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호 2016년 9월호 [특집] 특집-혼자 산다는 것

[ 청년들이 스스로 만든 공유형 사회주택 달팽이집 ]

세입자가 주인인 공동주거

글 임소라 _ 사진 민달팽이협동조합

부모에게서 독립하여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 세대에게 ‘주거 문제’는 경제적으로 가장 큰 부담이다. 높은 집값, 불안정한 일자리, 낮은 임금 때문에 청년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한정적이다. 고시원 등의 비주택에 사는 전국 13만 가구 가운데 서울 청년 1인 가구가 18.4%, 2만 4천 가구에 달한다. 이런 문제를 협동조합 방식의 공동주거로 풀어 가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평범한 다수의 사람이 처한 사회적 문제 ‘집’
한국 사회에서 ‘집’은 오랜 기간 돈을 벌기 위한 투자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주택시장은 비정상적으로 부를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어 냈고 그 과정에서 돈을 벌지 못한 사람의 집 문제는 오로지 개인의 문제로 여겨졌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집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이는 단지 한 세대에서만 겪으면 끝날 일이 아니다. 삶의 토대인 집, 주거가 안정적이지 못하고 버는 돈을 계속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월세를 내야 하는 사람에게 더 나은 삶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턱없이 ‘부족한 공공임대주택’ 그리고 ‘비싼 민간임대주택’ 사이에서 집을 소유하지 못한 다수의 사람이 어려움과 고통을 견뎌 내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2011년 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기숙사 수용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했다.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본 경험이 없던 이들이 모여 반찬도 만들고 달팽이 빵도 만들며 주거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학 담장을 넘어 서울 전반에서 많은 청년이 불합리하고 열악한 주거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사회로 나와 시민단체로 활동을 시작했다. 청년을 대상에서 삭제한 주택정책을 향해 공공임대주택에 지원하기 어려운 청년들의 입주 기준 개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불투명한 관리비, 집을 구하려면 빚만 내라는 정부 정책에 목소리를 내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만이 아니라 청년들처럼 소외된 사람들이 주거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달팽이집은 조합원들이 같이 만들고 채우는 공간이다. 쌈짓돈을 모아 집을 빌리고 리모델링 비용을 아끼기 위해 자기가 살 집이 아닌데도 함께 팔을 걷어붙여 페인트를 칠하고 조명을 달았다.

 

 

‘달팽이집’을 만든 당사자들
정책이나 행정을 움직이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저렴한 주택 공급의 가능성’과 ‘관계 맺는 삶의 긍정성’을 보여 주기 위해 민달팽이유니온에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민쿱)을 설립하여 공유형 사회주택 ‘달팽이집’을 만들었다. 1계좌(5만 원)부터 200계좌(1천만 원)까지 청년들은 쌈짓돈을 꺼내어 민쿱의 조합원이 되었다. 2014년 2월, 약 70여 명의 청년이 모여 민쿱 창립총회를 열고 그해 8월, 달팽이집의 첫 입주조합원 5명이 탄생했다. 조합원 모두 입주하지는 못했지만, 함께 기뻐했다. 개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막막한 주거 현실에서 ‘어쩌면?’이라는 기대감과 간절함이 실질적인 필요로 모여 민쿱과 달팽이집이라는 대안으로 나타났다.
달팽이집은 2014년 5월 1호부터 현재 6호까지 공급되었다. 조합원들의 출자금을 모아 공급한 1호는 지난 2016년 5월 임대 계약 종료로 아쉽게 이별하였고 현재 다섯 곳의 달팽이집에서 약 70여 명의 입주자들이 따로 또 같이 살아가고 있다. 약 2년 동안 조합원들은 달팽이집과 함께였다.
달팽이집은 조합원들이 같이 만들고 채우는 공간이다. 쌈짓돈을 모아 집을 빌리고 리모델링 비용을 아
끼기 위해 자기가 살 집이 아닌데도 함께 팔을 걷어붙여 페인트를 칠하고 조명을 달았다. 그렇게 달팽이집 3, 4호가 탄생했다.
달팽이집에서 산다는 것은 집을 찾는 이들에게 삶의 방식에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고 보여 준다. 그전까지 서로 몰랐던 남남이 만나 부대끼고 소통하는 법을 알아 가며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다. 지금도 계속 나와 너를 존중하며 신뢰하는 관계로 우리가 되는 새로운 주거 문화를 만들기 위해 품과 시간을 들이고 있다. CCTV보다 관계가 서로에게 안전망으로 작동된다고 생각하며 늦은 밤 집에서 버스정류소까지 2~3명이 마중을 나가는 ‘귀갓길 출동’ 등 서로를 돌보는 방식을 찾아 나간다. 품이 들고 좀 귀찮을 것 같지만, 달팽이집에 사는 것이 어떤 의미냐고 물어보면 입주민들은 예상보다 더 긍정적이다.
“혼자 살면 안 했을 소소한 것들을 해 보게 된다. 이를테면 아침밥 같은.”
“고립과 불안함을 혼자 견디는 것이 당연했던 이전에는 늘 경계하는 마음이었다. 정서적인 안정감까지 찾은 지금은 타인과 사회를 둘러보는 여유도 생겼다.”
“서울 살이 7년 만에 드디어 ‘우리 동네’가 생겼다.”

달팽이집을 거쳐 온 사람들과 함께 다섯 개의 가치를 뽑았다. ‘공유, 공존, 자발, 관계, 안정’. 이것은 달팽이집에서만이 아닌 달팽이집이 사회와 함께 조금씩 해 나가고자 하는 새로운 주거 문화 실험이다.

 

 

달팽이집에 함께 살기 전까지는 서로 몰랐던 남남이 소통하며 새로운 주거 문화를 만들어 간다.

 

 

1인 가구들의 안전망, 새로운 가족 실험
혈연관계로 작동하는 사회적 안전망, 4인 가구 중심의 정책, 이 속에서 1~2인 가구가 홀로 사회에 섰을 때 작동하는 안전망은 사실상 없다. 간혹 뉴스에서 사회적 고립 때문에 발생하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며 만약 그들 곁에 누군가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온전히 혼자여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다수의 사람은 관계가 필요한 사회적 동물임은 틀림없다.
“같이 살면 안 싸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잘 모르던 사람과 같은 집에서 공간을 공유하며 살기는 당연히 쉽지 않다. 갈등을 분리하고 삭제해 버리는 방식이 아니라 갈등을 마주하고 조정·관리하는 방법을 함께 찾아 나가는 것이 우리 달팽이집의 방식이다. 좋고 나쁜 경험들을 함께 나누며 신뢰를 쌓고 갈등을 조정해 나간다면, 그리고 잘해 볼 수 있게 서로 조금 돕는다면 관계 맺어 사는 삶, 훨씬 풍성한 삶이 가능해질 것이다.
집을 짓고 팔고 임대하는 과정에서 건설업자, 은행, 집주인 등은 예상되는 공실 부담을 모두 임대료에 포함해 세입자의 부담으로 떠넘긴다. 현재 보통의 주택 시장에서 임대료를 주도하는 것은 집주인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세입자(소비자)들이 모여 공실 부담을 삭제한다면 어떨까? 세입자 한 명은 힘이 부족하지만, 집단으로 모여 단합하면 오히려 임대료를 우리가 제시하며 주택 시장을 이끌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달팽이집에 내는 임대료는 또 다른 달팽이집을 만드는 비용으로 사용되어 생산적 소비, 가치 소비의 선순환을 이룬다. 그래서 민달팽이유니온에서는 서울은 물론 여러 지역의 세입자들과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고 필요를 모아 힘을 더 단단히 키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직도 여전히 좀 더디고 서툴지만, 개인이 아니라 함께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처음처럼 우리는 앞으로도 협업과 협동으로 함께 방법을 찾아 나가려 한다.

 

 

 

달팽이집 6호의 외부 전경.

 

 

민달팽이유니온: minsnailunion.tistory.com / minsnail.housingcoop@gmail.com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조합원: 1계좌(5만 원) 이상 출자하고 매달 운영비(1만 원 이상)를 내면 주거 상담 서비스, 공인중개 서비스, 룸메이트 매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6계좌 이상 출자하면 달팽이집 입주 우선권이 주어진다.

달팽이집: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성북구 동선동, 은평구 신사동, 녹번동, 마포구 아현동에 있다. 1인실부터 3인실까지 입주 유형이 다양하고 공유부엌, 공유거실, 옥상, 정원 등을 갖추고 있다.

 

↘ 임소라 님은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사회주택국장으로 일하며 달팽이집 2호에 살고 있습니다.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1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