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호 2016년 4월호 살림,살림

[ 조합원 8명 공동 출자·운영하는 주민두레생협 서판교매장 ]

책임지니 부담되지만 주인 되어 매장 꾸리는 재미 쏠쏠

글 _ 사진 우미숙 편집위원

생활협동조합 조합원은 먹을거리와 생활용품을 공동구입하기 위해 출자한다. 조합원이 되는 동시에 조합의 주인과 운영자로서 책임을 갖는다. 이외에도 생협 매장을 조합원이 직접 세워 운영하기도 한다. 한국 생협에서 보기 드문 사례지만 조합원 8명이 공동 출자해 직접 운영하는 조합원자주운영매장이 있다. 주민두레생협 서판교점이다.

 

 

조합원자주운영매장인 주민두레생협 서판교매장의 운영 방식은 독특하다. 설립 비용은 출자금으로 해결했지만, 매장 근무 활동가 급여는 주민두레생협에서 일괄 처리하는 식. 서판교 매장의 매출 총액으로 배분하지만, 손실이 발생해도 일정하게 급여를 책정하고 있다.

 

 

활동하면서 꿈꿔 오던 조합원자주운영매장 열다
아침 9시. 조합원을 맞이하기 위해 매장에서 청소와 물품 정리를 시작한다. 이때 어느 조합원이 문을 빼꼼 열고 들어와 식빵을 찾는다. 개점은 아침 10시부터지만 윤영미 점장은 “어서 오세요. 오늘 들어온 빵이니 맛있을 거예요” 하며 반갑게 다가간다. 준비가 덜 돼 어수선한데다 초를 다투는 바쁜 시간이지만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는 생각에 정해진 규칙도 가끔 무시한다. 윤영미 점장은 “이게 자주운영매장의 장점”이라며 오히려 조합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기를 바란다. 문 닫는 시간에 급하게 들어오는 조합원도 물리치지 못한다. 겨울인 11월부터는 저녁 9시까지, 따뜻해지는 4월부터 저녁 10시까지 문을 연다. 올해 6월 12일이면 매장이 문을 연 지 1년이다. 조합원 20명으로 시작해 이제 650여 명이 됐으니 칭찬할 만하다.
주민두레생협은 경기 성남시와 용인시, 광주시에서 소박하게 조합원 조직을 꾸려온 역사가 오래된 곳이다. 몇몇 조합원들끼리는 "조합원이 직접 운영하는 매장을 한번 해 보자"는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비싼 보증금과 임대료를 감당하면서 매장을 열자니 엄두를 내지 못하던 차에 마침 서판교에 좋은 자리가 났다. 이들은 조합원자주운영매장의 이름으로 출자자를 모았다. 20년 넘게 활동해 온 유순주 전 이사장과 조직활동가로 일하면서 ‘좋은이웃 찬방’이라는 마을기업 반찬가게를 운영하던 윤영미 씨를 비롯해 공동육아 활동을 해 온 조합원까지 모두 8명이 힘을 모았다. 각각 3천만 원을 출자해 보증금과 시설비를 충당했다. 남편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만기 적금과 전세금 일부를 보탰다. “오래된 조합원이나 활동가라면 기꺼이 이런 일을 또 하나의 활동으로 여기고 헌신할 수 있지만, 생협 활동을 얼마 하지 않은 사람들은 다르잖아요. 손실 분담까지 각오하며 출자하는 걸 보고 놀라고 감동했어요.” 유순주 씨는 40대 초반 젊은 사람들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공동육아를 하는 박미연 씨, 김지연 씨, 전민근 씨와 같이 참여한 김연정 씨는 “공동육아를 하면서 생협 사람들과 함께라면 무슨 일이든 하고 싶었어요. 매장 운영이 쉽지 않고 수익도 엄청나지 않겠죠. 하지만 하나의 생협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하고 말한다.
출자자 8명 중 5명이 함께 활동한다. 유순주 씨와 윤영미 씨는 매장 운영을 총괄한다. 윤영미 씨는 3월부터 점장 역할을 맡았다. 어린아이를 돌보는 김연정 씨, 박미연 씨, 김지연 씨는 조합원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한다. 매장에 평일 1명, 주말 2명 시간제 활동가를 고용했다.

 

 

윤영미 점장은 조합원에게 물품의 특성과 요리법 소개하는 게 그렇게 재미있단다. 오늘도 그는 물품을 둘러보는 조합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활동·수익·손실·급여 배분, 자주운영매장의 논쟁거리
이들 운영 방식은 독특하다. 설립 비용은 출자금으로 해결했지만, 매장 근무 활동가 급여는 주민두레생협에서 일괄 처리한다. 서판교 매장의 매출 총액으로 배분하지만, 손실이 발생해도 일정하게 급여를 책정한다. 특별히 점장은 다른 매장과 마찬가지로 월급제로 책정한다. 1년 동안 매출 증감과 상관없이 생협이 회계와 재정을 맡고, 이후에 어떻게 운영할지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
현재 매출의 3%를 주민두레생협에, 6%를 두레연합 물류센터에 낸다. 물품 가격에서 생산자 몫을 떼면 25% 가까이 되는데 여기서 9%를 빼고 16%를 매장 활동비로 쓴다.
역할 분담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출자만 한 경우와 매장 근무, 조합원 활동 세 영역으로 나뉜다. 매장 활동가에겐 시간제 급여를 지급하지만 조합원 활동에 대한 보수는 없다. 아직 이에 대한 규정을 만들지 못한데다 지금은 그럴 형편이 안 되지만 유순주 씨는 지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년에는 활동가 급여에 대해 다시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으로 쟁점 사안은 손실분이다. 공간 계약이 끝나는 3년 후쯤 손익분기점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하지만 만약 손실분이 발생한다면 어떤 식으로 분담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수익·손실 배분은 소규모 협동조합에서도 논란거리다. 각기 다른 형태로 일하는데 급여 기준을 어떻게 세울지 명확한 답이 없다. 이를 테면 반찬가게를 협동조합으로 운영할 경우, 요리와 손님맞이, 배달 일에 대해 각각 어떤 기준으로 급여를 책정할지 기준을 찾기 어렵다. 보수도 수익이 났을 때만 나눌지, 수익·손실에 구애 없이 최저임금을 적용한 일정 금액을 급여로 책정할지 논란이 일 수 있다. 한 사업체의 주인으로서 위치와 일하는 사람으로서 위치가 겹쳐 생기는 결과다. 스스로 답을 정하고 합의하는 협동조합 방식으로만 풀 수 있다.

 

 

매장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공동 출자자 중에 5명이 현재 함께 활동하고 있다. 박미연 씨, 김지연 씨, 윤영미 씨, 김연정 씨, 유순주 씨(왼쪽부터)

 

“오래된 조합원이나 활동가라면 기꺼이 이런 일을 또 하나의 활동으로 여기고 헌신할 수 있지만, 생협 활동을 얼마 하지 않은 사람들은 다르잖아요.손실 분담까지 각오하며 출자하는 걸 보고 놀라고 감동했어요.”

 

 

물품 구매 장소에서 조합원 생활 장소로
조합원에게 물품의 특성과 요리법 소개하기를 즐기는 윤영미 점장은 가장 오랜 시간 매장에 머무른다. 일주일에 두 번 물품 배달을 도맡아 하는데 사람 만나는 재미에 다리 후들거리는 것조차 못 느낀다고 한다. 유순주 씨는 운영위원장을 맡아 전체를 아우른다. 매장이 단순히 물품을 구매하는 장소이기보다 지역 조합원에게 생활 중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올해 조합원 생산지 탐방을 계획했다. “생협 초창기에 하던 방식이지요. 500~600명 정도 규모에서 함께 생산지도 가고 학교도 만들고 먹을거리를 만들어 먹으며 재미있게 활동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 자주운영매장을 연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상상한 일이다.
조합원자주운영매장의 성과는 단순히 매출액이라는 숫자로 평가할 수 없다. 수익이냐, 손실이냐의 문제도 아니다. 협동의 힘으로 매장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이 쏠린다. 용기를 내 한번 해 볼 만한 일인지, 매장을 직접 운영하고 싶어 하면서도 갈등하는 후배에게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좋은 사람들을 찾아 일을 저지르고 일단 시작하세요."

 

 

↘ 우미숙 님은 한살림성남용인생협에서 활동했고 현재 성남사회적경제네트워크 대표로 지역공동체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만은 알고 먹자》, 《협동조합 도시, 볼로냐를 가다》(공저), 《공동체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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