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4호 2009년 봄 [특집] 살리는 사람, 농부

[ 농부의 몸 농사 ]

바른 농사지어야 농부도 건강하다

글 임락경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살아남으려고 애를 쓴다.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한다. 동물뿐이 아니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인류는 건강하고 오래 살기 위해 온갖 연구를 많이 해왔다. 과학이 발달하고 문화가 발전하면서 인류의 수명이 연장되고 건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루어진 수명연장과 건강한 삶이 더 이상 지속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석탄문명의 시대까지는 그런대로 유지될 수 있었을지 모르나 석유문명기의 인류는 제 건강을 위협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산업이 석탄문명에서 석유문명으로 바뀌어가고, 농업마저 석유에 의존하는 농업으로 변해왔다. 물론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도 많았고 생산량을 늘린 인류의 공로도 인정한다. 그러나 분명 석유문명에 기반을 둔 농업은 안으로부터 잘못 돼가고 있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건강을 해치는 농업이 된 것이다.

 

일찍이 이런 잘못된 석유문명의 농업으로 인한 폐해를 바로 잡고자 생활협동조합을 기반으로 생명을 중시하는 새로운 방식의 유기농산물직거래운동이 생겨났다. 따라서 석유 농업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고혈압, 당뇨, 암, 관절염, 아토피 등의 질병은 바른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생활협동조합의 회원들에게는 발을 뻗칠 수 없어야 한다. 적어도 이 5가지 질병에서만은 벗어나야 할 것이다.

 

고혈압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주로 양반들이 잘 먹고 편식하는 데서 병이 생겼다. 당뇨병 역시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흰쌀밥 먹고 고기 많이 먹고 땀을 흘리지 않는데서 생겨난 병이다. 암 역시 조선시대에도 있었으나 그 때의 암은 지금과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 암은 지금처럼 갑자기 전이 되거나 몇 달 안에 죽거나 하지는 않았다. 즉 혹도 암이고 사마귀도 암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현대의 신생 암은 조선시대 암과 같은 분류의 병이 아니다. 그러니 암의 이름을 다시 지었어야 한다. 담배가 암의 발병 원인이라고 하지만 담배는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물론 잘못 재배하고 만들어진 담배는 암의 원인이 된다. 또 술이 암의 원인이라고 하지만 술 역시 고대부터 우리 생활 속에 있어왔다. 물론 술도 암의 원인이 될 수는 있다. 잘못된 술은 충분히 암을 발생시키는 원인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암의 발병 원인은 잘못된 농산품과 가공식품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바른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부들은 당연히 암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 혹 병에 걸렸다 해도 제대로 지은 농산물을 먹고 자신의 병을 스스로 고쳐야 자격 있는 농부라는 것이다. 누구든지 암 진단을 받은 농부가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음식을 먹어가면서 농사를 지어 왔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농부가 길러낸 농산물이 잘못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가 생산한 농산물은 품질인증을 받고 유기농 상표를 붙인 좋은 먹을거리라 해도, 생산자가 병이 들었다는 것은 정작 자신은 잘못된 농산물을 먹으면서 농사를 지었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만약 그런 유기농 농부가 있다면 먼저 자신의 병부터 깨끗이 고치고 나서, 생산자로 다시 시작할 것을 권하고 싶다.

 

흔한 관절염 또한 일을 많이 해서 생겨난 병이 아니다. 일은 옛날 사람들이 훨씬 많이 했다. 1980년대 혜성 같이 나타난 신종 질병이 관절염인 것이다. 이 병 역시 잘못된 식생활에서 온 것이니 유기농산물 생산자들 가운데 관절염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6개월 정도만 유기농 생산자라는 직함을 떼고 몸을 고치고 나서 다시 건강한 몸으로 농사짓기를 바란다. 아토피 환자가 집안에서 나타나는 것 또한 제가(齊家)를 잘못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

 

이상의 쓴소리들은 내가 평소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농부들에게 간곡하게 권하고 싶었던 말이다. 생산자들이 지은 유기농산물 그 자체가 의심스럽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다. 모두가 엄격한 품질 관리가 있었고, 또 양심을 속이지 않고 잘 지어낸 귀한 농산물들이다. 다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작 그 귀한 농사를 지으면서 농부인 당신은 얼마나 좋은 유기농 식사를 해왔는가 묻고 싶은 것이다. 물론 자신이 지은 유기농산물로 밥도 짓고 반찬도 만들어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대충 아무 가게에서 음료수나 과자, 빵 같은 것을 사다 생각 없이 먹어가며 농사짓는 안타까운 모습들을 부지기수로 보았다.

 

또 담배를 열심히 빨아 물며 농사 짓는 모습도 흔하게 보아왔다. 이미 담배에 중독된 사람에게 담배를 끊으라고는 못하겠다. 다만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데 담배를 끊지 못하고 농사를 지어 미안하다는 생각만이라도 하면서 숨어서 피우길 바란다. 술 또한 마찬가지다. 먹을거리에 철저하면서도 술만은 너무나 분별없이 마시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우리가 좋은 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미진했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유기농산물로 빚은 술은 값이 비싸다. 그러니 농부들이 아무 술이든 마구잡이로 마셔댈 수밖에 없다. 술보다 더한 것은 마구잡이 안주다. 나는 농장에서 일하던 때 동료들이 안주를 아무렇게나 별다른 준비도 없이 생각 없이 사다 먹는 것을 종종 보아왔다. 물론 모든 농부들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농산물보다 농사짓는 사람이 진실해야 한다

먹는 문제는 이쯤에서 접어 두고, 이제는 집과 옷과 생활에 대해 말하고 싶다. 지난 1월 나는 한 생활협동조합의 생산자대표와 장시간 깊은 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다. 도시 소비자들이 생산자 가정에 들어와서 3~4일씩 체험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이는 생산자 대표로서 고민이 많다는 것이었다. 다른 지역은 잘 몰라도 그가 있는 생산지 가정에는 소비자가 들어와 생활할 수 있는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도시 소비자들을 불러들인다면 살림집을 개방하는 사람들로서는 우선 집안 정리 정돈도 걱정이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집안에서 사용하는 합성세제들이라고 했다. 농가에는 합성세제로 만든 샴푸, 치약 같은 것을 안 쓰고 사는 집이 별로 없다고 했다. 물론 전체 생산자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도시 소비자와의 만남을 앞두고 비로소 집안 구석구석 살림의 형태를 엄격하게 돌아보았기 때문에 생긴 걱정거리다. 그는 부부싸움부터 안 해야 하고, 자녀들 교육도 다시 시켜야 한다는 걱정까지 하고 있었다.

 

집 또한 친환경적으로 지어진 건축물이 아니라는 것도 걱정이라고 했다. 일반 도시 집들처럼 조립식도 있고, 벽에 석유제품 단열재를 쓰고 심지어는 석면까지 사용했기 때문에, 아토피 질환이 있는 아이가 잠을 자고나서 가렵지 않아야 되는데 거기까지 미처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모두가 내가 오래 전부터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농부들에게 부탁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이참에 내가 하고 싶었던 쓴소리를 지면을 통해 모두 토해내고 싶다.

 

우선 농부들은 돈을 벌려고 유기농업에 뛰어들지 말아야 한다. 유기농 해서 큰돈을 벌 수 없다. 생산비가 일반농산물보다 몇 곱절 더 든다. 힘도 더 든다. 그리고 농산물 값을 일반 농산물보다 30~50% 더 받아도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큰돈을 벌려면 차라리 일반 관행농처럼 하는 것이 낫다.

 

농사꾼은 아무리 무식해도 자연과 인간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하고 종교도 있고 신앙도 있어야한다. 아니 이것저것 다 없어도 좋다. 그러나 사명감은 있어야 한다. 신념과 긍지가 있어야 한다. 큰돈은 못 벌어도 내가 지은 농산물을 먹고 사는 소비자가 건강하게 살 수 있고 생산자들의 고마움을 알고 살아간다면, 그리고 생산하는 사람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사는데 보람을 느끼며 농사를 짓노라면 돈 많이 버는 것보다 신나는 농사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돈을 벌어서 쓰는 곳은 크게 두 가지, 학비와 병원비다. 학교 문제와 병원 문제만 해결 한다면 지금 벌고 있는 돈의 3분의 1만 벌어도 잘 살 수 있다. 학교 문제는 이곳저곳 많은 대안학교들이 생겨나는데 현실적으로 대안학교는 일반학교보다 학비가 더 든다. 그러니 학교에 가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다. 옛날에도 혼자 공부하는 방법이 있었다. 혼자 공부를 못하면 곁에서 아무라도 가르쳐주면 된다. 지금은 옛날처럼 교재가 부족하지도 않고, 다양한 교육정보가 개방되어 있어 얼마든지 혼자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공부는 원래 농사를 짓고 물건을 만드는 이론을 가르쳐서 다시 농사짓고 물건 만드는 일을 하게 하려는 것이고, 그래서 학교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학교 교육이 잘못되어 학교만 나오면 아이들이 일을 안 하려고 한다. 어느 자녀든 부모가 유기농 농사짓는 것을 보고 배우며 자라면 나중에 같이 농사를 지으면 된다. 그것이 진짜 공부고, 훌륭한 부모요 훌륭한 자녀다. 그러면 고등학교까지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 다닐 수 있다. 농민 자녀는 대학 등록금을 전액 무이자로 10년 분할 상환으로 융자도 해준다. 이 돈을 받아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 자녀들이 갚으면 된다. 못 갚으면 부모재산 정리하면서 갚고, 늙어서 국민연금 받아 살든지 기초생활수급자 되어 정부에서 용돈 받아쓰고, 채소 가꾸고 논 200평만 농사지으면서 건강하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기농업 하는 사람들이 모두 못사는 것이 아니다. 유기농업 몇 년 하다보면 나름대로 이력이 나서 영농자금도 적게 들고 농산물 품질도 높아져 제값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 사람이 얼마나 신념이 있고 정직하느냐 하는 신뢰의 문제다. 농산물보다 농사짓는 사람이 진실해야 한다.

 

 

이제는 병원 문제다. 유기농을 하고 살면 병이 나지 않는다. 나는 유기농업을 하면서 지금처럼 지저분한 병, 못 고칠 병에 걸리면 제대로 유기농업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본다. 물론 교통사고 같이 외부에서 오는 병은 어쩔 수 없어도, 내부에서 발생한 병은 70% 이상이 음식을 잘못 먹어서 생겨난 것이다. 제대로 된 농산물만 먹고 살면 병이 나지 않는다. 결국 생산자가 건강해야 소비자가 건강할 수 있다.

 

요즈음 질병의 원인은 잘못 길러진 농산물을 먹고 생겨난 병들이다. 제초제, 화학비료, 맹독성농약, 성장촉진제 등에서 오는 질병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이렇게 음식을 잘못 먹고 난 병은 병원에서 제대로 고치지 못한다. 이런 병들은 음식만 잘 먹으면 고쳐진다. 옛날에 있었던 홍역, 마마, 염병, 폐결핵 같은 병은 먹을 것이 없어 제대로 먹지 못해 생겨난 병들이고, 잘 먹고 사는 지금에 와서는 고치기도 쉬운 병이 되었다. 그러나 새로 생겨난 백혈병,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 중풍 같은 것은 대개 지나치게 잘 먹어서 생긴 병이다. 적게 먹고 편식하지 않으면 고치기 쉬운 병이라는 것이다. 관절염, 암, 아토피 같은 질병도 환경 오염된 음식물을 먹고 생겨난 것이다. 이것 역시 자연식만 철저히 하면 병이 나지도 않을뿐더러 고치기도 쉬운 것이다.

 

농부가 농사를 바로 지으면 건강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부터 명심하자.

 

 

 

글을 쓴 임락경(정농회 회장) 님은 강원도 화천의 ‘시골집’이란 교회에서 장애인 노약자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돌팔이 잔소리> <먹기 싫은 음식이 병을 고친다> 등의 책으로 바른 먹을거리를 통한 치유의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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