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호 2016년 4월호 살림,살림

[ 살림의 순간-음나무 ]

가시가 뾰족뾰족

글 _ 사진 김광화

 

 

“음나무 몇 그루 키워라.”
내가 시골로 오고 나서, 어머니가 자주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열여덟에 결혼해 평생 농사지으며 사신다. 여든을 넘긴 지금도 꼼지락거리며 당신이 드실 만큼은 지으신다. 안부 전화를 마칠 무렵이면 곧잘 이렇게 말씀하신다. “닭을 골 때는 꼭 음나무를 넣으렴. 맛도 담백하고 물이 달달해져. 어릴 때는 잎사귀도 맛있고.” 어머니의 음나무 예찬을 귓등으로 흘려듣다가 드디어 몇 해 전 아내가 집 뒤 산밭 둘레에다 음나무를 몇 그루 심었다. 잘 자라고 있는 음나무한테 다가가니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두릅도 가시가 많지만 음나무는 한결 더 하다. 무려 1cm 이상 돋은 날카로운 가시. 이런 가시가 줄기 따라 촘촘하다. 마치 방패 같다. 가시로 만든 방패. 이 가시를 방패라고 말하는 건 음나무가 먼저 상대방을 공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직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가시다. 제 몸 나누어 가시를 만든 게 아닌가. 누군가 이 나무를 베려고 하거나 새순을 따 먹으려고 하면 가시는 창으로 바뀐다. 음나무 줄기는 가늘고 길어 탄력성이 좋다. 줄기를 어설프게 당겼다가는 가시한테 호되게 당한다. 음나무 가시는 방패이자 창이다.

 

 

↘ 김광화 님은 전북 무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아내와 다시 연애하는 맛으로 삽니다. 자칭 부부연애 전도사. 정농회 교육위원이며 지은 책으로는 《피어라, 남자》, 아내와 함께 쓴 《아이들은 자연이다》, 《직파 벼 자연재배》 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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