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호 2016년 4월호 [특집] 특집-그래도 선거

[ 울산을 중심으로 살펴본 총선 속 탈핵 쟁점 ]

20대 총선, 탈핵정치의 시작

글 최수미

울산이 핵발전소에 둘러싸여 세계에서 핵으로부터 가장 위험한 도시가 된 이유는, 지금까지 울산의 주류 정치인 대부분이 찬핵 인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은 탈핵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탈핵정치의 기반을 마련하는 시작이다. 설사 이번에 신고리5·6호기 건설을 못 막고 월성1호기 폐쇄를 못 이루더라도, 내년 대선과 2018년 지자체 선거 등 연이은 정치 일정 속에서 탈핵을 꾸준히 제기할 것이다.

 

어떤 후보가 나오더라도 탈핵 문제 무시 못 해

지난 3월 19~20일 부산 기장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관한 찬반 주민투표(기장 주민투표)가 진행됐다. 총 유권자 수 5만 9천931명의 26.7%인 1만 6천14명이 투표해 89.3%인 1만 4천308명이 해수담수화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뚜렷이 밝혔다. 투표수가 <주민투표법>의 효력을 가진다는 33.3%를 못 넘었다 해도, 온갖 악조건 속에서 온전히 주민들의 힘으로 이룬 1만 6천14명이 지니는 의미는 참으로 깊다. 무엇보다 투표자 중 89.3%의 압도적 지지는 탈핵이 대다수 국민들의 요구이자 바람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삼척, 영덕에 이어 또 다시 증명했다.
이 지역이 어떤 곳인가? 세계 최대 핵발전소 단지이며, 방사능과 핵발전소에 대한 패배감이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뿌리 깊이 자리 잡은 곳이다. 기장에서 만난 한 택시운전사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 살면서 방사능 걱정하면 어찌 삽니까? 저녁에 퇴근해서 어떻게 알라한테, 마누라한테 뽀뽀할 수 있겠어요?” 기장 주민투표 결과는 바로 이런 곳에서, 이런 사람들 속에서 일군 것이다.
20대 총선을 바로 앞두고 치러진 기장 주민투표는 박근혜 정부에서 산업통상부장관으로 일하며 탈핵 희망을 짓밟아 온 새누리당 윤상직(부산 기장군) 후보를 심판하는 예비투표 격이자 전초전이었다. 기장 해수담수화에 반대한 1만 4천308명은 지난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 하태경 국회의원이 이 지역에서 얻은 투표수 1만 3천51명을 웃도는 숫자로, 이번 총선에 어떤 후보가 출마하더라도 탈핵 문제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그리고 기장 주민투표 결과는 인근의 부산, 울산 지역 총선에도 영향을 준다.

 

특이한 점은 새누리당의 정당 입장과 달리 탈핵에 찬성하는 여당 후보들이 있다는 점이다. 울산시민 70% 이상이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62% 이상이 핵발전소 대신 재생에너지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밝힌 사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핵발전소에 반대하는 여당 후보도 있어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에서 주최한 ‘제20대 총선-탈핵·에너지전환, 정당 초청 토론회’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경제성이 높고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는 이유로 여전히 핵발전소 성장정책을 유지한다. 또 신규 핵발전소 건설 추진 중단,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재검토, 재생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 실시 등 탈핵 쟁점에 완강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민의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모든 야당은 탈핵 쟁점들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특히 녹색당에서는 ‘탈핵에너지 전환과 기후 보호’를 제1공약으로 내세웠다.
총선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은 후보들에게 탈핵 공약과 입장을 요청하는 한편, 찬핵 후보 낙선운동을 시작했다. 환경운동연합에서 ‘4대강에 쉼표, 핵에 마침표, 초록에 투표’하자며 반환경 후보로 20대 총선 낙천인사 27명을 발표했다. 여기엔 찬핵 인사로 새누리당 김무성(부산 중구영도구), 원유철(경기 평택시갑), 조원진(대구 달서구병), 최경환(경북 경산시), 윤상직, 이채익(울산 남구갑) 후보 등이 포함되었다. 32개 부산 시민단체에서 낙선후보로 발표한 김무성, 하태경(해운대구갑), 윤상직, 조경태(사하구을) 후보 가운데 윤상직 후보는 찬핵 행적이 문제가 되었다. 반면, 경주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상덕 후보와 무소속 권영국 후보는 탈핵 입장을 발표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탈핵울산행동)에서는 울산지역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탈핵 관련 질의서를 보내 새누리당 이채익, 정갑윤(중구), 김두겸(울주군) 후보와 무소속 강길부(울주군) 후보를 제외한 모두에게 답변서를 받았다. 특이한 점은 새누리당의 정당 입장과 달리 새누리당 윤두환(북구)과 안효대(동구) 후보는 월성1호기의 조속한 폐쇄와 2050년까지 핵발전소 전면 폐쇄에 찬성하고, 신고리5·6호기 건설과 관련해서도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방향에 찬성했다는 점이다. 또 박맹우(남구을) 후보는 대체에너지 확보와 연동해서 탈핵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탈핵울산행동에서 지난 2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보듯이 울산시민 70% 이상이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62% 이상이 핵발전소 대신 재생에너지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밝힌 사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찬모(울주군), 심규명(남구갑), 임동욱(남구을) 후보와 무소속 윤종오(북구), 김종훈(동구), 송철호(남구을) 후보 그리고 노동당 이향희(중구) 후보는 탈핵의 기본 정책에 찬성하며 2030년까지 핵발전소를 완전 폐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가 우리를 핵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것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울산의 탈핵운동은 숨 가쁘게 달려왔고, 그 성과가 이번 총선에서 1차로 확인될 것이라 예상한다. 울산 탈핵운동의 특별한 점은 각 시민단체에서 탈핵을 중심활동으로 열심히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총선을 앞두고 각 단체들은 각자의 특성을 살려 100일 탈핵도보순례, 탈핵강좌, 탈핵영화제, 탈핵포럼, 탈핵문화제, 한국수력원자력 정보공개소송 등을 다양하게 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부산, 경주, 포항, 영덕, 삼척 등 핵발전소 지역의 탈핵 국회의원 후보들과 ‘탈핵벨트’를 만들 계획이다.
우리 삶에 깊이 박혀 있는 핵에너지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 이제 정치행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20대 총선은 탈핵정치의 시작이다.

 

↘ 최수미 님은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삶이 죽음에너지 위에 서 있음을 뒤늦게 깨닫고 세상을 달리 보며 다르게 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현재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며, 대안문화공간 품&페다고지 일꾼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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