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호 2016년 4월호 [특집] 특집-그래도 선거

[ 농촌과 농업을 위한 선택 길라잡이 ]

농어업 분야에 법과 예산이 필요하다

글 조영규

참 농사짓기 힘든 세상이다. 해마다 해 오는 일인데 할수록 빚만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정부에 하소연도 하지만, 정책은 돌고 돌아 제자리다. 몸도 마음도 지친 판에 20대 총선까지 있단다. 농어민들이 관심이나 둘까 싶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총선에 주목해야 한다. 어쩌면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을 수 있는 때다. 농민의 마음이 편해야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도 생산되는 법. 제20대 총선에서 각 당이 어떤 농업 공약을 내놨는지 알아보고,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 고민해 보자.

 

농어민을 대신해 목소리를 낼 사람

‘농어촌 국회의원’. 농어업을 이해하고, 농어민을 생각하는, 농어촌 지역구의 국회의원이다. 국회에서 회자되는 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그럼 왜 농어촌 국회의원이 필요할까?
국회는 법을 제·개정하고 예산을 심의한다. 그리고 농어업이 회생하기 위해선 관련 법과 예산이 필요하다. 그래서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결론인데, 농어촌 국회의원들이 농어민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달라는 것이다. “농어업 분야에 법과 예산이 필요하다”고.
그런데 농어촌 국회의원 수는 해마다 줄어들어 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윤덕(전북 전주시갑) 의원실에 따르면 14대 국회에서 농촌 지역구는 73석으로 전체 선거구 중 30.8%였지만, 15대 국회에서 49석(19.4%)으로 대폭 줄어든 이후 16대 국회는 38석(16.7%). 17대 국회는 26석(10.7%), 18대 국회는 25석(10.2%), 19대 국회는 23석(9.3%)으로 해마다 줄었다. 여기에 20대 국회에는 또다시 5석이 축소된다.

그래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를 제외한 다른 상임위원회(상임위)에는 농어촌 국회의원 수가 적다. 때문에 국회에서 농어업을 뒷받침하는 제반 요소를 마련하는 데 힘이 부친다. 농해수위가 “농어업을 살리자”고 해도 다른 상임위가 등을 돌리면 의미가 없다. 전 상임위에 골고루 농어촌 국회의원이 있어야 한다. 혼자만의 외침이 아닌 10명, 20명, 50명의 외침은 그 강도가 당연히 다르다.
한중 FTA 국회 통과와 같은 농어업 현안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농어촌 국회의원만 반대했을 뿐이다. 그나마 도시 국회의원들 틈에서 자신만의 주장을 펼친 농어촌 국회의원들이 있었다는 점은 다행이다. 19대 국회를 예로 들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록(전남 해남·완도·진도) 의원은 ‘쌀 관세화 153% 관철’을 주장했고,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완영(경북 고령·성주·칠곡) 의원은 농어촌 지역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용역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충남 천안시을) 의원은 ‘RPC(미곡종합처리장)의 농사용 전기 적용’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의 주장이 법이나 예산에 온전히 반영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농어업·농어촌의 현실을 알리고 농어민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농어촌 국회의원이 다시금 중요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농어촌 국회의원이 더 많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친농업 후보인지는 공약에서 충분히 가려낼 수 있다. 농어촌 출신이거나 농어촌 지역구에 나섰다고 모두가 친농업은 아니다. 그래서 공약집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농어촌을 첨단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하는지, ‘농어민의 소득을 높이겠다’고 말하는지를 가려야 한다. 농정공약이 있고, 그 농정공약이 실현 가능한가를 따져보는 일. 선거를 앞둔 유권자의 의무다.

 

농어촌 출신인지는 중요치 않다
실현 가능한 공약인지 따져 보자

후보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공약이다. 친농업 후보인지는 공약에서 충분히 가려낼 수 있다. 농어촌 출신이거나 농어촌 지역구에 나섰다고 모두가 친농업은 아니다. 그래서 공약집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농어촌을 첨단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하는지, “농어민의 소득을 높이겠다”고 말하는지를 가려야 한다. 농정공약이 있고, 그 농정공약이 실현 가능한가를 따져보는 일. 선거를 앞둔 유권자의 의무다.
다음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 여부다. 그 척도 중 하나, 현직 국회의원이라면 지난 4년간의 의정활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역구만 챙겼는지, 농업도 챙겼는지, 자리에 연연했는지 등등. 연초 또는 연말 각 지역구에 배포되는 의정보고서를 참고하자. 국회의원이 아닌 후보자라면 그가 몸담고 있는, 또는 몸담았던 곳에서의 활동을 평가하면 된다. 그게 힘들다면 ‘언행일치’만이라도.
알고 투표하는 것과 모르고 투표하는 것, “농정공약을 왜 안 지키죠?”라고 묻는 것과 “우리 지역 국회의원이 누구죠?”라고 묻는 것의 차이다. 모르고 한 투표는 투표에서 끝난다. 그러나 알고 한 투표는 20대 국회 내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게 감시고 견제다.
이처럼 공약을 중요시하는 데는 농어민들의 변화된 선거문화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농어민신문> 부설 한국농어민경제연구소와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농업경영인 144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에 실시한 ‘20대 총선 농정공약 개발을 위한 현장인식 설문조사’ 결과, 후보자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농림축산식품분야의 전문성과 농정공약에 공감이 가는 후보자’라고 답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정당을 선택할 때의 기준도 ‘정당의 농업정책과 농정공약’이 1순위였다. 이제는 농어민들도 후보자 개인이나 정당이 아닌, 공약을 보고 뽑겠다는 뜻이다.
작은 변화가 큰 물결을 만들 수 있다. 진정한 친농업계 인사의 선택, 농업을 바꾸기 위한 첫 번째 걸음이 될 수 있다. 농어업을 살릴 수 있는 진정성을 담은 공약을 내놓는 후보를 우리 손으로 선택하자. 그리고 그들에게 20대 국회, 4년을 맡겨보자.

 

↘ 조영규 님은 <한국농어민신문> 기자입니다. 농업부 유통팀을 거쳐 현재 농정팀에서 4년째 국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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