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호 2016년 9월호 편집자의글

[ 편집부에서 ]

불편한 진실

글 구현지 편집장

 

10년 전 앨 고어가 쓴 《불편한 진실》(2006)을 보았습니다. 미국의 전직 부통령이며 환경운동가인 앨 고어가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바탕으로 하여 만든책으로, 풍부한 사진과 그림을 활용하여 지구 환경의 위기를 보여주고 지구온난화를 막자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 책은 영화와 더불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고 아마도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생각과 삶을 바꿨을 것입니다. 나도 그랬어요.

 

이 책을 처음 만나 첫 장을 넘기기 전에 이미 ‘불편한 진실’이라는 표지 제목이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어느덧 지금은 책이나 글의 제목에 흔한 표현이 되었는데, 그때 ‘불편’과 ‘진실’이란 조합의 충격은 내 생각과 행동을 돌아보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전까지 ‘진실이란 바르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던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이라는 말을 인식한 뒤부터 어쩌면 내게 무언가가 불편하게 여겨진다면 그 안에 진실의 파편이 숨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 책과 영화와 앨 고어의 운명, 지구온난화와 같은 의제를 둘러싼 논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은 온통 불편 덩어리입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TV나 인터넷으로 짧은 뉴스를 훑어보기만 해도 벌써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 정치권과 재벌의 비리, 소녀상 이야기, 초록색 낙동강 물의 사진 등 너무 불편해서 눈을 돌리고 싶습니다. 이런 사회 뉴스뿐 아닙니다. 며칠 비가 왔는데 집의 창문이 너무 더러워졌고 냉장고에 깜빡 잊고 제때 조리하지 못한 식재료들이 시들해지고 있고 주말에 깜빡 놓친 화장실 청소라든가 사소하게 반복되는 일상의 불편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이 불편하고 켕기는 이유는 한 겹 이상의 진실이 있다는 것을 어슴푸레하게라도 알아챘기 때문 아닐까요? 다음의 불편을 피하기 위해 지금의 불편에 눈감고 모르는 척 넘어가고 싶은 무의식이 뾰족뾰족 양심을 건드리는 걸까요? 창문에 남은 더러운 흔적은 공기와 비가 오염되었다는 진실을 드러냅니다. 나의 부주의가 곧 음식물쓰레기를 만들어 낼 것이고 청소 문제로 동거인과 말다툼을 하게 될 텐데 그건 서로 생활 습관의 고질적인 부분을 고쳐야 해결될 테죠. 또 어쩌면 사소한 건망증에 뭔가 더 심각한 건강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도 더합니다.

 

이달 《살림이야기》에도 실은 불편한 진실이 가득합니다. 그중에 무엇이 가장 불편하신가요? 불편함의 직접적 이유 뒤에 켕기는 좀 더 숨은 이유가 있을까요? 그걸 고치려면 당장은 좀 수고스럽고 불편하겠지요. 그래도 우리는 선량한 사람이기 때문에 마음의 불편함, 나아가 미래의 불편함을 마냥 덮어 두지는 못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들려주세요. 함께 고쳐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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