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호 2016년 6월호 살림,살림

[ 책과 대중문화로 세상 읽기-공교육 및 대안교육의 위기와 실험 ]

작은 학교, 제2의 도약을 위해

글 이민희

7년 전 귀농해 마을에서 부닥친 첫 번째 문제는 ‘학교’였다. 마을의 유일한 초등학교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 마을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키우려 했던 부모들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열 일 제쳐 놓고 ‘학교 살리기’에 뛰어들었다. 폐교를 막기 위해 지역 주민들부터 설득했다. 이장, 부녀회장 등 마을 리더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하고 폐교 반대 서명을 받았다.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교육청에 전달하고 지역 언론에도 알려 폐교 정책을 비판했다. 상황이 알려지자 도시에서 시골 학교로 전학을 오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12명이던 학생이 23명으로 늘었다. 교육 당국은 폐교 방침을 철회했고 학교는 기사회생했다. 해마다 열리는 이 학교 운동회는 학부모, 어르신들, 마을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마을 대동 잔치가 되었다.

 

 

 

학교는 살렸지만 걱정은 늘었다
이제 폐교될 위험은 사라졌지만 학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올해 교장, 교감을 비롯한 교사가 대거 바뀌면서 학교와 소통하기 쉽지 않았다. 운동회를 마을 잔치로 치르는 의미부터 새롭게 설명하고 학교의 동의를 구해야 했다. 간식 준비, 자리 배치, 프로그램 기획 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도 의견을 좁히기가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초창기 적극적으로 학교 살리기 운동에 참여했던 학부모들이 아이 졸업과 함께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새로 들어온 학부모들이 채우면서 학부모 간 소통 구조도 다시 만들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교사와 학부모, 아이 들이 계속 바뀌는데 ‘마을 속 작은 학교’라는 정체성을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을까? 학부모들은 저마다 작은 학교의 지속 가능성에 물음표를 품고 있었다.
학부모들은 새로운 모색을 시작했다. 일과를 마친 뒤 모여 학교의 전망에 대해 토론하거나 타 지역에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어떤 이는 ‘학교협동조합’을 만들자고 했고, 어떤 이는 다양한 학부모 동아리를 조직하자는 의견도 냈다. 방법은 여러 가지이나 더 나은 교육을 고민하고 마을에서 아이를 키우고자 하는 전망을 공유한 사람들이 결속하는 규범적·실천적·문화적 결합체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작은 학교는 한 번 피었다가 이내 져 버리는 운명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마을에서는 첫 단추로 ‘마을학교’라는 이름의 교육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아이들과 학부모, 지역 주민이 폭넓게 참여하는 교육, 강좌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 속에서 ‘배움의 연대망’을 구축하고자 한다.

 

마을교육공동체 건설을 위한 모색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내가 보기에 여기서 말하는 마을의 진짜 의미는 ‘마을교육공동체’다. 마을교육공동체는 학교-학부모-지역사회가 민주적·자치적으로 협력하는 틀이다.

“사회적 배움공동체는 학생들의 전인적인 학습과 올바른 배움을 위하여 지역사회의 교육적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그 결과를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선순환적 교육공동체 구성을 목표로 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마을교육공동체 구축을 위한 선결 조건 중의 하나는 지역사회 교육력을 제고하는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학교공동체는 학생들의 학습 역량 신장에 초점을 두고, 전인적 성장과 공동체적 의식을 강화시키는 부분은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중략) 과거 대부분의 사회가 그랬듯이, 지역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과 사회적 학습은 그 지역의 교육적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이루어진다.” - 《마을교육공동체란 무엇인가?》 231쪽

 

 


마을교육공동체란 무엇인가?
서용선 외 지음
살림터 펴냄|2016년

 


학교가 학부모,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마을의 교육력은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드는 바탕이고 학교 혁신의 동력이다.

 

공립 대안학교 실험은 성공할까?
헤르만 헤세는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1906)에서 인간의 자유의지를 박탈하는 억압적인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고발한다.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권위적인 학교의 강제 속에서 점점 황폐해져가다 결국 급류에 휘말려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지음|한미희 옮김
문학동네 펴냄|2013년

 


“교사의 의무와 국가가 교사에게 맡긴 직무는 소년들의 거친 힘과 자연의 욕망을 제어해 송두리째 뽑아버리고, 그 대신 국가가 인정하는 차분하고 절도 있는 이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중략) 학교의 사명은 정부가 인가한 원칙에 따라 자연 그대로의 인간을 사회의 유용한 일원으로 만들고, 병영의 세심한 훈련을 통해 마무리되고 완성되는 특성을 일깨우는 것이다.” - 《수레바퀴 아래서》 59쪽
작품이 나온 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경쟁 위주의 교육 현실에서 방황하고 절망하는 수많은 한스들이 있다.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에 뛰어든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다운 학교’에 다니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바친다. 이들은 개성과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는 천편일률적 학습 내용과 경쟁 위주의 학습 방법에 반대한다. 아이들을 대안학교에 보내기 어렵다면, 내 아이의 학교가 대안학교처럼 되기를 바란다. 사실상 마을교육공동체는 공교육 체제 안에서의 대안학교 만들기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공교육 체제 안에서 학교 혁신의 노력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제도권 밖의 대안교육운동이 끊임없이 공교육을 자극한 결과다. 한편으로는 비용이나 입학 조건 등이 까다로운 대안학교에 비해 공교육 내의 혁신학교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풀무학교, 간디학교처럼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선 학교를 제외하고, 소규모 대안학교들은 재정 부담, 인적자원 부족, 전문성 부족 등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다.
혹자는 지금 시기를 대안학교의 설립 주체가 사립에서 공립으로 전환되는 시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대안학교의 양적 확대를 넘어서 질적 향상을 위해, 혁신학교나 마을교육공동체 등 이른바 ‘공립 대안학교’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이미 새로운 실험이 되고 있다. 덴마크처럼 공교육과 대안학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것도 교육의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공교육은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대안교육은 공교육을 견인하면서 나아간다면 학교는 ‘배움의 안내자’로서 제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민희 님은 전남 영광에서 경제-복지-노동-교육이 어우러지는 지역일체형 농촌마을공동체를 지향하는 ‘여민동락공동체’에 몸담고 있습니다. 어르신들과 함께하며 현장의 변화를 일구는 사회사업가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책 속에서 길을 찾되 절대 ‘활자의 감옥’에 갇히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틈틈이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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