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호 2016년 7월호 살림,살림

[ 놀며 자라며-계절과 날씨에 맞춰 흘러가는 아이들 ]

몸은 시원하게, 마음은 여유롭게

글 _ 사진 김민정

경기 양평의 골짜기 속 작은 학교인 ‘나무숲세움터’ 아이들이 계절에 맞게 뛰놀며 자라는 모습을 다달이 담는다. 덥거나 비가 와도 자연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는 아이들의 지혜를 엿보자.

 

 

최고의 간식, 신나는 놀잇감이 곳곳에
7월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소서(7일)에 이어 더위가 극도에 달하는 대서(22일)가 우리를 기다린다. 북북 쪄 대는 무더운 공기를 날려 버릴, 아이들의 몸부림은 아침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은 얇은 반소매 옷도 견디지 못하고 민소매 차림을 하고는 세움터 주변에서 놀거리를 찾는다. 하지만 더위를 식히고 싶은 마음에 세움터 가까이에 있는,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몇몇 장소 중 어느 곳을 갈지 이모들과 의논한다. 세움터에서 5분 정도 위쪽으로 걸어가면 아이들이 큰바위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커다란 바위 옆에 아늑한 개울이 나온다. 아이들은 그곳을 특별히 좋아한다. 다들 그곳으로 달려가 더위로 익은 몸을 물속에 첨벙 담근다. 얼굴부터 발끝까지 냇물에 적시며 온몸으로 느끼는 시원함을 노래로 표현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깔깔깔 웃는다.
아이들은 잠시 더위를 식히는가 싶더니 개울 주변에 있는 풀을 엮어 배를 만든다. 어떤 아이는 배를 물에 띄우고는 이모한테 “이모, 이 배가 바다까지 갈 수 있어요?” 묻더니 흐르는 물 따라 둥둥 떠가는 배를 오랫동안 바라본다. 다른 아이들은 옆에서 큰 나무의 넓은 나뭇잎으로 가면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가면을 귀에 걸기 위해, 귀에 걸어도 아프지 않은 부드러운 나뭇가지를 구하느라 바쁘기도 하다. 목이 마르다며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엮어 만든 컵으로 물을 떠먹기도 한다.
정신이 쏙 빠지게 한참을 놀다가 빈속의 허기를 달래야 한다며 아이들은 세움터 주변 길가에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며 고개를 내민 산딸기를 따 먹으러 달려간다. 지난달엔 날마다 오디 먹기 열전으로 얼굴과 옷이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번 달엔 달달하고 새콤한 산딸기를 먹느라 입술이 빨간 립스틱이라도 바른 것처럼 붉다. 아이들은 금세 협력하여 산딸기를 따는 팀과 그걸 냄비에 담는 팀으로 나뉘어 수확(?)을 한다. 냄비 가득 따도 모자란 산딸기는 아이들에게 여름 최고의 간식이다.
여름에도 활짝 핀 꽃들이 세움터 곳곳에 지천이다. 작은 달걀 프라이를 연상케 하는 개망초꽃, 샛노란 꽃잎을 여리하게 늘어뜨린 원추리꽃 등이 있는데, 아이들한테 가장 인기 있는 건 엉겅퀴꽃이다. 일단 엉겅퀴를 만나면 줄기를 껍질을 까서 오도독 씹어 먹는다. 쓴맛 뒤에 아삭하고 향긋한 특유의 향미가
느껴지며 혀끝을 즐겁게 해 준다. 그리고 엉겅퀴꽃으로는 여자아이들이 반지, 팔찌, 머리핀, 목걸이, 머리띠를 포함해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다. 한쪽에선 풀세트로 엉겅퀴꽃 장식을 한 친구 둘의 결혼식도 열린다. 드레스가 뭔 소용이래~ 개망초꽃이나 줄기를 돌로 이겨 물에 섞어 만든 시원한 국과 차는 세움터 식당의 인기 메뉴다. 또 세움터 길가에 주렁주렁 꽃을 피우는 칡은 잎이 커다랗고 넓어서 아이들이 열매 담을 그릇도 만들고 비 올 때를 대비해 우산처럼 머리에 써 보기도 한다. 길고 긴 칡덩굴을 따라가다가 칡뿌리를 찾아 캐기도 한다. 산과 들에 흔하게 핀 꽃들도 이렇듯 세움터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귀한 신나는 놀잇감이다.

 

 

개울에 온몸을 맡기고 더위를 즐기는 아이들

 

 

더우면 더운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찜통더위가 계속되다가 장마가 찾아오면 더위가 잠시 한풀 꺾인다. 아이들은 장마 때 내릴 많은 비를 대비해 세움터 앞에서부터 개울까지 이어지도록 큰 물길을 내기 시작했다. 6~7살 솔나리반 언니 오빠 들이 진흙 사이로 길을 내자 5살 노란담비반 동생들이 모두 땀이 뻘뻘 나도록 흙을 날라 물길 옆에 쌓아 흙벽을 단단하게 만든다. 작업 중 물길이 막히면 세움터에서 가장 빠른 시휼이가 뛰어가 흙을 파내고 다른 친구들이 따라와 도와주는 작업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물길 중간에 나뭇가지를 이용해 앙증맞은 나무다리도 만들었다. 몇 차례의 실패 끝에 길이 시작하는 곳에서 개울까지 물이 막힘없이 잘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뿌듯함과 기쁨에 환호성을 질렀다.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바깥에 나가기 어려울 땐 교실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솔나리반 친구들은 여러 가지 색깔의 털실을 촘촘히 이어 나가면서 원단을 만들어 내는 직조수공예 시간을 무척 좋아한다. 수공예 담당 도토리 이모의 어화둥둥 노래가 시작되면 조잘조잘 쉼 없이 떠들어 대던 아이들이 차분히 앉아 수공예 작업에 몰입한다. 원하는 색깔의 털실을 골라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어 가며, 자신만의 빛깔이 빚어지는 작업에 진지하게 마음을 담아낸다.
초등 과정인 소나무반 언니 오빠 들은 비가 올 땐 달고 짜고 매운 음식이 최고라며 동생들을 위해 꼬딱꼬딱(꼬물꼬물 뚝딱뚝딱) 시간에 맛있는 떡볶이와 사과파이를 요리했다. 고추장이 들어간 매운 떡볶이를 먹지 못하는 동생들을 위해 만든 간장떡볶이도 인기 짱이다. 시럽과 어우러져 아삭하게 씹히는 사과파이를 먹으며 아이들은 무척이나 행복해했다. 시간과 정성, 그리고 세심한 배려까지 더해진 감동적인 만찬은 아이들의 쉴 새 없는 젓가락질로 눈 깜짝할 새 끝이 났다.
사람들은 자주 묻는다. “더워서 힘들지 않으세요?”, “비가 많이 오는데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요?”라고. 자연과 닮은 아이들은 바뀌는 계절과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숲에 있으면 더위를 식힐 곳이 여기저기 있고, 비는 아이들에게 하늘이 주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더우면 더운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덥고 습한 기운에도 지치지 않고 매일매일 새로움으로 한여름을 지나간다. 이모들과 친구들을 만나자마자 “우리 오늘 뭐 하고 놀까?” 물으며 생글생글 웃는 아이의 행복한 모습이 세움터 안을 가득 채운다.

 

 

(왼쪽)해루(9)와 화린(8)이 다 같이 먹자고 이모와 함께 만든 떡볶이 (오른쪽)비가 오면 칡잎을 우산으로 쓰겠다는 은요(4)

 

 

↘ 김민정 님은 나무숲세움터에서 가장 어린 아기들이 있는 애기똥풀반을 맡고 있고, ‘산새’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초등반에서 수영을 가르칩니다. 집에서는 다섯 아이의 엄마로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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