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호 2016년 7월호 살림,살림

[ 살림 생각-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대안 ]

전기차보다 자전거

글 김성원

흐로닝언 역사 앞에 주차된 수 많은 자전거 @Eurogates

 

전기차는 친환경적인가?
요즘 전기차 뉴스가 부쩍 늘었다. 미세먼지가 시급한 환경과제가 되면서 전기차를 대안인 양 소개한다. 과연 전기차는 친환경차일까? 전기차에 필요한 전기는 화력발전소나 핵발전소에서 생산한다. 수많은 화석연료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뀐다면 화력발전소나 핵발전소가 지금보다 더 많이 필요하고 대기오염은 더욱 심각해진다. 핵발전소가 늘어나면 핵폭발사고의 위험도 커진다. 전기차는 에너지 효율도 떨어진다. 발전·송전·충전·구동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크다. 실상이 이러니 싱가포르 정부는 ‘테슬라 S’ 전기자동차가 친환경차가 아니란 이유로 환경부담금을 부과했다. 이러한 문제를 우리 기업이나 정부가 모를 리 없다.

자동차산업계나 정부에서 전기차 생산과 보급에 힘을 실으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화석연료 자동차시장의 축소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북해 유전 가운데 대표적인 브렌트 유전은 1980년을 기점으로 최근 산유량이 전성기의 1/500인 1천 배럴 수준으로 줄었다. 다른 북해 유전 생산량도 2009년 180만 배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북해에 있는 470개 플랜트와 유정 5000개가 순차적으로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다른 곳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싼 기름을 넣고 달리던 자동차 전성시대는 저물고 있다. 기업이나 정부로선 전기차란 새로운 산업적 대안이 절실하다.

 

네덜란드의 자전거 도시 흐로닝언 시
미세먼지를 해결할 친환경 교통수단은 무엇일까? 답을 찾기 위해 네델란드의 흐로닝언 시를 주목할 만하다. 2015년 인구가 20만 명에 지나지 않는 이 작은 교육도시는 자전거 도시이다. 이 도시의 자전거도로는 총연장 199km이다. 이보다 인구가 50배 많은 서울시의 자전거도로 총연장은 674km에 지나지 않는다. 흐로닝언 시에서 자전거는 교통량의 61%를 차지한다. 버스는 3%, 자동차는 36%이다. 시민 1인당 자전거 보유대수가 평균 1.5대, 가구당 3.1대이다. 흐로닝언 시가 자전거 도시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때는 1970년대부터이다. 인구와 자동차가 늘어나며 점점 도시를 압박하고 있었다. 대개 해결책은 오래된 동네를 철거하고 대형 건물을 짓고 넓은 자동차도로를 만드는 방식이다.

 

흐로닝언 시의 다양한 실용 자전거 @Groningenrevisited

 

그러나 흐로닝언 시의 선택은 달랐다. 당시 시의 교통도시개발 정책담당자는 24살의 젊은 좌파 정치인 반덴버그였다. 반덴버그는 도심에서 자동차를 추방하고,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도로와 주차장 등 전용공간을 확충하며, 대중교통을 중시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현재 흐로닝언 시는 네덜란드에서도 깨끗한 공기를 자랑하는 도시다. 도심 거리는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다. 도심에서 출퇴근, 등교, 화물 운송, 노점, 산책, 쇼핑 등 일상에서 수많은 자전거가 이용된다. 또 적지 않은 자전거 가게와 다양한 형태의 대안 자전거를 만드는 공방과 장인 들이 있다. 자전거 문화란 싸이클링 인구가 많다고 형성되지 않는다. 일상에서 다양한 용도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인구와 실용자전거를 만드는 이들, 그리고 그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정치인이 주도하는 과감한 정책적 결단, 그 결과로 만들어지는 풍부한 자전거 이용 인프라가 자전거 문화를 만든다.
전기차는 자동차업계의 산업적 이익을 지속하려는 꼼수다. 미세먼지와 에너지 고갈에 대처하는 검증된 방법은 ‘자전거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버려진 자전거를 재활용해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대안자전거를 함께 만들어 사용해 보자. 조만간 적정기술 활동가들도 함께 모여 화물 자전거, 네발자전거, 누워서 타는 자전거 몇 대쯤 만들어 볼 엄두를 내고 있다.

 

 

↘ 김성원 님은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 관리자입니다. 전남 장흥으로 귀촌해 자급자족을 위한 생활기술과 적정기술을 연구하며 《근질거리는 나의 손》, 《이웃과 함께 짓는 흙부대집》, 《점화본능을 일깨우는 화덕의 귀환》, 《화목난로의 시대》를 썼습니다. 직조 상호교육 모임 ‘베틀베틀’ 기획자로도 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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