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호 2016년 6월호 살림,살림

[ 놀며 자라며-더위를 이기는 뜨거운 놀이 ]

땀이 난다 알곡이 익는다

글 _ 사진 주지혜

경기 양평의 골짜기 속 작은 학교인 ‘나무숲세움터’ 아이들이 계절에 맞게 뛰놀며 자라는 모습을 다달이 담는다. 놀이로 이열치열하며 초여름을 통과해 가는아이들을 만나 보자.

 

 

땀이 나면 땀을 내며
6월이다. 나무숲세움터 둘레는 온통 초록 세상이다. 주말을 보내고 온 월요일, 아이들과 세움터로 오면 풀이 어찌나 무성한지 모른다. 이 시기부터 세움터 이모들은 아침 산놀이 시간에 종종 손에 목장갑 끼고 낫을 들고 풀을 뽑거나 벤다. 혹시 풀숲 속에 뱀 님이 숨어 계실지 몰라서이고, 이즈음부터 하얗고 까만 진드기가 풀에 엄청 많이 붙어 있어 아이들 몸으로 옮겨 붙을까 걱정되어서다. 이모들의 풀 베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도 함께 풀을 뜯는다. 아이들은 풀을 뜯다 자연스럽게 평평한 바위 위에 풀을 올려놓고 돌멩이를 찾는다. 돌멩이로 풀을 콩콩 찧어 나물 반찬을 만들려는지, 김치찌개를 끓여 주려는지, 연신 쫑알쫑알 떠들며 요리놀이에 몰입한다.
그렇게 아이들 옆에서 풀을 베고 있노라면 아침 일찍 일어나 정신없이 아이 밥 해 먹이고 집 안 조금 치우고 아이들 챙겨 바삐 세움터로 향하는 어지럽던 마음이 차분히 정리되어 간다. 단순한 노동의 반복적 움직임과 뜨거운 태양 볕으로 몸은 어느새 땀으로 얼룩덜룩해진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땀을 그렇게 냈는데 상쾌하고, 몸에서 나는 땀 냄새가 싫지 않다. 몸속에 숨어 있던 여러 독소가 땀으로 배출된다 생각하니 기쁘기까지 하다.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아이들도 신이 나는 움직임에 땀이 난다. 세움터에는 에어컨이 없다. 선풍기도 없다. 자연스레 아이들과 이모들은 자연의 흐름에 어떻게 맞추어 갈지 헤아리며 적응해 간다. 더우면 우리는 오히려 산에 오른다. 산이 주는 시원함, 나무들 사이의 싱그러운 그늘을 찾아 불어오는 바람에 땀이 난 몸을 말린다.
그리고 아이들은 ‘여름이 왔노라!’ 알리는 듯 세움터 주변 냇물에 몸을 담근다. 그것도 매일같이. 물이 주는 편안함에 우리의 몸과 마음은 자연스레 풀어 헤쳐진다. 여름날 물가에 가면 제어가 안 된다. 아이들은 고민 없이 입수한다. 그러고는 하하, 호호, 꺄르르르. 입술이 파랗게 될 때까지 논다. 그러다 물가에 노니는 송사리 떼와 마주하면 어부가 되기도 하고, 흙을 그릇에 담아 물을 부으면서는 “이모, 제가 커피 내리고 있어요”라며 바리스타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정성 들여 만들어 준 차나 음식 등을 소홀히 대해선 안 된다. 꼭 먹는 시늉과 함께 “정말 맛있다”며 감탄을 연발해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더위를 이겨 나간다.                                                        아이들이 산에서 신나게 딴 오디와 앵두

 

초등 소나무반 9살 해루는 더위를 함께 재미나게 지나는 세움터 동생들을 보며 ‘삶과 노래’라는 수업에서 시 노래를 지었다. 이 노래는 여름 내내 세움터 동생들이 특히나 좋아해서 부르고 또 부르는 불후의 명곡이 되었다.

 

 

 

행복을 먹고 나를 표현하고
요즘 시기부터 산속 나무들은 향긋한 내음과 아름다운 색깔로 가득해진다. 그러면서 개미들도 바빠진다. 오디에서 나는 단내에 개미들이 줄 맞추어 나무를 오르락내리락. 아이들은 한 명씩 그릇을 들고 산에 오른다. 뽕나무를 찾아 오디 따 먹고 앵두나무를 찾아 앵두 따 먹고 벚나무를 찾아 버찌를 따 먹는다. 또, 산딸기도 얼굴을 내민다. 아이들은 해가 쨍쨍해도, 비가 와도 열매를 따 먹으러 달려간다. 3살 아이들은 오디를 따서 손으로 움켜쥐고 먹다가 성에 안 차 오디를 그릇째 마신다. 아이들 손과 입술이 온통 보랏빛, 붉은빛으로 물든다. 나무와 열매의 희생으로 우리 입안 가득 전해지는 진한 달콤함에 잠시 더위를 잊는다. 거저 내주는 자연 덕에 우리는 행복을 먹는다.
초등반 절기놀이 수업에서는 자연에서 물감 재료를 찾아 물감을 만들어 여러 가지를 표현해 보았다. 오디를 따다 물과 섞어 물감을 만들었고, 그 자연이 준 빛깔로 아이들은 그림을 그렸다. 아이들은 소재만 던져 주면 늘 다양한 아이디어로 자신을 표현해 낸다.
초등 아이들과 또 다른 절기 활동도 했다. 진흙을 찾아 체에 거르고 물과 목공풀을 적당히 섞어 여러 모양을 만든 다음 크레파스로 칠한다. 그렇게 자신만의 알록달록한 팔찌나 목걸이를 만들었다. 크레파스로 칠하면 색이 예쁠 것 같아 사용했는데 손에 묻어나서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다.
이렇게 우리는 초여름을 지나간다. 몸의 편리함만을 쫓는 것이 익숙한 오늘날에 우리는 끊임없이 기억하려 한다. 뜨거운 땀과 수고를 이겨내야만 시원한 가을이 왔을 때 짱짱한 알곡들과 만날 수 있다는 자연의 섭리를 말이다. 참 쉽지 않다. 그렇지만 세상 곳곳의 생명들이 알찬 결실을 맺기를 바라며, 올 여름도 아이들과 시원하게, 기똥차게 보내 보련다.

 

 

 

(위)왼쪽부터 서화(3)와 신이(4)가 물놀이를 하다가 프라이팬에 요리까지 하고 있다. (왼쪽)민이(3)가 오디를 어찌나 많이 따 먹었는지 입 주변이 온통 보랏빛이다. (오른쪽)절기놀이에서 자연 물감(재료는 오디)을 만들어 손바닥을 찍은 작품

 

 

↘ 주지혜 님은 올해 4살 된 여자아이의 엄마이자 나무숲세움터 어린이집의 은꽃빛 이모입니다. 엄마와 교사라는 업을 통해 자아를 새롭게 발견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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