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호 2016년 1월호 살림,살림

[ 살림 생각-같이 살자 길고양이 ]

우리와 같은 생명에 대한 연민

글 김보경

집고양이보다 1/5로 짧은 길고양이의 삶
“아줌마는 왜 길고양이한테 밥 줘요?”
며칠 전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아줌마로 소문난 나를 골목에서 마주친 동네 꼬마들이 질문을 쏟아 냈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내가 아이들은 꽤 이상했던 모양이다.
10년. 내가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준 지 벌써 그렇게 됐다. 동물보호단체는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2~3살이라고 하는데 집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약 15살이니 타고난 수명에 비해서 턱없이 짧은 삶을 살다가 떠나는 셈이다. 그런데 내가 만난 길고양이들의 삶은 그보다 더 짧았다. 봄가을에 태어난 새끼들은대부분 길고 추운 겨울을 버티지 못했다. 찬란한 삶을 즐기며 햇살 아래 노는새끼들을 보면서 “태어나 준 게 고맙네”라고 잠시 생각하지만 채 1년도 못 살고 떠나는 새끼들을 볼 때면 “그래도 살아 봤으니 됐어”라는 말도 차마 전할 수 없었다.
물론 길고양이를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캣맘(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돌보는 사람)’에게 밥 주지 말라고 싫은 소리를 하거나 해코지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해한다.
나도 비슷한 시절이 있었다. 개와 살기 전에는 길에서 고양이를 본 적이 없었다.
관심이 없으니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개와 살게 되면서 길에 다니는 고양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집 안의 개와 길 위의 고양이가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밥과 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개와 산책을 나가는데 무언가를 물고 지나가는 한 고양이를 만났다. “얘, 너 뭐 물고 가니?”
내가 부르니 뒤돌아보는 고양이가 물고 있는 것은 빈 비닐 봉지였다. 비쩍 마르고 젖이 늘어진 모습이 새끼에게 먹일 것을 찾아 나선 어미고양이였다. 이때부터 길고양이의 삶, 임신과 출산, 발정기와 울음, 영역 싸움, 중성화수술과 개체수 조절 등에 대해서 깊게 공부하기 시작했다.

 

내가 배고프고 추우면 그들도 배고프고 추우니까
이후 이 어미 고양이를 비롯한 동네 길고양이들을 포획한 후 중성화수술을 시켜서 방사했다.
이를 TNR이라고 한다. 포획(Trap)-중성화(Neuter)-방사(Return). 세계적으로 길고양이와 공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으로 개체수를 조절하자 사람들이 싫어하는 고양이 싸움과 발정기 때의 울음이 줄었고, 밥을 챙기니 쓰레기봉투를 뜯는 일도 줄었다. 그러니 동네에서 캣맘을 만난다면 밥을 주지 말라고 윽박지르지 말고 중성화수술을 시키면서 밥을 주라고 조언해 주면 좋겠다. 서로 이 정도의 양보는 이웃끼리 동네에서 얼굴 붉히지 않고 함께 사는 지혜가 아닐까.
길고양이에게 왜 밥을 주냐는 동네 아이들에게 길고양이와 우리가 “다르지 않다”는 것으로 답했다. 길고양이도 “우리와 같아서” 밥을 못 먹으면 배가 고프고, “우리와 다르지 않아서” 물을 먹어야 살고, “너희처럼” 겨울이면 추우니까 집을 만들어 주면 좋다고 했다. 그랬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
인간은 유사 이래 인간과 동물이 얼마나 다른지 알아내려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것은 거의 없고 닮은 것이 많다는 사실만 알아내고 있다. 그러니 길고양이를 챙기는 것은 대단한 신념이 아니고 내가 춥고 배고프면 길고양이도 춥고 배고프겠다는 단순한 연민이다. 길 위에서 기댈 곳 없이 열심히 사는 길고양이들에게 눈총보다는 따뜻한 연민과 존중을 보여 주면 좋겠다.
그들의 모습이 냉랭한 회색 도시에서 고군분투하는 지금, 여기,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지 않았나.

 

 

↘ 김보경 님은 동물에 관한 글을 쓰고 번역하는 글쟁이면서 동물 전문 출판사 책공장더불어의 공장장입니다.
《사람을 돕는 개》, 《19살 찡이, 먼저 나이 들어버린 내 동생》, 《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를 썼고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 등을 번역했습니다.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1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