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호 2016년 8월호 살림,살림

[ 협동의 힘-건강한 외식문화 만들어 가는 밥이야기협동조합 ]

협동하여 좋은 밥 먹자

글_ 사진 우미숙 편집위원

경기 부천시 상2동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밥이야기’는 한살림서울생협 경인지부 전·현직 활동가와 실무자 들이 꾸린 밥이야기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친환경 밥집이다. 한살림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이곳은 여섯 명의 출자금 4천만 원으로 공간을 임대하고 내부를 꾸며 올해 1월에 문을 열었다.

 

 

밥이야기협동조합(밥이야기)은 직원과 자원봉사자 조합원이 참여하는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이다. 김영미 이사장과 이혜진 이사가 밥집 운영을 맡은 직원조합원이고 나머지 네 명은 자원봉사자조합원으로 참여한다. 조합원 여섯 명이 모두 임원이며, 의무적으로 매주 4시간 자원봉사를 한다. 밥이야기는 밥집만 운영하지 않는다. 상2동 주민센터와 협력하여 지역 저소득 가정 두 곳에 주 2회 반찬을 후원한다. 또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는 마을 공원에서 지역 커뮤니티인 상상지기공동체와 함께 ‘동네가예술’ 행사를 연다. 여기서 요리체험교실도 하고 생산지 물품도 판매한다.
밥이야기는 지난해 12월에 협동조합 창립대회를 열고 올해 1월 말에 밥집을 시작했다. 문을 연 지 1년이 채 안 됐지만 한살림 조합원뿐 아니라 가까이에 사는 마을 사람들, 특별히 건강식을 찾는 이들 등 손님이 하루하루 늘어간다. 얼마 되지 않지만 이익잉여도 생겼다.

 

 

밥이야기협동조합의 직원조합원인 김영미 이사장(왼쪽)과 이혜진 이사는 평소 뛰어난 손맛을 인정받아 밥집 운영을 맡게 되었다.

 

 

밥집은 엄연한 사업
밥이야기 운영을 도맡은 김영미 이사장과 이혜진 이사는 한살림에서 함께 활동해 온 동갑내기다. 이들은 1년간 협동조합 공부모임에 참여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함께 고민하다가 “가장 잘하는 것이 한살림 물품으로 밥상을 차리고 그것으로 조합원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밥집을 떠올렸다. 손맛이 특별히 뛰어난 김영미 이사장과 이혜진 이사가 주축이 되었다.
김영미 이사장은 “친환경 밥집을 열어 생산자도 돕고 농업도 살린다는 생각에 즐겁고 의욕이 났다”며 마음 설레던 처음을 떠올렸다. 하지만 밥집을 여는 순간, 현실은 달랐다. “전체 비용에서 식재료의 비중도 따져야 하고, 인건비와 운영비, 미래를 위한 비축금까지 여러모로 신경 써야 하여 엄연히 이건 하나의 사업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동안 해 온 활동의 연장이면서도 협동조합 사업체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하는 회계담당 이혜진 이사는 사업 운영을 잘해야 친환경 밥집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일을 계속 이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협동조합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특별한 이유가 없다. 우리는 식당사업을 그럴듯하게 해서 돈벌이를 하자는 생각보다 쌀 소비를 늘리고 건강한 밥상을 제공한다는 즐거운 상상을 했다. 그동안 해 온 활동이 생협 활동이었기에 법인을 세운다면 당연히 협동조합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영미 이사장의 말대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이들의 협동조합 운영 방식은 조금 특별하다. 여섯 명의 조합원이 모두 이사와 감사를 맡으며, 한 달에 한 번 이사회를 한다. 회의에서 밥집 메뉴와 가격, 지역 연대 활동과 봉사, 회계 등 시시콜콜한 사안까지 논의한다. 밥집 운영은 직원조합원 두 사람이 도맡으니 알아서 결정해도 아무도 뭐라고 말할 사람이
없지만, 이들은 오히려 여섯 명 모두 같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맞춰 가는 게 더 편하다.

 

 

밥이야기는 우리 쌀을 먹고 싶은 마음, 건강한 밥상을 사람들에게 더 널리 알리고픈 마음으로 시작했다. 지역 저소득 가정에 반찬을 후원하고 지역커뮤니티와 함께 한 달에 한 번 ‘동네가예술’ 행사를 연다. 사진은 밥집 내부 풍경

 

 

유기농쌀과 한살림 식재료 원칙
음식값이 일반 식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식재료값을 생각하면 손해 보는 장사다. 고춧가루와 마늘, 참기름, 현미유 같은 양념류를 한살림 식재료로 사용하다 보니 식재료 비중이 음식값의 절반을 넘어선다. “일반 식당에서 왜 중국산 농산물을 쓸 수밖에 없는지 알겠다”는 이혜진 이사는 “남기지 않을 만큼 밥과 반찬을 담고, 양념을 지나치게 넣지 않는 조리법”으로 양념에 드는 비용을 줄인다.
식재료는 한살림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과 생산지와 직접 거래하는 경우를 포함해 90% 이상이 한살림 물품이다. 밥은 한살림 유기농쌀로 짓는다. 밥의 소중함을 잘 알기에 반드시 지키는 원칙이다. 장아찌나 김치 외에 나물이나 주 요리는 제철 생산물에 따라 바꾸어 낸다. 닭개장·고추장감자조림·단호박요거트샐러드 같은 금요일 특별메뉴도 있다.
요즘 주 요리는 코다리강정이 들어가는 하늘밥상(1만 원), 간장돼지불고기가 들어가는 이야기밥상(8천 원), 비빔밥·부대찌개(7천500원), 콩국수(7천 원), 이야기김밥(4천 원)과 꼬마채소김밥(2천500원)이다. 이 중 부대찌개는 얼큰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마련해 밥이야기 음식 중에서 가장 자극적이다. 양념은 한살림요리학교 순두부 양념 요리법을 적용해 만들었고 한살림 햄과 소시지를 넣은 최고 품질의 부대찌개다. 육수와 양념을 곁들여 포장해 갈 수도 있다.

 

 

경기 부천시 상2동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협동조합 밥집 밥이야기

 

 

머리 맞대고 손 맞잡을 사람 있어 든든
매월 이사회를 열기 전에 협동조합 공부를 한다. 지금 읽는 책은 《지역을 살리는 협동조합 만들기 7단계》(2012)다. 지은이 그레그 맥레오드 신부는 협동조합 만들기의 가장 첫 단계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찾으라고 말한다. 그만큼 협동조합에서 사람 관계는 시작이며 전부이다. 밥이야기 사람들은 협동조합 밥집을 운영하면서 늘 든든하다. 어떤 일도 혼자 짊어지고 가지 않고 항상 의논하고 도와주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직원조합원 두 사람이 매월 급여로 80만 원을 받는다. 이는 처음부터 조합원들이 약속한 바다. 앞으로 수익이 나면 급여를 더 올려도 될 법한데 이들은 “우리는 급여를 더 받을 생각은 없다. 단 수익이 난다면 오전, 오후로 나눠 더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이들은 밥이야기를 통해 몇 사람의 생활비를 늘리기보다 건강한 밥상을 차리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을 더 하고 싶기 때문이다.

 

 

제철 재료로 만드는 반찬을 내는 집밥 하늘밥상과 우리밀과 국산콩으로 만드는 콩국수

 

 

밥이야기협동조합
주소: 경기 부천시 조마루로 105번길 30
전화: 032-325-3601, 010-9901-4193
운영 시간: 월~금 오전 11시 30분~오후 8시(브레이크타임 오후 3시~5시), 토 오전 11시 30분~오후 5시(예약하면 그 이후까지 가능)

 

 

↘ 우미숙 님은 한살림성남용인생협에서 활동했고 현재 사회적경제 공부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만은 알고 먹자》, 《협동조합 도시, 볼로냐를 가다》(공저), 《공동체도시》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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