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호 2016년 7월호 [특집] 특집-다시 시작을 위한 멈춤, 휴식

[ 전북교육청 탈핵 교재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

탈핵을 공부합시다

글 김영진

지난 6월 초, 전북교육청에서 “핵발전소(에너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 및 방사능 유출 상황에 대한 대응요령 교육을 위한”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개정판)를 발간했다. 지난해 초판을 내고 학생, 교사, 학부모 들의 호응에 힘입어 올해 개정·증보판을 내게 된 것. 김영진 집필위원장이 ‘탈핵 교재’의 중요성과 그동안의 성과를 전하며, 탈핵 공부를 권한다.

 

이 교재는 탈핵 담론을 제도교육권 안에서 최초로, 그리고 본격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전북교육청에 연락하여 요구하면 누구나 이 교재 PDF 파일을 받을 수 있다. 가져다가 마구마구 쓰시면 좋겠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을 의결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회의에선 치열한 토론이 있었지만 결국 9명 위원의 표결이 이뤄졌고, 7명이 찬성표를 던져 의결됐다.”
탈핵 공부를 권하는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았는데 열어 놓은 인터넷에 불쑥 이런 기사가 뜬다.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 자료(‘2015~2019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2029년이 되면 핵발전소 19기 분량의 잉여 기저발전이 생긴다. 지금도 전기가 남아돌아 주체를 못 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핵발전소를 더 짓겠다고 저 난리들이다.

 

저런 기사를 보면서 분노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은 전문적인 분야의 일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다 알아서 잘들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무관심하다. 그 무관심을 토양으로, 대중의 무지를 영양분 삼아 악의 싹은 무장무장 몸집을 키운다. 대개 그렇게 예비되는 것이다. 공동체의 공멸 말이다.

 

탈핵 세상으로 가는 디딤돌 하나 ‘탈핵 교재’
우리는 핵발전이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이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으며 살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는 한다. 홍보 자료나 광고, 교과서 등에서 핵발전의 긍정적인 면만을 보여 주거나 관련된 사실을 왜곡하고 부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잡아야 한다. 학교는 진실을 가르칠 의무가 있다.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이들, 그들의 미래가 안전하고 평화롭지 않다면 학교 공부가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학교에서부터 탈핵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역에서 탈핵을 고민해 온 환경단체들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북지부가 함께하는 ‘탈핵전북연대’가 학교 현장에서 쓸 수 있는 탈핵 교재를 만들자는 생각을 모은 건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 두 해가 지나고서다. 2013년 가을 즈음에 전북교육청에 탈핵 교재를 만들어 학교에 보급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제안에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선뜻 응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탈핵 교재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는 이런 고민과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문제는 예산이었다.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지방의회가 예산을 삭감해 버려 이 작업에 배정된 예산이 너무 적었다. 그 예산으로 교재를 개발하고 인쇄하고 배포까지 해야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만든 교재를 지난해에는 전북 초·중·고등학교에 2권씩밖에 못 보냈다. 예산 문제 때문에 100쪽 정도의 분량에 ‘탈핵’을 모두 담아내야 했다. 학생용 교재와 교사용 교재를 따로 만드는 일뿐 아니라 초등용과 중등용을 나누어 발간하는 일도 불가능했다. 하여 교사뿐 아니라 학생들, 나아가 핵발전에 대해 무지한 일반인들에게도 가 닿을 수 있는 교재를 만들어 보기로 했고 또 그렇게 했다.
이 분야 전문가 한두 사람이 집필했으면 더 빨리 만들 수 있었겠지만 우리는 그런 방식을 택하는 대신 현직 교사들이 학생들의 눈높이를 고려하면서 쓰고 다듬는 과정을 반복했다. 기존 탈핵 관련 책들이 너무 어렵고 두꺼워 일반인도 읽으려 하지 않으니 쉽고 얇은 책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면서도 탈핵을 위해 해야 할 말은 다 하려 애썼다. 우리의 이런 작은 노력이 탈핵 세상으로 가는 데 디딤돌 하나 놓는 일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작 단계에서부터 교육청 실무 단위에서 책의 내용은 탈핵이 주가 되더라도 제목에서 ‘탈핵’이란 단어는 빼자는 의견이 강하게 표출되었다. 양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목에서 탈핵을 빼면 이 책은 아무 의미가 없다,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만약 이 단어를 뺀다면 이 작업은 할 수 없다고 강하게 맞섰다. 교육감이 이 생각에 동의해 주어서 이 교재가 ‘탈핵’을 제목에 달고 나올 수 있었다. 이 작업의 가장 소중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정명(正名), 이름(용어)을 바로 하지 않으면 많은 걸 놓치게 된다. 그래서 이 교재에서는 ‘원자력발전소(원전)’ 대신 ‘핵발전소’를, ‘원자로’ 대신 ‘핵반응로’를 쓰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제도권 ‘탈핵 교재’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초판(왼쪽)과 올해 나온 개정판(오른쪽)

 

 

 

탈핵 교재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의 내용(10~11쪽)

 

 

제도교육권 안에서 최초로 탈핵 담론을 다룬 교재
지난해에 발행한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를 깁고 내용을 더한 개정·증보판을 올해 6월 초에 발행하였다. 올해 1월부터 집필위원 4명이 10여 차례 만나 초판의 오류를 바로잡고 그사이 바뀐 수치를 고치고 어색한 문장을 다듬었다. 그리고 부록 2개를 더하였다. 탈핵과 관련하여 더 읽을 책들 목록과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제목을 붙인 방재 교육 자료가 그것이다. 이 개정판 3만 부를 제작하여 전북교육청 관내 초·중·고 모든 학교에 고루 배포하였다. 전북교육청 주관으로 이 책 사용을 돕기 위한 현장 교사 대상 연수까지 마쳤다. 이 연수에 전북 교사 700여 명이 참석하였다. 탈핵을 말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탈핵이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다. 학교에서 이 탈핵 교재를 매개로 체계적인 탈핵 교육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에 우리 교사들이 너도나도 앞장서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해 주지 못하면서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 운운하며 교단에 서는 일은 부끄러우니까. 교사들뿐 아니라 부모들도 함께해야 할 일이다.
이 교재는 탈핵 담론을 제도교육권 안에서 최초로, 그리고 본격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전북교육청에 연락하여 요구하면 누구나 이 교재 PDF 파일을 받을 수 있다. 가져다가 마구마구 쓰시면 좋겠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모두 이 탈핵 교재 파일을 가져다 인쇄하여 관할 초·중·고등학교에 배포해 주면 좋겠다. 만들면서도 만들고 나서도 이 탈핵 교재가 학교에서 탈핵 교육을 하려는 교사들에게 용기를 주고, 혹시 모를 제도적 공격으로부터 방패막이 구실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아서인지 적어도 전북 학교들에서는 실제 탈핵 수업을 하려는 교사들에게 이 교재가 든든한 배경이 되어 주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인간의 과학기술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대안 운운한다면 이는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옆에 있는 시한폭탄을 제거하는 일, 그 일이 바로 탈핵이다. 에너지 수요를 줄여 나가야 한다. 재생가능에너지와 지역 분산형 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이런 일들을 통해 우리도 탈핵을 이룰 수 있다. 탈핵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핵발전소를 옆에 두고 안전한 때는 오늘밖에 없다. 아니, 지금 이 시각밖에 없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 주었다. 핵발전은 안전할 때 멈추어야 한다. 사고가 난 뒤에는 늦다. 핵발전, 지금 멈추어야 한다. 탈핵, 지금이어야 한다.

* 탈핵 교재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PDF 파일은 전북교육청 미래인재과(김홍배 주무관 063-239-3770)로 연락하여 받을 수 있습니다.

 

 

↘ 김영진 님은 아직도 ‘탁류’가 흐르는 군산에서 국어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군산영광중 교사이며 전북교육청 탈핵 교재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집필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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