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호 2016년 7월호 [특집] 특집-다시 시작을 위한 멈춤, 휴식

[ 농부도 쉬면서 일한다 ]

“이웃과 어울리는 게 쉬는 거예요”

정리_ 이선미 편집부

아시다시피 여름은 농사철. 사람들은 여행이다 휴가다 하며 바쁠 때 농부는 농사일로 정신없다. 그래서 전화 인터뷰로 농부는 언제 어떻게 쉬는지 들어 보았다. 한낮 더위를 피해 이웃과 모여 새참을 먹을 때, 소리 없이 쑥쑥 자라는 작물을 마음 편히 보살필 때 진한 휴식이 찾아온다고.

 

 

열매 솎는 작업을 하다가 마을 형님들과 점심을 먹으며 쉬는 중. 밭에서 혼자 일하다 보면 이렇게 ‘셀카’를 찍을 여유도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일상에서 틈틈이 잘 쉬는 게 최고 아닐까.

 

 

정해진 계획 없이 모여서
한현미 생산자는 전남 담양 대숲공동체에서 감과 벼를 농사짓는 55살의 농부. “요즘처럼 날이 더울 때는 정오부터 오후 2~3시까지 한낮에는 쉬어요. 이때 컴퓨터도 좀 하고 게임도 하고 공동체 SNS도 관리하고요.” 비 오는 날이면 일을 못 하니까 시간이 더욱 여유롭다. “그럴 땐 지역에 뭐 만드는 거 배우러 가기도 해요. 저녁에는 공동체 언니들과 술도 한잔하고.” 돌아오는 7월 중순에는 지역의 여성 생산자들과 함께 서울로 견학을 가기로 했는데, 한현미 씨는 이것도 쉬는 거란다. “배우는 것도 휴식이에요. 잠만 자는 게 휴식이 아니고”라는 말에 내 속이 왠지 뜨끔한 이유를 나는 모르는 걸로.
농부들이 각자의 논밭에서 일하다 보면 모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모이는 바로 그 순간이 놀아야 할 때다. “‘형님, 좀 쉬게’ 하면서 하나둘씩 먹을 거 갖고 오다 보면 일손을 놓고 그 자리에서 쉬기도 해요.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쉬는 거예요. 일하는 데 시간이 좀 더 들지만 이렇게 갑자기 계획 없이 쉬는 걸 내가 잘해요. 이런 게 있어서 지금까지 즐겁게 농사일할 수 있었어요.” 마을 이웃들은 다 형님, 동생 사이. 전에는 형님이 불러 주면 가서 놀았는데, 이제 동생들을 부를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쉬었다가 하자”고 말한다. “아마 다른 농부들도 다 이렇게 휴식할 거예요.” 특히 공동체에서 하는 풍물은 그의 특기이자 놀이. “지역 행사가 있으면 가서 풍물을 놀아요. 일에 쫓기면 이런 걸 못 해요.”

 

평소에 마음 편한 게 최고
시작과 끝이 따로 없는 농사일의 특성상 따로 날을 잡아 쉬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농사지은 지 28년째인데 혼자서나 가족끼리 여행해 본 적이 없다. “부모님 계시고 애들 키우고 하다 보니 기회가 없었어요. 아직까지 여행 계획을 세우고 그렇게는 안 해 봤는데, 가까운 데라도 남편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어요.”
힘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게 휴식이라면, 일상 자체를 덜 힘들고 편안하게 만드는 게 진짜 잘 쉬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현미 씨는 농사일 대부분을 혼자 한다. “그러다 보면 일이 좀 느리니까 시기를 놓칠 때가 있어요. 장마 전에 열매를 솎아야 하는데 다 하지 못할 때도 있지요. 그래서 수확할 때는 열흘에서 보름 정도 일손을 빌려요.” 일손을 사면 한꺼번에 일을 끝내 버리고 놀러 다닐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가 혼자 일하기를 좋아하는 건 그 편이 훨씬 마음 편하기 때문이다. “농사짓다 보면 ‘일손 스트레스’가 커요. 일손을 구하기 힘들고, 인건비가 비싸고, 일손을 구해도 내가 원하는 대로 안 해 주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혼자 하거나 가족끼리 할 수 있는 농사 규모가 마음 편해요. 나도 앞으로 규모를 더 줄이려고 해요. 할 만큼만 하고 나눠 먹고 사는 게 좋아요.”
근본적으로 일이 많으면 쉴 수 없다. 그래서 이웃과 이야기한다. 현재 주어진 만큼만 일하고 놀자고. “한살림 농사가 진짜 어려운데, 같이 어울려 놀면서 즐겁게 농사지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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