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호 2016년 6월호 살림,살림

[ 협동의 힘-암탉우는마을 여성들의 마을기업 민들레워커협동조합 ]

마을 일거리가 있어야 즐겁게 오래 함께

글 _ 사진 우미숙 편집위원

쓰레기 악취로 뒤덮인 마을 골목을 꽃길로 만든 사람들, 일상의 일거리를 함께 나누는 사람들, 숨겨진 재능을 발휘해 특별한 기능인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 온 사람들.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마을공동체를 새로 꾸린 민들레워커협동조합 사람들이다.

 

 

여성이 울어야 골목도 가정도 달라진다
서울 금천구 시흥5동의 암탉우는마을은 시골 읍내가 연상되는 작은 마을이다. 오랫동안 재정비지구로 묶여 있어 낡은 집들이 많다. 모두 25가구가 사는데 특히 30~40년 동안 이곳에서 줄곧 살아온 어르신들이 많다. 이곳에서 민들레워커협동조합이 태어났다.
2011년 11월, 민들레워커협동조합 김혜숙 이사장이 환경운동단체인 ‘숲지기강지기’에서 활동하던 시절, 금천구 시흥5동 마을환경모니터링 사업을 하러 이 마을에 오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그때 이 마을은 낡은 집들이 방치되어 있었고, 골목과 공터에 쌓인 쓰레기와 거기에서 나온 악취로 뒤덮여 있었다.
2012년 초부터 마을 사람들과 마을환경모니터단은 쓰레기 치우는 일을 시작했다. 쓰레기가 쌓여 있던 작은 공터에 텃밭을 만들고, 집집마다 담벼락 아래에 나무로 만든 꽃상자를 이어 놓았다. 2014년에는 지역 고등학생들이 나서서 마을 골목 초입에서 뒤편 초등학교로 이어지는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 마을에 색깔을 입혔다. 마을 사람들이 지나가다 잠깐 쉬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나무 의자를 골목 이곳저곳에 놓아두었다. ‘암탉우는마을’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21세기에는 여성이 울어야 골목도 가정도 달라질 것이니 우리 좀 웁시다” 하며 지은 이름이 암탉우는마을이다.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마을지도 ‘마을을 짓다’. 자투리 천으로 각자 살고 싶은 집을 지었다. 주로 세입자로 살아왔기 때문에 지도에서나마 ‘내 집’을 지어 보는 의미가 있었다.

 

 

할머니와 젊은 여성이 손잡고
마을을 어느 정도 바꾸어 놓으니 이것을 어찌 유지할지 고민이 됐다. 그동안 환경운동단체 숲지기강지기와 마을 어르신들은 음식물 쓰레기로 지렁이를 키우거나 나무 심기, 자투리 천과 폐품으로 생활용품을 만드는 생활실천운동을 이어 갔다. 그러다 보니 할머니들이나 지역 젊은 여성들의 손재주가 날로 늘어났고, 이를 사업으로 이어 가자는 생각에 마을기업형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수많은 씨앗을 널리 퍼트리는 ‘민들레’라는 이름에, 함께 일하는 사람 또는 함께 걷는 의미의 ‘워커’를 붙여 ‘민들레워커협동조합’이라고 했다. 2012년에 암탉우는마을을 세우고 1년이 지난 2013년 7월에 협동조합을 설립하고는 곧바로 마을기업인증을 받았다.
조합원은 모두 25명,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여성이며 마을 어르신은 6명이다. 암탉우는마을 처음 만들 때 사업을 함께한 이들이다. 출자금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도록 2만 원으로 정했다. 김혜숙 씨는 비상근 이사장이고, 직원이 1명 있다. 마을기업지원이 끝난 지난해 중반 이후 자립기에 접어들었고, 조금이나마 이익잉여금을 내며 어려운 시기를 잘 견디고 있다.

 

 

 

쓰레기가 쌓여 있던 공터를 텃밭으로 만든 암탉우는마을 사람들. 이렇게 바뀐 마을을 유지하며 함께 살고 싶어 민들레워커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일자리’보다 ‘일거리’
민들레워커의 주 사업은 정갈해진 마을을 유지하고,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서 오랫동안 즐겁게 살아가게 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 일거리를 만든다. 현수막으로 가방 만들기, 마을텃밭을 일구고 꽃상자 만든 솜씨로 구청 공간에서 수세미 키우기, 자투리 천이나 폐품으로 생활용품 만들기를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한다. 실력을 발휘해 만든 수공예품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경제기업 생산품 온라인 장터(함께누리)를 통해, 또는 공공기관에서 열리는 장터에서 판매한다. 교육사업도 경력단절여성들에게 의미 있는 사회적 일거리다. 손바느질로 힐링하기 수업, 어린이를 위한 수공예 수업, 환경 수업은 지역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아 강의를 요청하는 곳이 늘었다. 숲지기강지기 활동의 경험을 협동조합 사업으로 만든 게 환경교구다. 천으로 만든 다양한 교구로 환경교육도 하고 입체벽화도 꾸미며 온라인 장터에서 직접 판매도 한다.
민들레워커의 사업은 이거다 하고 하나를 내세우는 대신 다양하게 조합원의 일거리를 만드는 데 의미를 둔다. 그래서인지 조합원으로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조합원 수를 더 늘리지 않는다. “가능하면 조합원들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며, 일거리를 고르게 나누려면 조합원 수를 더 늘릴 수 없다”고 한다. 마을 어르신들은 조합원이 아니어도 일감을 함께 나눌 수 있다.

 

 

재능 있는 조합원들이 강사가 되어 진행하는 교육사업도 민들레워커의 주 사업이다. 경력단절여성들이 다시 일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손바느질·수공예 수업, 환경 수업 등은 지역에서 인정받아 강의를 요청하는 곳이 많다.

 

 

“협동조합을 유지하는 것이 애국”
마을기업지원 기간이 끝나면서 지난해 중반부터 자립기에 들어갔다. 김혜숙 이사장은 “이제는 나라에 주민세, 부가가치세, 법인세까지 꼬박꼬박 내는 진정한 애국단체가 됐다”며 스스로 칭찬한다.
“이름만 있고 연락이 안 되는 협동조합이나 1~2년의 정부 지원이 끝나는 시점에 문을 닫는 마을기업이 수둑룩하다”며 김혜숙 이사장은 요즘 사회적경제기업들의 불안정한 상황을 안타까워한다. 창업이 쉽다 보니 공공에서 제공하는 편의와 혜택을 기대하고 이름만 협동조합을 내건 개인사업체가 늘어난 것도 요즘 세태다. “활동의 가치가 있다면 지원과 상관없이 지속해야 한다. 1~2년간 재료비와 인건비만 받고 그만두는 것은 무책임하다. 2년간 독립운영을 잘한 곳을 심사해 사업 확장에 필요한 지원을 해 주는 방식으로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래도 협동조합은 참으로 매력이 있다. 김혜숙 이사장은 “함께 일하고 공동으로 나누고 공동의 미래를 위해 재투자하는 협동조합의 기본적인 운영 원칙을 지키기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왕성하게 일하던 시절을 보낸 중년 이후에 적게나마 생활비를 벌면서 즐거운 일을 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협동조합을 새로운 삶과 직업을 만들어 주는 기회로 본다. ‘한번 해 볼까?’ 하고 마구 덤벼들지 말고 정부 지원으로 사업하려는 생각을 접는다면 얼마든지 그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민들레워커협동조합이 지금 자립기를 거쳐 새로운 변화를 꿈꾼다. 넓게 공방을 꾸리고 판매장을 갖춘 독립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들은 암탉우는마을을 변하게 한 힘으로 또 한 번의 공간 변화를 시작하려 한다.

 

 

민들레워커협동조합
서울 금천구 탑골로5길 13
블로그 blog.naver.com/sambo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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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sambo@hanmail.net
서울시 사회적경제기업 전용 쇼핑몰 함께누리
www.hknuri.co.kr

 

 

↘ 우미숙 님은 한살림성남용인생협에서 활동했고 현재 사회적경제 공부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만은 알고 먹자》, 《협동조합도시 볼로냐를 가다》(공저), 《공동체도시》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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