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호 2016년 4월호 [특집] 특집-그래도 선거

[ 국회가 민의를 대변하도록 ]

유권자가 심판할 시간

글 유창선

아무리 정치가 불신되는 시절이라고 해도, 국회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회는 삼권이 분립된 나라에서 민주정치를 실현하는 중심 기관이다. 정부 정책은 대부분 국회의 입법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정부가 잘못하거나 독선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더라도 국회가 제 역할을 한다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러나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면 정부를 견제하지 못하고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거대정당은 공천 파동, 소수정당은 생존 경쟁
이번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은 어느 때보다도 극심한 진통을 겪으며 혼돈의 모습을 보였다. 공천을 둘러싼 파동이 속출했고, 정치인들이 각 정당의 경계를 넘나드는 광경도 이어졌다. 이러니 지켜보는 유권자들도 혼란스럽다. 결국 유권자들이 다른 때보다도 더 세심하게 정당과 후보들을 들여다보아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초에는 압승이 예상되었다. 새누리당은 처음에는 전체 의석수의 5분의 3인 180석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심지어 야권이 분열된 이후에는 단독 개헌선인 200석도 넘어설 수 있다는 목표치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작 총선 정국에 들어서 새누리당은 심각한 공천 파동을 겪었다. 청와대의 뜻에 맞추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앞세운 친박계가 유승민계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 현역 의원들을 대거 탈락시키면서 이를 둘러싼 내분이 일어났다. 새누리당의 공천은 후보의 자질이나 경쟁력이 아니라 대통령과의 관계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공천(公薦)’이 아니라 ‘사천(私薦)’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하지만 권력 장악에 몰두한 친박계는 국민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를 밀어붙였다. 유승민 의원을 축출하는 과정에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고,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당초의 압승 기대를 접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다만 야당이 분열되어 있다는 점이 새누리당에게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은 각 정당의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선출된다. 정당투표에서 3% 이상 득표한 정당에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 47석을 배분한다. 각 정당에서 비례대표 공천자 명단을 발표했으니, 유권자들은 이 명단을 비교해 보면서 투표하는 게 바른 선택법일 것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때 국민의당으로의 탈당 사태를 겪으면서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김종인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전권을 손에 쥔 김종인 대표가 우향우 행보를 하는 과정에서 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논란이 대두되었고, 급기야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김종인 대표는 자신의 결정에 대한 비판을 모욕으로 간주하는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드러내 당내 갈등이 증폭되기도 했다.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라 사태가 황급히 봉합되기는 했지만, 전열이 제법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의석수인 107석을 승패의 기준으로 제시하며 목표치로 삼은 상태이다. 제1야당의 위상을 생각하면 상당히 낮은 목표라고 할 수 있지만, 야권이 분열되어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달성을 장담할 수 없다. 이 최소한의 목표가 달성되느냐 여부에 따라 총선 이후 김종인 대표의 역할, 문재인 전 대표의 거취 등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창당 이전에는 지지율이 호조를 보이며 3당 구도의 전개를 예고했지만, 막상 창당 단계로 접어들면서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안철수 대표에 대한 기대 심리만 갖고는 이질적인 인물들의 결합이라는 구조적 한계, 그에 따른 내부 불협화음과 자중지란을 덮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국민의당은 광주를 중심으로 한 호남에서는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보이지만, 수도권을 비롯한 그 이외의 지역에서는 크게 부상하지 못했다.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당은 이제 안철수 대표 주도의 색채를 분명히 하면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석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다. 원내교섭단체가 된다면 제3당으로 독자생존의 길을 가겠지만, 실패하면 당의 존폐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다.
현재 5개 의석을 갖고 있는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의 야권연대 여부에 따라 지역구에서 당선할 수 있을지가 좌우되는 게 현실이다. 현행 소선거구제 아래에서는 진보정당이 독자적으로 지역구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의당으로서는 우선 일부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연대하여 의석을 확보하고, 정당투표에서 진보성향 표를 모아 비례대표 당선자를 최대한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체제에 비판적인 진보성향 유권자들이 정당투표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정의당을 찍을 것을 크게 기대할 법하다.
이외 다른 정당들은 사실상 원내 진출 자체가 목표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총선에서 낮은 정당득표율로 선관위 등록이 취소되었다가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다시 당명을 되찾은 녹색당은 녹색의 가치를 지지하며 생태와 공존을 지향하는 정당이다. 세계적으로 녹색당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 정치에서는 거대정당들의 틈바구니에서 좀처럼 국회 진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거대정당들이 실천하지 못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총선에 나서는 원외 진보정당으로 민중연합당과 노동당이 있다. 민중연합당은 청년이 주축이 된 ‘흙수저당’과 농민이 중심이 된 ‘농민당’,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비정규직 철폐당’의 연합정당이다. 강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전직 의원 등이 합류하기도 했다. 한편 청년좌파, 알바노조 일부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노동당은 정의당에 비해 진보성이 강한 정책들을 표방하고 있다.

 

지난 4년간을 돌아보며 냉정하게 판단해야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1인 2표를 행사하게 된다. 한 번은 지역구 의원을 선출하는 후보투표, 또 한 번은 비례대표 의원을 선출하는 정당투표를 각각 하도록 되어 있다. 지역구 의원은 선거구 단위로 후보들이 경쟁해서 당선자를 결정하는데, 지역주민들과 밀착해서 활동해야 그들을 대변하는 대표로 선출될 수 있다. 정당정치에서 보다 큰 정치적 힘을 갖는 것은 이렇게 지역주민들이 직접 선출한 지역구 의원들이라 할 수 있다.
비례대표 의원은 각 정당의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선출된다.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하면, 정당투표에서 3% 이상 득표한 정당에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 47석을 배분한다. 비례대표 의원은 지역구 선거를 거치지 않고 국회로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로 정치권 외부에 있는 각계 전문가나 직능 대표들이 공천을 많이 받는 편이다. 각 정당에서 비례대표 공천자 명단을 발표했으니, 유권자들은 이 명단을 비교해 보면서 어느 당의 비례대표 후보들이 더 나은지를 판단하여 그 정당에 투표하는 게 바른 선택법일 것이다.

 

우리 정치가 아무리 실망스럽고 때로는 혐오스럽기까지 하더라도, 투표를 외면하면 정치는 더 나빠지게 되어 있다. 그래도 투표를 통해 심판할 곳에는 경고를, 힘을 실어 줄 곳에는 지지를 보내주는 것이 정치를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길이다. 결론은 결국 유권자가 내리는 것이다.


4월 13일 투표에 임하는 유권자들은 두 개의 표를 어떻게 행사할지를 놓고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아무래도 지역구 투표에서는 자신의 표가 ‘사표(死票)’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지지하는 정당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비해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정당투표에서는 정당의 정책노선에 대한 지지에 따라 거대정당이 아닌 다양한 소수정당에도 보다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투표를 어떻게 조화시키는 게 바람직할까를 놓고 고민해 보는 것도 의미 있다.
최근 여야 각 정당의 공천 과정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의 광경을 연출했다. 그러다 보니 정책공약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려 버리고, 유권자들의 정치혐오증은 극에 달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 유권자들의 몫이 커짐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 정치가 아무리 실망스럽고 때로는 혐오스럽기까지 하더라도, 투표를 외면하면 정치는 더 나빠지게 되어 있다. 그래도 투표를 통해 심판할 곳에는 경고를, 힘을 실어 줄 곳에는 지지를 보내는 것이 정치를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길이다. 정당들의 마구잡이식 비민주적 공천에 문제가 있었다면, 유권자가 투표를 통해 최종적으로 검증하고 심판할 수 있다. 결론은 결국 유권자가 내리는 것이다.
성장과 분배, 경제민주화, 복지, 노동, 농업, 핵, 남북관계 등 여러 분야에 대한 정책기조들을 비교하며 내 생각과 가까운 정당을 고르는 노력도 필요하다. 어느 정당과 후보가 우리 삶의 문제에 진정성을 갖고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왔는가를 잘 따져봐야 한다. 특히 평화, 생명, 공존, 상생, 삶의 질 같은 시대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구현하려고 노력하는 정당과 후보를 찾는 게 중요하다. 선거 때만 등장하는 감언이설에 현혹되는 일 없이, 지난 4년간 각 정당과 후보들이 보여 왔던 모습들을 냉정하게 돌아보며 이성적으로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투표기준이 될 것이다. 잘못 선택하면 또다시 4년을 후회하며 살게 된다.

 


↘ 유창선 님은 정치평론가로 활동해 왔고 이제 인문학 연구자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문학 책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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