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호 2016년 4월호 살림,살림

[ 4월의 문화 나들이 ]

기억이 예술로

글 안태호 편집위원

기억을 위한 동행
전시 <700일 기획전시>, <사월의 동행>
목 안 가득 물컹거리며 차오르는 슬픔과 분노가 2년을 꼬박 채웠다. 아마도 386세대들이 5월을 생각하는 것처럼, 어르신들이 6월을 떠올리는 것처럼, 지금 세대는 4월을 기억할 것이다. 광화문광장 농성장에서는 <700일 기획전시>가 열렸다. 세월호의 진실규명을 위해 힘써 온 유가족과 시민들의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광화문광장, 단원고 기억교실 등 국내외 세월호 관련 장소가 표시된 ‘416 기억과 행동 지도’가 시민들을 만났다. 3월 15일부터 시작된 전시는 아쉽게도 4월 3일까지만 열린다. 경기도미술관에서는 4월 16일부터 2주기 추모전 <사월의 동행>이 열린다. 전진경, 이윤엽 등 현장예술가를 필두로 안규철, 조숙진, 최정화 등 중견작가들과 강신대, 전명은 등 청년작가까지 다양한 분야와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들이 세월호 참사를 예술가의 시선으로 기록하고 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정부합동분향소가 설치된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 있는 경기도미술관은 2년 동안의 거대한 슬픔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전시를 통해 유가족들은 물론, 참사로 인해 아픔을 갖게 된 공동체와 마음을 나누고 일상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동행’으로 표현한다. 세월호 이후 예술은 무엇으로 어떻게 사회와 호흡할 것인가를 보여 줄 이 전시는 6월 26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031-481-7037

 

 

전설이 토해 내는 열정의 독설
연극 <마스터 클래스>
마리아 칼라스. 오페라 한번 못 본 사람에게도 낯설지 않은 전설이다. <마스터 클래스>(연출 임영웅)는 ‘오페라의 여신’으로 불렸던 그가 은퇴 후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진행한 세미나를 다룬 작품이다. 극작가 테렌스 맥날리가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기억을 토대로 작품을 썼다고 알려졌다.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건 40년 연기 내공을 갈무리하는 윤석화, 아니 마리아 칼라스다. 그의 움직임과 말들은 열정과 자신감, 오만으로 가득했던 소프라노와 연기자 사이의 간격을 희미하게 만든다. 예술의 핵심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경구들은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과 어우러진 차가운 독설로 수업을 듣는 성악가들을 웃기고 울린다.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던 마에스트로 구자범이 음악감독을 맡고 직접 반주자로 출연,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리아 칼라스의 쓸쓸함과 자부심이 오롯이 담긴 마지막 대사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오페라가 없어도 내일의 태양은 떠오르겠죠. 세상은 우리 없어도 돌아갈 거예요. 하지만 우린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왔다고 생각해요. 예술이 없는 세상에 비해 훨씬 풍요롭고 현명한 세상으로 말입니다.” 4월 20일과 21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29일과 30일 대구 봉산문화회관 가온홀에서 각각 공연한다. 문의 부산 051-630-5200, 대구 053-661-3521

 

 

↘ 안태호 님은 부천문화재단 생활문화사업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예술가가 못 되면 근처에서라도 놀자는 게 인생의 몇 안되는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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