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호 2016년 7월호 살림,살림

[ 협동의 힘-두 발과 두 바퀴로 여행길을 여는 길터여행협동조합 ]

여행은 길 위의 학교

글 우미숙 편집위원 _ 사진 길터여행협동조합

“사진만 남는 여행, 차만 타는 여행, 끌려다니는 여행은 이제 그만.”

두 발과 두 개의 자전거 바퀴로 길 위의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행사가 있다. 특별한 수학여행을 기획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로부터 최고의 만족을 끌어낸 곳, 이곳은 강원 원주 판부면 서곡마을에 있는 ‘길터여행협동조합’이다.

 

 

“해녀의 물질 체험은 누구나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제주의 역사와 해녀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는 길터여행협동조합만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해 강원 진부고등학교 제주 수학여행에는 어느 여행사도 생각하지 못한 길터여행협동조합(아래 길터)만의 특별함이 있었다. 해녀 1명과 학생 5명이 한 조가 되어 같이 물질을 하고 뭍으로 올라와 전복과 성게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생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었다. 기존 수학여행의 틀에서 벗어나 특별함을 만들고 싶었던 진부고 교사들의 꿈과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합쳐진 것이었다.

 

 

해외공정여행은 관광에 그치는 여행이 아니라 여행지의 마을 사람들과 직접 만나 음식을 함께 해 먹으며 이야기하고 놀이를 즐기는 여행이다.

 

 

서곡마을 교육공동체에서 출발
길터는 원주의 판부면 서곡마을의 청소년 대안학교인 길배움터에서 청소년여행학교를 운영해 오던 몇몇 교사들이 만든 여행사 협동조합이다. 조합원은 현재 20명. 여행, 특히 도보나 자전거 여행을 좋아하며 여행객들을 인솔하여 길잡이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1계좌 10만 원이면 누구나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신세균 사무국장을 비롯해 4명이 상근 실무를 맡고, 길배움터 졸업생 1명이 인턴으로 일한다.
길터는 서곡마을의 교육공동체 역사와 떼어 놓을 수 없다. 서곡마을 교육공동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꿉마당 공동육아어린이집 학부모나 교사, 학생 출신이다. 신세균 사무국장도 12년 전에 이 마을에 들어와 소꿉마당 공동육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자녀가 어린이집을 졸업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방과후 학교가 필요했다. 그래서 만든 게 참꽃어린이학교다. 이후 학부모들 중심으로 서곡 생태마을을 만들어 흙으로 그릇과 예술작품을 빚고 농사도 짓는다. 서곡마을에서 사업단으로 숲체험학교를 운영하던 사람들이 자연누리 숲학교 협동조합이라는 독립사업체를 꾸렸다. 이어서 2012년에 중고등과정 비인가 대안학교인 길배움터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교육공동체가 형성됐다.
길터는 길배움터에서 진행해 온 청소년여행학교의 연장선에서 만들었다. 그동안 대안학교 학생들 중심으로 자전거여행을 해 왔지만 비영리단체로서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법적으로 여행업을 할 수 없었다. 이때 생각해 낸 것이 어엿한 여행사업체를 만드는 일이었다. 길터 여행의 가치와 의미를 볼 때 협동조합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2013년 12월에 창립대회를 열고 2014년 1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곧바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아 올해 8월이면 기간이 끝난다. 이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려고 준비하고 있다. 길터는 협동조합 법인 산하에 여행사와 지역아동센터, 대안학교인 길배움터를 운영하며, 길배움터의 청소년여행학교는 길터의 여행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길터의 여행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의 도보와 자전거여행 들인데, 7박 8일 자전거 국토종주를 경험한 청소년들은 “고생도 했지만 나 자신이 변했다”는 소감을 말하고는 한다.

 

 

두 발과 두 개 바퀴로 떠나는 여행
길터의 여행은 네 가지이다. 주말 자전거여행인 ‘두 바퀴로 가는 우리 땅 물길 탐사’,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몽골·인도로 떠나는 ‘해외공정여행’,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떠나는 ‘자전거로 길 트는 날(자날)’, 지난해 진부고 학생들과 처음 시작한 ‘특별한 수학여행’.
특징은 모두 청소년과 함께하는 도보나 자전거여행으로,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점이다. 해외공정여행도 그곳 마을 사람들과 직접 만나 음식을 함께 해 먹고 이야기 나누고 함께 놀이를 즐긴다.
또 하나의 특징은 긴 여행 기간이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자전거로 길 트는 날’을 제외하면 보통 4박 5일~7박 8일이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로 주요 강을 따라가는 국토종주는 길터가 가장 애정을 갖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7박 8일 동안 자전거를 타고 국토종주를 다녀온 어느 청소년은 “국토종주는 말 그대로 고생이다. 그런데 이 여행이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되었을까” 하며 자신을 변하게 한 여행에 고마워한다.

 

 

길터여행협동조합에서 매월 셋째 주 토요일마다 청소년들이 함께 ‘자전거로 길 트는 날(자날)’을 떠난다.

 

 

가치와 수익 계산, 협동조합 방식으로
“길터의 여행은 협동조합이어서 특별하다.” 신세균 사무국장은 길터의 여행사업이 협동조합에서 하는 것이어서 그 가치가 빛난다고 말한다. 조합원인 길잡이들이 여행을 이끌고, 여행 조건을 최고로 맞추면서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한다. 일반 여행사는 여행상품 가격에서 20~25%를 수익으로 남기지만 길터는 10% 안쪽이다. 특히 청소년들이 먹는 것과 자는 것, 안전에만큼은 수익 낼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아낌없이 투자한다. 길터의 여행 수익은 해외공정여행이나 수학여행처럼 규모가 큰 데서 나온다. 그래도 지난해 사업 실적이 흑자를 기록했다. 여행의 질이 높은 만큼 부모의 만족도가 높아 지속적으로 길터의 여행을 이용한 결과다.
또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청소년과 부모의 소통도 중요하게 여긴다. 여행하는 장면을 소셜미디어에 실시간으로 올려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한다. 여행 막바지에는 부모님께 편지를 쓰면서 마음의 울림을 갖게 하고, 국토종주를 다녀온 후에는 세족식을 한다. 길터는 인솔자와 참여자인 청소년, 믿고 보낸 부모의 교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뜻을 같이할 3명의 사람을 찾아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후 여행을 주제로 협동조합을 만들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어린이들의 생명학교를 운영해 온 생협의 조합원들, 숲생태전문가, 협동조합 전문연수를 원하는 사람들 중에 협동조합 방식의 여행사를 꾸려 보고 싶다는 이들이 더러 있다. 신세균 사무국장은 이렇게 말한다. “특별함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여행사업의 빈틈을 잘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초기 자본금을 충분히 마련하라.” 길터 설립 당시 조합원 출자금을 너무 적게 책정해 자금을 융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하고자 하는 일과 미래에 뜻이 통하는 세 사람의 파트너를 구하라.” 어떤 일이든 가장 중요한 자산이 사람이라는 말이다.
길터가 협동조합으로 길 위의 여행을 떠나온 지 3년. 손잡고 함께 시작할 사람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다. 청소년과 함께 걷고 자전거를 타며 선생님을 자처한 사람들이 있기에 길터의 여행길은 더 많은 청소년들로 붐빈다.

 

 

길터여행협동조합
주소: 강원 원주시 판부면 용수골길 94-9
문의 전화: 070-8265-3354, 010-4322-5809, 010-8988-7305
인터넷 카페: cafe.daum.net/learningontheroad

 

 

 

↘ 우미숙 님은 한살림성남용인생협에서 활동했고 현재 사회적경제 공부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만은 알고 먹자》, 《협동조합 도시, 볼로냐를 가다》(공저), 《공동체도시》를 썼습니다.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15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