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4호 2009년 봄 [특집] 살리는 사람, 농부

[ 빛그림 이야기 ]

그이는 맨발로 시를 쓴다

사진 강운구

 

 

 

 

 

 

 

 

강운구 님은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는 빛으로 우리 땅의 숨과 결을 기록하는 작가입니다. 여기 실린 사진은 2008년 9월에서 12월 사이 열렸던 네 번째 개인전 ‘저녁에’를 담은, 열화당의 사진집 <저녁에> 가운데 일부를 재수록 했습니다. <우연 또는 필연> <마을 삼부작> <강운구> <시간의 빛> 등의 책으로도 그의 빛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이는 맨발로 시를 쓴다

 

오늘도 내일도 다시 해가 떠오른다는 것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듯
그이는 하루도 빠짐없이 땅으로 간다.
고랑과 두둑으로 대지 위에 밑줄을 긋고
하늘의 기운 온 몸에 푸른 잉크처럼 빨아들여
붉은 흙 위에 시를 쓴다.
맨발로 꾸욱 꾸욱.
그이는 발뒤꿈치에도 입과 귀가 있어
하늘이 땅에, 땅이 하늘에 전하는 이야기
귀 기울이고 속삭일 줄도 안다.
그이의 시가 아름다운 것은
허공에 울려 사라지는 노래가 아니라
우리를 먹이고 살리는 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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