소모임을 만들어서 참여 기회를 제공하거나 새내기 조합원을 위한 프로그램과 비슷하게 1인 가구 조합원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직장인을 고려하여 토요일에 진행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1인 가구 조합원들에게 한살림 관련 정보를 자주 노출할 필요도 있다. 쉽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정보가 노출될 때 눈여겨볼 확률도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사실 나는 <한살림 소식지>를 항상 꼼꼼히 보는 편이다. 좋은 정보와 훈훈한 소식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식지에 아무리 좋은 내용이 많더라도 그것을 접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합원들에게 동의를 구해서 ‘푸시 알림’을 발송하는 방법도 있다.
덧붙여서 1인 가구 조합원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건 어떨까? 예를 들어 한살림 식재료를 이용한 ‘간편식’ 메뉴를 소개하는 것이다. 신선채소로 만든 비빔밥, 훈제 닭가슴살 덮밥, 샐러드 한 그릇과 빵(쉽게 샌드위치로 만들 수 있는) 등이다. 나도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즉석식품을 이용할 때가 있지만, 사람들이 즉석식품을 이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간편하기 때문이지 그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즉석식품 대신에 간편한 메뉴를 자꾸 알린다면 1인 가구 조합원의 한살림 생활이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한살림의 가치가 담긴 간편식품을 더 적극적으로 개발하면 어떨지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 이치만 님은 50대 남성 한살림 조합원으로 한살림서울생협 북동지부 대의원으로 ‘한살림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소모임 ‘목요식당’ 창립 멤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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