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호 2016년 8월호 살림,살림

[ 땡땡땡! 새 책 읽을 시간입니다 ]

《고통에 반대하며》 외 4권

글 땡땡책협동조합

고통에 반대하며 타자를 향한 시선
프리모 레비 지음|심하은·채세진 옮김|북인더갭 펴냄|392쪽|1만 5천500원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억을 기록으로 남긴 《이것이 인간인가》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의 지은이 프리모 레비의 작품이다. 이 책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잔혹한 고통을 관통하여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한 지은이의 아우슈비츠 수용 이전의 기억들을 복원해 낸다. 과학과 현대 문명에서 나비, 다람쥐, 딱정벌레 같은 작은 동물들에 이르기까지 타자를 향해 던지는 시선이 폭넓다. 그 속에서 이 시대에 고통은 인류에게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며 세상에 고통받아도 될 존재는 없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만약 이 사람에게 아우슈비츠 수용과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이란 상상의 물음을 던지면 슬픔이 찾아온다.

 

 

외박 고공농성과 한뎃잠
정택용 지음|오월의봄 펴냄|232쪽|3만 원

쌍용차, 기륭전자, 대추리, 강정, 밀양, 용산…. 사명이나 지명만으로 기억하기에는 돈과 폭력의 냄새가 너무 짙은 현장. 곤두박질치는 삶을 어떻게든 막아 보려고 타워크레인으로, 송전탑으로, CCTV 철탑으로 올라가야 했던 사람들과 땅 위에서 이들을 지켜 주며 한뎃잠을 잔 사람들을 사진에 담았다. 수많은 이들이 알아서 좌절하고, 알아서 죽어야 하는 참혹한 시대, 주류 언론이 외면해 버린 비참의 현장에서 지은이는 묵묵히 기록하는 목격자가 되어 갖가지 이유로 일터와 삶터에서 쫓겨나고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방귀의 예술
피에르 토마 니콜라 위르토 지음|성귀수 옮김|유유 펴냄|122쪽|9천 원
‘변비증을 앓는 사람, 근엄하고 심각한 인간, 우울증에 걸린 마나님 그리고 편견의 노예로 사는 모든 이를 위한 체계적인 이론생리학적 시론’이라는 긴 부제가 붙은, 작고 얇고 황당하고 유쾌한 프랑스 코믹 메디컬 문학의 고전이다. 사람이 하루에 뀌는 방귀 수는 평균 13회, 배출되는 가스는 평균 700mL이며, 최근엔 소화기 계통이 세분화되면서 ‘방귀학’이란 분야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의사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볼테르, 루소, 디드로와 함께 당대 프랑스 사교계를 주름잡던 지은이는 ‘방귀’라는 주제를 통해 가식과 편견에 사로잡힌 인간을 통렬히 꼬집는다.

 

 

군터의 겨울
후안 마누엘 마르꼬스 지음|조구호 옮김|알렙 펴냄|420쪽|1만 4천 원
“세상이 끝날 때 거대한 하늘색 재규어가 세상을 파괴하는데, 오직 구아라니 족 인디오들만 살아남아 ‘악이 없는 땅’에서 그들의 왕국을 세운다.”
구아라니 신화를 바탕으로 옛 질서를 파괴하고 새 질서를 만들겠다는 유토피아적 세계관을 보여 주는 라틴아메리카 소설이다. 파라과이의 파시스트 독재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항했던 지은이는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의 시공간을 오가며 반항적인 10대와 성공한 관료, 탐욕에 찌든 군인, 현실에 타협하고 안주하는 기성세대를 등장인물로 내세우며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권력의 어두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국전쟁 냉전시대 최초의 열전
베른트 슈퇴버 지음|황은미 옮김|한성훈 해제|여문책 펴냄|324쪽|1만 7천 원

1945년, 1950년, 1953년, 그리고 그 뒤 세계는 한국을, 한국은 세계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올해로 발발 66주년, 휴전 63주년이 되는 한국전쟁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접근한 책이다. 통일을 이룬 독일의 시선으로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 상태에 놓인 한반도를 바라보는 지은이는 ‘냉전시대에 발발한 최초의 뜨거운 전쟁’으로 한국전쟁을 규정한다. 20세기 냉전과 분단의 세계사에서 독일과 한반도를 비교하고 하나의 사건을 전혀 다른 관점과 맥락에서 살피는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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