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호 2016년 4월호 살림,살림

[ 살림 생각-‘정상’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편견이 불러올 위험 ]

유전자 가위가 있다고요

글 박병상

DNA 자르고 붙인 뒤에 자궁 착상
2005년 녹색평론사에서 펴낸 《아담을 기다리며》의 지은이 마사 베크는 유전병이 있는 뱃속의 아기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썼다. 낙태하지 않은 대학원생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크게 질책하는 지도교수 앞에서 당당할 수 있었던 건 뱃속의 아기가 자신에게 용기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일 자궁 착상하기 이전에 병을 가진 유전자를 정상으로 바꾸는 기술이 보급된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크리스퍼’라는 유전자 가위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크리스퍼로 유전자를 아주 정교하게 자르고 붙일 수 있으므로 미래에는 병이 아니라 유전자를 치료하게 되리라고 예견한다. 이상이 있는 DNA 가닥을 정상 가닥으로 바꿔 준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인데, 우리는 이미 사람의 모든 DNA 염기 서열을 밝혔고, 유전자 지도를 완성할 날도 머지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필코 유전병을 발본색원하게 될까?
DNA 가닥을 바꾸려면 수정란이 자궁에 저절로 착상하면 안 된다. 시험관에서 수정시킨 뒤 난자 세포가 4개 정도로 분열했을 때 중단시키고 그중 세포 하나를 떼어 내 유전자 서열을 조사해야 한다. 유전병이 보인다면 문제의 DNA 가닥을 크리스퍼로 잘라 내 정상 가닥으로 바꾸겠지. DNA 가닥이 정상으로 바뀐 난자의 세포를 다시 분열시키고, 자궁에 착상하면 유전병이 치료된 아기가 태어날 것이다.
유전병은 왜 생길까? 아기에게 잘못은 없다. 물론 유전병 가진 아기를 잉태한 부모에게 잘못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과거 언제일지, 돌연변이가 있었다. 유전자 복제를 불안하게 하는 어떤 원인에 의해 생겼을 것이다. 방사능이나 몸에 좋지 않은 음식 속 첨가물, 농약을 포함해 십만 가지가 넘는 독성화학물질은 발암물질이자 돌연변이 원인물질이다. 그래서 요즘 유전병은 늘어난다.

 

주관적인 편견이 유전자 조작 욕망을 불러오나
키가 작으면 질병인가? 그리 규정하면 병으로 둔갑시킬 수 있다. 성형외과는 분명 정상인을 받아 환자로 만든다. DNA 가닥을 동시에 여러 군데 바꾸는 세상이 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아기의 눈동자 색을 바꾸고 싶은 부모는 머리카락과 피부의 색도 동시에 바꿔 달라고 주문하는 시대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그런 시대에 키가 180cm 이하인 남성은 루저! 인생의 실패자로 낙인찍힐 수 있겠다.
1998년 《리메이킹 에덴》에서 생명공학자 리 실버는 유전자를 좋게 바꾼 “보강된 유전자 계층”이 등장할 것으로 예견했다. 그런 현상을 막을 수 없을 거라 주장했는데, 이제 그 가능성이 어슴푸레 보인다. 지능을 높이는 유전자 수술이 영리병원에서 시술된다면? 외모를 따지면 세칭 송중기 또는 김태희 유전자가 고가로 팔리는 시대가 될 테지. 당뇨병과 치매에 들지 않도록 유전자를 교환해 주겠다는 병원이 요란하게 광고하겠군.
키가 크면 좋은 걸까? 어떤 얼굴이 잘생긴 걸까? 지능이 높으면 행복할까? 우리는 좋거나 나쁘다는 기준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편견이고 그 편견은 상황에 따라 변한다. 유전자는 환경이 맞아야 발현된다. 환경이 바뀌면 우성이던 유전자가 열성으로 변하기도 한다. 지구온난화에 이은 기상이변이 심해지는 이때 유전자 치료?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겠다.

 

 

↘ 박병상 님은 도시 속의 녹색 여백을 추구하기 위한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라는 공부방에서 《탐욕의 울타리》, 《파우스트의 선택》, 《녹색의 상상력》 등 여러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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