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호 2016년 7월호 살림,살림

[ 7월의 문화 나들이 ]

경계를 넘어

글 안태호 편집위원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전시 <하이퍼리얼리즘: 피그말리온, 생명을 불어넣다>
‘소나무를 그렸더니 참새가 진짜로 착각하고 부딪혀 죽었다(솔거).’ ‘그림 대결에서 상대방이 젖히라고 한 커튼 자체가 그림이었다(제욱시스 VS 파라시오스).’ 현실을 그대로 옮겨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이야기는 동서양의 대표적인 예술가 전설이다. 그러나 사물을 똑같이 재현하려는 회화의 오래된 욕망은 사진의 등장으로 다른 길을 찾아갔다. 빛의 일렁임을 담거나(인상파) 사물의 여러 시점을 한 화면에 구겨 넣거나(입체파) 형체를 점점 지우거나(추상) 대중문화의 문법을 적극 차용하거나(팝아트) 등.
‘하이퍼리얼리즘’, 우리말로 극사실주의라 불리는 양식은 잊힌 미술의 소망을 성사시키는 꿈을 꾼다. 작가들은 사진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작품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에 사물의 본질을 담아내려 한다.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인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하이퍼리얼리즘: 피그말리온, 생명을 불어넣다> 전은 미국, 캐나다, 브라질, 스페인, 이탈리아의 극사실주의 작가 11명이 ‘인간’을 소재로 도자, 회화 및 조각 작품 86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작품을 만나면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장르의 맥락과 문법을 익히고 전시를 본다면 순간의 감탄을 넘어서는 재미를 얻을 수 있다. 관람객에게 피그말리온의 기적이 일어날 순 없지만, 예술과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경남 김해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빅하우스 4, 5, 6 갤러리. 9월 25일까지. 문의 055-340-7000

 

 

검열, 무대에 오르다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 페스티벌

2015년은 예술계에 가혹했다. 흥행 이야기가 아니다. 공공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작품이 언론의 문제 제기에 철거되고, 영화제를 지원하는 지자체에서 출품작의 상영 중단을 압박하고, 정권에 비판적이란 이유로 특정 작가에 대한 지원이 철회되는 일들이 벌어졌다. 특히 연극에서 연거푸 검열 논란이 벌어지면서 이례적으로 연극인 1천여 명이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검열은 결국 창작자의 내면에 자기 검열의 상흔을 남긴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젊은 연극인들은 검열에 저항하는 것을 넘어 더 폭넓게, 근본적으로 작품으로 검열에 접근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지난 6월에 시작되어 10월 말까지 진행되는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에는 20여 개 극단이 참여한다. 정치적 검열과 음란의 기준, 일상의 검열에 이르는 다양한 문제의식을 때로는 진중하게, 때로는 자유분방하게 담아낼 예정이다. 7월에는 극단 돌파구의 <해야 된다>(6월 30일~7월 3일), 응용연극연구소의 <자유가 우리를 의심케 하리라>(7월 7~10일), 프로젝트 그룹 쌍시옷의 <2016 불신의 힘>(7월 14~17일),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15분>(7월 21~24일), 프로젝트 내친김에의 <광장의 왕>(7월 28~31일) 등이 무대에 오른다.
상업극을 제외한 많은 예술 활동이 공공 지원에 기대고 있지만, 정부 검열에 항의하는 취지를 담은 이번 프로젝트는 소셜 펀딩으로 최소한의 경비를 마련했다. 6월에 진행된 공연은 전일 마감 행진을 이어갔다. 관람을 원하는 작품이 있으면 예매를 서두르는 게 좋다. 서울 종로 연우소극장. 문의 02-744-7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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