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호 2016년 9월호 살림,살림

[ 살림의 현장-사드 배치 철회 촛불문화제 ]

평화를 위해 성주와 함께 촛불을

글 구현지 편집장, 박경옥 _ 사진 장진영

지난 7월 13일, 정부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지역으로 발표한 경북 성주군은 참외로 이름난 고장이다. 한살림의 참외 생산지 참살이공동체와 가야산공동체가 바로 이곳에 있다. 성주군민들은 사드 배치가 발표된 그날부터 매일 성주군청 마당에서 ‘사드 배치 철회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8월 23일, 42일째 촛불문화제가 열린 성주를 찾았다.

 

 

 

성주군민들 흔들리지 않아
이천강을 건너 성주읍내로 들어서면서부터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하는 현수막이 길을 따라 20~30m 간격으로 끊임없이 걸려 있다. 농민회나 시민단체뿐 아니라 초등학교 동문회, 예술단체, 음식점이나 미용실 등 없는 이름이 없다. 성주군민들 모두가 나선 듯하다. 사드 배치 지역 발표가 나던 7월 13일부터 성주군민들은 매일 저녁 촛불문화제를 열어 사드 배치를 반대해 왔다.

8월 17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성주를 방문했고 국방부에서 ‘대체부지’를 언급하면서 성주군민들의 마음을 흔들려 시도했다. 8월 22일에는 그동안 반대투쟁에 함께했던 김항곤 성주군수가 군민과 상의 없이 기습 기자회견을 열어 “제3후보지 검토를 수용한다”고 발표하였다. 매일 저녁 촛불문화제가 열리던 군청 마당에 전기를 끊고 화장실 사용도 막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 성주군민들의 주장은 변함없이 사드 배치 철회와 원점 재검토입니다.”
성주군청 마당에서 만난 참살이공동체 이재동 생산자는 성주군농민회장으로 촛불문화제 사회를 맡고 있다. 예년 같으면 8월 말까지 참외 농사를 짓는데 올해는 사드 배치 반대투쟁 때문에 2주가량 농사를 빨리 끝냈다.
성주군수가 돌출 행동을 했지만, 성주군민들의 마음은 굳건하단다. 국방부에서 제3후보지를 받아들이라는 식으로 흔들었지만, 원칙은 변함없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 사드 배치 반대”라고 한다.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에서는 제3후보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어디가 됐든 성주 아닙니까.”
정부 편을 드는 보수 일간지들이나 방송사들에서 마치 성주 모두가 ‘제3후보지’를 받아들인 양 오해할 뉴스를 내는 바람에 성주군민들은 언론에 성이 났다. 군청 앞 식당에서 만난 한 군민은 “언론들이 성주 사람들을 분열시키려는 것 같다. 성주 소식이 궁금하면 연합뉴스나 조선일보 말고 팩트TV랑 오마이TV, 뉴스민에서 확인하라”고 알려준다.

 

 

국방부에서 제3후보지를 받아들이라는 식으로 흔들었지만, 원칙은 변함없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 사드 배치 반대”라고 한다.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에서는 제3후보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어디가 됐든 성주 아닙니까.”

 

 

남녀노소 함께하는 촛불문화제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저녁 8시. 군청 마당이 벌써 꽉 찼다. 매일 1천여 명 이상 모인다. 전날 군수가 기자회견을 하고 전기를 끊었지만, 군민들은 기가 죽기는커녕 평소 모이던 인원보다 더 많은 2천여 명이 참여하여 군수를 성토했다. 결국 군청 측은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꿔 다시 전기를 공급하고 화장실도 사용하도록 했다. 문화제에는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다. 성당과 교회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촛불과 리본을 나눠 주었다.
촛불문화제는 성주군민을 비롯해 여러 사람의 자유 발언, 노래와 율동공연, 영상 상영, 구호 외치기 등으로 진행된다. 이날 자유 발언 시간에는 제3후보지로 거론된 성주군 초전면 이른바 ‘골프장 동네’의 이석주 초전면대책위 공동위원장이 찾아왔다. “성주투쟁위원회가 결성될 때 초전면에서도 연대하려고 대책위를 함께 결성했다. 그런데 이제 우리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성주읍과 초전면이 힘을 합쳐 사드가 성주에 발을 못 붙이게 하자. 성주에서 막아 내면 대한민국 어디에도 사드는 못 들어온다.”
문화공연도 군민들 스스로 만든다. 풍물공연, 기타연주, 율동공연 등이 이어졌다. 또 ‘사드 반대’로 개사한 노래들을 참여자들과 모두 함께 불렀다. 매일 문화제가 열리다 보니 노래도 구호도 척척이다. 사회자가 “문화제를 처음 할 때는 노래나 율동이 좀 서툴렀는데 이제 정말 다들 잘한다”고 너스레를 부렸다. 문화제 중에 ‘사드 막아 내자’ ‘박근혜 정부 반대한다’ 같은 구호를 여러 번 외치고는 했다. 성주군민들은 매일 촛불문화제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사드 배치가 철회되는 날까지 지치지 말고 함께하자는 투쟁 의지를 높이고 있었다.

 

 

“성주의 진실, SNS로 함께 알려 주세요”
촛불문화제 사회를 맡은 참살이공동체 이재동 생산자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 성주에서 사드 배치를 막아 내면 전국 어디에도 못 갈 것이다. 김천시에서도 지난 주말부터 촛불문화제를 열기 시작했고, 대구에서도 금요일마다 촛불문화제를 연다. 50일째 되는 날, 전국 50곳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8월 27일(토)에는 여기 성주군청에서부터 성산포대까지 ‘인간 띠 잇기’ 행사를 한다.
성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함께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성주군민들끼리 힘이 충분했는데, 이제는 사드가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고 평화를 위해 전국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나 보수언론에서 ‘외부세력’이라고 공격하고는 했는데 지난 8월 18일에 전국 170개 단체가 함께하는 ‘사드한국배치저지 전국행동’이 꾸려졌으니 전국적인 연대에 나설 때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첫째, 보수언론의 오보를 믿지 말고 실제 성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 달라. 둘째, 성주뿐 아니라 전국 어디에도 사드 배치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전에는 잘 몰랐는데 성주의 문제가 되어 공부해 보니 사드는 오히려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무기체제일 뿐이다. 자기 자리에서 지역 촛불문화제 같은 것을 열거나 SNS 등으로 소식을 많이 알려 주면 좋겠다. 셋째, 우리 한살림이 지향하는 생명, 평화, 농업살림의 가치에 사드는 크게 배치된다.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상주 조합원도 사드 반대에 함께해요”
글 박경옥

 

내가 사는 곳은 경북 성주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이름도 비슷한 상주다. 사드 배치 반대 촛불문화제를 성주에서 시작한 지 오늘로 37일째라고 한다. 성주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생각에 촛불문화제에 함께했다.
언론에서는 떠들기 시작했다. 국가안보 문제이니 반대하는 건 북한을 돕는 거라고. 그러니 받아들이라고, 반대하는 건 지역이기주의라고. 아니다. 사드 배치 반대는 지역이기주의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이 나라 이 땅의 평화를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우리를 위해 성주군민들은 37일째 촛불을 들고 군청 마당에 매일 밤 1천여 명이 넘게 ‘사드 반대’를 외치며 모인다. 젊은 부모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손자 손녀가 눈에 밟히는 어르신들은 지팡이에 의지하며 군청 마당으로. 어느새 성주군민은 투사가 되어 있고 사드 전문가가 되어 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외면했던 제주의 강정마을이, 밀양이, 세월호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이 나라는 국민을 투사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8월 15일 광복절에는 900여 명의 군민이 삭발을 했다. 8월 17일 국방부 장관이 성주를 방문해 제3후보지를 거론했고, 거론되는 지역에서 또 난리가 났다. 성주에는 한살림 참외 생산 공동체가 두 곳 있다. 참살이공동체와 가야산공동체. 농사는 뒷전이다. 일 년 동안 참외 농사를 짓고 지금이 딱 쉬는 계절이라고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내년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가 오면 어찌할지 걱정이라고 하신다. 하지만 영주·상주·의성 등 주변 지역에서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며 작지만 의미 있는 집회를 열고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서도 함께하고 있다. 한살림경북북부생협과 전국생산자연합회 등에서 적은 금액이지만 성주에 성금을 전달하고 성주만의 싸움이 아니라고 힘내시라는 응원을 보내고 왔다. 주변에서 우스갯소리로 “잘 좀 뽑지 그랬어” 하는 말이 성주군민들 뼈에 사무친다고 한다. 아니 성주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뼈에 사무치는 말이 아닐까 싶다.

 

↘ 박경옥 님은 한살림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는 ‘오지랖 넓은 아줌마’로, 현재 한살림경북북부생협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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