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호 2016년 8월호 살림,살림

[ 지리산 동네부엌-치자밥·병어찜·토마토감자조림·가지냉국 ]

담백한 가지냉국이 딱 좋은 막바지 여름

글 고은정 _ 사진 류관희

여름 건강, 보양식만이 답은 아니다
여름 더위를 이기는 건강한 음식으로 먹는 삼계탕이 좀 지루해지는 8월이다. 더위에 지치다 못해 이제 한 달만 참으면 바람이 살랑거리는 선선한 가을이 올 것이라는 최면을 걸고 사는 때가 나에게는 8월이다. 이럴 땐 더위를 내리고 기운을 보충한다는 좀 식상한 음식과는 사뭇 다른 음식이 먹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럴 땐 알록달록하게 지어진 밥도 더위와 싸우는 나에게 제법 위로가 된다. 알이 꽉 찬 병어 두어 마리를 감자와 함께 조려 차리는 밥상엔 입이 벌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창 여름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완숙토마토와 함께 푹 무르게 끓여 먹는 감자는 별미처럼 느껴진다. 더운 국이 부담스러운 때니 인위적인 단맛을 뺀 담백한 가지냉국이 딱 좋다고 여겨지는 막바지 여름이 바로 8월인 것 같다.

 


저고리 해 입고 나들이 가고 싶게 노란 치자밥
입 큰 여자가 크게 웃는 것처럼 환하게 피는 치자꽃이 지면 그 자리에 푸르고 작은 열매가 생겨나 자라서 붉게 노란, 성숙한 열매로 우리에게 온다. 그 열매를 따서 말려 두면 음식에 다양하게 쓸 수 있어 여간 요긴한 것이 아니다. 치자는 찬물에 10분만 우려도 노랗다 못해 붉은색마저 도는 짙은 노란색이 나온다. 그걸 기다리지 못하고 빨리 우려야겠다고 서두르면서 더운물을 부어 우리면 나오는 탁하고 보기 싫은 노란색은 마치 여유 없이 사는 우리 삶을 비웃는 것처럼 보인다. 찬물에 우려 눈이 부시게 예쁜 노란색 치자물을 어머니나 할머니는 주로 밀가루 반죽에, 색을 더하는 음식에만 쓰셨다.
어머니 할머니와 달리 나는 맛이 살짝 쓰고 성질이 차지만 독은 없는 치자를 음식에 노란색을 더하는 용도를 넘어 몸의 열을 내리는 등의 건강을 지키는 음식에 쓰게 된다. 특히 찌는 듯한 여름 더위를 먹은 우리 몸의 열을 내리는 음식에 사용하면 꽤 유용하므로 애용하는 편이다. 열로 두통이 나거나 눈이 충혈되어 불편할 때, 혹은 열병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흥분되어 진정되지 않을 때 약처럼 사용하는 치자가 아니더라도 아주 가볍게 음식에 활용하면 좋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는 음식으로 치자도 한몫을 하는 셈이다.

 

 

여름 매실과 만나 완성되는 음식 병어찜
살과 뼈가 연하고 지방이 적어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으뜸이라 뼈째 먹는 횟감으로 사랑받는 여름 생선 중 병어만 한 것도 드물다. 6월 이후가 산란철이라 여름에 먹으면 알까지 꽉 찬 것이 영양분도 최고로 많고 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나면서 쫄깃해서 회로 좋지만, 수분이 적고 단백질이 많은 생선이므로 조림이나 찜으로 조리하면 밥반찬으로 아주 그만이다. 비늘은 거의 없으면서 등 푸른 생선이 내는 비린 맛도 훨씬 덜하고 표면은 매끄러워 손질이 쉽다. 얇고 넓적하여 살이 적어 보이지만 의외로 많아 발라 먹는 재미도 있고 소화도 잘돼 어린아이나 노인의 밥반찬으로도 적당하다.
병어찜을 하려면 우선 칼등으로 병어의 비늘을 긁고 배 쪽에 칼집을 넣어 알과 내장을 빼내야 한다. 특히 쓸개는 꼭 제거
해야 쓴맛이 나지 않으니 잊지 말아야 한다. 내장이 있던 곳에 있는 핏물을 모두 씻어 내고, 꺼내 두었던 알을 다시 제자리에 넣어 조리한다. 콜라겐을 많이 함유한 지느러미는 떼어 내도 되지만 그냥 두어도 무방하다. 여름에는 무가 맵고 지린 시기이므로 무보다는 감자와 함께 조리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햇감자는 아니지만 아직은 감자가 맛있을 때라 굵직하게 썰어 넉넉히 넣고 찜을 하면 오히려 감자가 더 맛나다는 사람도 있다. 병어찜의 마지막 방점은 매실과의 만남으로 찍는다. 여름에 자주 만나게 되는 배앓이를 위해 상비약처럼 준비해 두고 있는 매실청은 음식에 단맛을 더하는 재료로 주로 쓰이지만 오늘은 병어의 비린내를 잡고 식중독의 아주 적은 가능성도 허락하지 않으려고 쓴다.
이렇게 만든 병어찜은 식어도 비리지 않고, 먹기 좋은 8월의 반찬으로 사랑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쓰임 많은 팔방미인 토마토감자조림
잘 익은 붉은 생김새가 마치 감 모양과 비슷해서 어린 시절에는 ‘일년감’으로 불렀던 토마토가 넘치게 익어 가는 계절이다. 토마토의 새콤한 맛은 우리 몸에 진액을 생기게 하며 목이 마른 증상을 가시게 한다. 성질이 차므로 여름철 더위와 열을 내려 주며, 비장을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소화를 도와주는 여름 채소다. 특히 육류 소화에 도움이 많이 되므로 육류를 먹을 때 곁들이는 것은 무척 지혜로운 차림이다.
그러나 아무리 몸에 좋은 토마토가 넘쳐난다 하더라도 생으로 먹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름과 함께 익혀 먹으면 지용성 성분인 라이코펜의 소화 흡수가 배가되고 찬 성질 때문에 구토나 설사를 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니 토마토를 익혀서 맛있게 많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늘 숙제로 남는다. 서양에서는 다양한 토마토 요리가 발달해 왔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과일처럼 먹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조리법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통 음식에 토마토를 접목하는 시도들이 종종 생겨나고 있어 반가운 일이라 생각한다.
몇 해 전 감자에 관한 글을 쓰면서 토마토와 감자를 조리해서 먹으면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 우리 몸에 진액을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그 글을 본 독자가 토마토와 감자의 조리법이 생각나는 것이 없다고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해 왔다. 그 요청을 앞에 놓고 나는 무책임하게 글을 쓰면 안 되겠다는 반성을 하였는데, 그때 반성의 결과물로 나온 것이 바로 토마토감자조림이다.
내가 만들어 놓고도 스스로 대견해하면서 감탄하곤 하는 음식이 바로 이 토마토감자조림이다. 이 음식은 반찬으로도 좋지만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고, 다른 음식에 소스처럼 써도 된다. 국수를 삶아 끼얹어 비비면 파스타 생각이 달아나고 빵을 찍어 먹어도 훌륭하다. 감자와 함께 조리지만 감자조림이라 이르기에는 토마토가 워낙 많이 들어간다. 토마토를 많이 먹는 방법으로 이보다 더 좋은 걸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전립선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중년 남자들에게 권할 음식으로 이만한 것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맛으로 보자면 서양 음식이라 평가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 음식은 철저히 우리 음식이다. 내 손으로 담근 간장으로 간을 하고 들기름을 넣어 토마토의 지용성 영양분의 소화 흡수를 높이는 방법을 쓴, 아주 쉽게 재미있는 맛을 내는 토마토감자조림은 여름에 자주 해 먹자고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음식이다.

 

 

여름이 오히려 고마워지는 가지냉국
마당에 손바닥만 하게 텃밭을 일구어 다른 채소들과 함께 심은 가지가 주렁주렁 열리고 있다. 때맞춰 따지 않으면 껍질이 두꺼워지고 늙어 반찬으로 해 놓아도 맛이 덜하기에 부지런히 따서 냉장고에 저장해 두면서 먹느라고 먹지만 남편과 둘이 살다 보니 여간해서는 줄지를 않는다. 남아도는 가지를 보고 있자니 미국에 사는 남동생 생각에 잠시 울컥해진다.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서 공부를 마치고도 돌아오지 못하고 그곳 사람처럼 30년째 살고 있는 동생이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어찌나 가지를 좋아하던지, 외할머니가 그런 동생을 보고 나중에 크면 가지 장수한테 장가를 들라고 놀리셨던 기억이 난다. 외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은 자라 곧 육십을 바라보는 어른이 되었지만 가지 반찬을 먹는 것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세월을 비껴가는 동생의 변치 않는 입맛에 놀라곤 하니 가지가 풍성한 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동생 생각이 난다.

중복이 지났다고는 하나 더위는 물러설 줄을 모르니 주방에서 뭔가 끓이며 음식을 하는 것이 벌을 서는 기분이다. 뜨거운 음식은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벌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열치열로 더위를 이기는 방법도 있지만, 때로 가지냉국같이 찬 음식을 상에 올리면 먹는 사람은 준비하는 사람의 수고를 더 절절하게 느끼게 된다.
가지를 무르게 푹 쪄서 쭉쭉 찢으면 가지에 있던 단물이 줄줄 흐른다. 한 방울도 버리지 말고 오롯이 그릇에 담아 간장과 갖은 양념에 무친다. 무치면서 한 젓가락 입에 넣으면 가지의 들척지근한 맛이 간장과 어우러져 절로 호로록거리게 된다. 거기에 미리 준비해 차게 식힌 냉국물을 부어 먹으면 여름이 오히려 고마워진다. 가지냉국이 시원하고 맛있어서 멀리 사는 동생 생각이 더 간절한 여름이다.

 

 

치자밥

재료
쌀 2컵, 치자 우린 물 2컵, 부추 한 줌
치자 우린 물: 치자 10g, 물 3컵


만드는 법
1 찬물 3컵에 치자 10g을 넣고 30분간 우린다.
2 쌀을 두 손으로 비비며 살살 씻는다.
3 씻은 쌀을 체에 밭쳐 30분간 불린다.
4 압력밥솥에 불린 쌀과 치자 우린 물 2컵을 같이 넣고 밥을 한다.
5 부추를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3초간 데친 뒤 물기를 제거하여 송송 썬다.
6 밥솥 추가 흔들리면 1분 뒤 불을 끄고 김이 빠지기를 기다린다.
7 김이 빠지면 솥뚜껑을 열고 데쳐서 썰어 놓은 부추와 함께 섞어 밥을 푼다.

 

 

병어찜

재료
병어(대) 2마리, 감자 2~3개, 양파 1개, 청·홍고추 각 2~3개, 대파 2뿌리
양념장: 육수 5컵, 간장 3~4큰술, 고춧가루 1~2큰술, 청주(요리술) 2큰술,
매실청 2큰술, 다진 마늘 2큰술, 들기름 1큰술


만드는 법
1 감자는 껍질을 까서 1cm 두께로 썬다.
2 냄비에 감자를 깔고 칼집을 넣은 병어를 두 토막을 내서 얹는다.
(병어 크기가 작으면 통째로 조리한다.)
3 양념장을 만든다.(병어 크기에 따라 간장으로 하는 간을 달리한다.)
4 2에 양념장을 붓고 불을 켜서 뚜껑을 열고 끓인다.
5 양파는 반으로 갈라 굵게 채를 썰고 대파, 청·홍고추는 어슷하게 썬다.
6 끓기 시작하면 양파를 얹은 뒤 뚜껑을 덮고 불을 약하게 줄여 10분간 더 끓인다.
7 병어와 감자가 익었는지 확인하고 대파와 고추를 얹고 한소끔 더 끓여 낸다.

 

 

토마토감자조림

재료
토마토 4개, 감자 2개, 양파 1개, 들기름 1큰술, 육수 1컵, 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대파 1뿌리, 후추 약간, (설탕 1큰술)

만드는 법
1 감자와 양파는 껍질을 벗겨 씻어 큼직큼직하게 썬다.
2 토마토는 씻어 감자와 같은 크기로 썬다.
3 대파는 어슷하게 썬다.
4 냄비에 토마토와 감자, 양파를 넣고 육수를 부은 다음 들기름과 간장을 넣는다.
5 센 불로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감자가 무를 때까지 끓인다.
6 마늘과 대파를 넣고, 단맛이 부족하다면 설탕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7 불을 끄고 후추를 넉넉히 넣어 그릇에 담아낸다.

 

 

가지냉국

재료
가지 2개
가지 양념: 간장 1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고춧가루 1작은술
냉국물: 다시마 우린 물 5컵, 간장 2큰술, 소금 약간, (토마토식초 3큰술)

만드는 법
1 가지는 깨끗이 씻어 통째로 찜통에서 15분간 찐다.
2 찐 가지를 식힌 다음 길이로 반을 잘라 먹기 좋게 쭉쭉 찢는다.
3 가지를 간장, 다진 파와 마늘, 고춧가루 양념에 조물조물 무친다.
4 다시마 우린 물에 간장, 식초로 간을 하고, 너무 검은색이 나지 않게 소금으로 마무리하여 냉국물을 만든다.(신맛이 싫으면 식초는 빼도 괜찮다.)
5 무쳐 둔 가지에 미리 만들어 차게 해 둔 냉국물을 붓는다.

 

 

 

↘ 고은정 님은 약선식생활연구센터 대표로, 장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라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장 나와라 뚝딱》과 《집 주변에서 찾는 음식보약》, 《반찬이 필요 없는 밥 한 그릇》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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