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호 2016년 4월호 살림,살림

[ 몸과 마음을 세우는 태극권-무릎을 굽히고 중심은 양다리 사이에 ]

말뚝처럼 선다

글 양우정 _ 사진 류관희

태극권은 약 400년 가까이 전해 온 권술로, 강맹함과 빠르기 위주의 다른 무술과 달리 외형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움직인다. 내용면에서도 의식과 동작을 결합하기 위한 특수한 요구사항(요결)이 있다. 이번 호부터 태극권으로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방법을 연재한다. 수련할수록 체력이 좋아지며, 한쪽으로 치우치기 쉬운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바로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태극권은 중국 명나라 말기의 장수 진왕정(1600~1680)이 집안에 전해 오는 무술과 다른 문파의 권법을 종합하여 창시했다. 진왕정은 다년간 민간무술을 연구한 기초 위에 음양팔괘학설과 도인토납(현대의 기공)을 종합하고 복식호흡과 경락학설을 채용하여 태극권을 만들었다.
진왕정보다 30여 년 앞서 명나라 명장 척계광이 민간무술을 종합하여 <권경 32세>를 만들어 군사훈련을 시켰는데, 그중 29세가 태극권에 흡수됐다고 한다. 태극권은 수백 년의 반복된 경험과 단련으로 여러 가지 운동규율이 정해지고 이론이 정밀해졌다. 이것이 오랫동안 다른 무술과 동화되지 않고 독특하고 격조 높은 무술로 자리매김한 원동력이다.
처음 태극권을 배울 때에는 이론을 생각으로 이해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수련하면서 의식과 동작을 결합하고, 자신의 동작이 이론에 맞는지를 검증하여 철저히 깨달은 후에 점점 깊은 단계로 나아가는 게 좋다. 태극권을 수련할 때 땀은 흘리지만 호흡은 가쁘지 않게 할 수 있고, 폭발적이고 탄성 있는 힘이 증강한다. 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으며 심신을 수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태극권의 중요한 특징은 의식을 동작에 집중해 온몸에 기(氣)를 운행하는 ‘의기운동(意氣運動)’이라는 것이다. 의기를 동반한 질기고 탄성 있는 힘을 태극권에서는 ‘경(勁)’이라고 부르는데, 수련할 때 동작을 순조롭게 이루어 내어 기를 늘리고 경을 단련한다. 외형상으로는 부드럽지만 안으로는 단전을 충만하게 하고 기를 사지로 흘려보내 온몸을 하나의 기세로 엮어 낸다.
중요한 몇 가지 요결을 연마하면 오랜 시간 동안 집중력을 강한 강도로 유지하게 하고, 동작을 침착하게 하며 기를 단전으로 가라앉힌다. 요결들은 다음과 같다.

 

입신중정(立身中正)
머리나 몸이 기울어지면 정신을 집중하거나 호흡을 안정할 수 없다. 몸을 바르게 하고 중심을 찾는 연습을 해야 한다.
송견침주(鬆肩沈肘)
어깨와 팔 부위가 위로 뜨지 않도록 늘어뜨려 양 어깨를 단단하게 이어 팔에 뿌리가 생기도록 한다.
함흉탑요(含胸塌腰)
가슴을 내밀지 않고 꼬리뼈를 가볍게 거두어들이고, 허리를 아래로 느슨히 이완한다.
송과굴슬(鬆胯屈膝)
고관절과 엉덩이를 느슨히 이완하고 무릎을 굽힌다. 고관절을 탄력적으로 이어서 다리에 뿌리가 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호흡자연(呼吸自然)
폐는 근육이 없다. 가슴과 상체의 전방위적인 팽창과 수축으로 호흡활동이 이루어진다. 정확한 자세를 잡고 정신을 안으로 거두어들여 집중하면 호흡은 자연스럽게 된다.
허실분명(虛實分明), 상하상수(上下相隨)
동작 중에 중심 이동이 명확해야 하고 상체와 하체의 움직임이 서로 조화롭게 따라야 한다. 태극권은 몸 일부분의 힘만을 사용하지 않는다. 중심의 이동과 단전의 움직임으로 동작을 주도하여 연결성을 이끌어 내고 체간 안정성을 확보한다.

진왕정이 창시한 태극권을 진식태극권이라 하는데 이후 양식, 무식, 오식, 손식 등 많은 문파가 나타났다. 청나라 말기 양로선이 진장흥에게 태극권을 배워 북경에 진출하여 태극권을 가르쳤는데, 이로부터 현재 가장 많이 알려진 양식태극권이 탄생하였다. 모두 진식태극권을 바탕으로 하며, 수련시간의 길이나 동작의 난이도가 다를 뿐 요결은 모두 같다.
태극권은 연결된 동작 전체(투로)를 한꺼번에 연마하여도 좋고 한 동작씩 끊어 연습하여도 좋다. 이번 호에는 태극권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참장 자세를 소개한다.

 

참장(站樁): 말뚝처럼 서 있는 자세

 

 

처음에는 5~10분 정도 자세를 유지하고 점차 시간을 늘려 가는 게 좋다. 30분 이상 서 있을 정도가 되면 체력이 증강된 것을 느낄 수 있다. 서둘지 않고 천천히 수련해 나가며, 잘되지 않는 날이 있더라도 다음날 다시 자세를 고쳐 잡도록 한다. 이 동작을 하면 다리의 힘이 점차 길러지고 발바닥과 지면으로 뿌리가 내리는 느낌이 들며, 몸 전체의 균형감각이 좋아진다.

 

 

 

↘ 양우정 님은 지금도 해마다 중국을 오가며 진식태극권 장문인인 진소왕 선생에게 태극권을 배우고 있습니다. 경남 창원에서 창원태극권수련원을 운영하며 태극권을 전하는 한편, 대한우슈협회 심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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