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호 2016년 1월호 [특집] 특집-우리들의 유기농

[ 부산 기장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반대하며 ]

핵발전소 옆 바닷물, 당신은 마실 수 있나요?

글 이진섭 _ 사진 기장해수담수반대대책협의회

최근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부산 기장 지역에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을 강행하려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고리핵발전소 인근인 이 지역에 해수담수화 공장이 지어진 이유는 무엇인지, 지역 주민들이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들어 보았다.

 

 

해수담수화 시설이 있는 부산 기장 앞바다 속 바위가 백화현상으로 하얗게 보인다. 백화현상은 해조류가 사라지고 흰색의 석회 조류가 달라붙어 암반 지역이 흰색으로 변하는 것을 뜻한다. 백화현상으로 해조류가 사라지면 식물성 플랑크톤, 동물성 플랑크톤과 물고기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파괴된다. 주민들은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나오는 고농도 바닷물이 백화현상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리핵발전소에서 불과 11㎞ 떨어진 기장 해수담수화 공장
2008년 정치권의 합의로 기장에 해수담수화 공장이 들어왔습니다. 당시에는 바닷물을 걸러 인근 산업단지의 공업용수로 쓴다고 하여 주민들도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공장 가동 시 작성된 계약서에도 ‘테스트베드(시험용)’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공장 완공을 앞두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많은 정치인들이 공장을 방문하면서 여러 가지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10월 17일 ‘균도 소송’의 결과가 나오면서 방사능 문제가 지역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균도 소송이란 고리핵발전소 주변에 살아 온 저와 제 가족이 암과 자폐성장애 등 병에 걸린 것은 핵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방사능이 원인이라는 내용으로 제기한 소송으로,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핵발전소가 뿜어내는 방사능이 바다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인식에서 주민들은 해수담수화 수돗물에 반발하게 되었습니다.
기장 해수담수화 공장은 고리핵발전소에서 불과 11㎞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동안에는 핵발전소 반경 8~10㎞가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었으나 앞으로는 반경 3~5㎞의 ‘예방적보호조치구역’과 반경 20~30㎞의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으로 나눠집니다. 즉, 기장 해수담수화 공장은 방사능 위험지역에 있는 셈입니다.
기장 해수담수화 공장에는 총 1천954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었는데, 그중 두산중공업의 민자사업비 706억 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업은 이익이 없으면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두산중공업은 데이터 축적을 위해 투자했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산중공업은 해수담수화 사업을 하는 시행주체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가장 큰 사업체이기도 합니다. 현재 기장 인근 신고리핵발전소 3, 4호기의 사업주체 역시 두산중공업입니다.
해수담수화를 하려면 전기가 많이 소모됩니다. 그래서 보통 발전설비와 함께 수출됩니다. 두산중공업은 기장에 세계에서 가장 큰 해수담수화 공장을 지은 실적으로 칠레 등 전 세계에 해수담수화 시설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해수담수화 공장을 건설한 것 역시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핵발전소 사업주체가 핵발전소 주변 지역에 해수담수화 공장을 짓는 데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해수담수화 공장을 기장에 건설하는 이유를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담수화하고 남은 바닷물이 주변 바다 망가뜨려
핵발전소가 주변 지역에 뿜어내는 방사능과 1초에 50t에 이르는 온배수(핵발전소에서 수증기를 냉각하는 데 사용한 후에 바다에 방출하는 따뜻한 물)가 기장 지역 바다를 황폐화한다는 것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많은 연구결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육지에서 330m 떨어진 곳에서 15m 내려간 해양에서 하루 10만 t의 바닷물을 퍼 올려 4만 5천 t은 담수화하고 나머지 5만 5천 t은 바다로 돌려보내는데, 온도와 염도가 높은 이 고농도 바닷물이 주변의 미역 양식장을 황폐화시킨다고 합니다. 얼마 전 지역 환경단체에서 해수담수화 공장 취수구 인근 바다의 해양사진을 찍었는데, 주변 바다는 벌써 어떠한 바다생물도 살지 못하는 죽은 바다로 변해 있었습니다.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부산상수도본부)는 해수담수화 물은 안전하고 해양심층수에 견줄 만큼 좋다고 선전합니다. 또 기존에 낙동강물이 오염된 것을 내세워 지역 주민들이 “더러워진 낙동강물을 먹지 않고 청정수를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만드는 역삼투압 방식은 미네랄까지 없애기 때문에 학자들은 ‘죽은 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미네랄이 사라진 물에 인공적으로 미네랄을 첨가하고 석회질(수산화나트륨)을 투입한 수돗물을 공급하려 하는 부산상수도본부를 우리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활동 모습. 주민들은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이야기한다.

 

 

마시는 물만은 지키고 싶다
부산상수도본부에서는 국가성장산업이라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공급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의혹을 제기하자 계획을 연기하였습니다. 그 후 지난 12월 7일 다시 수돗물 공급을 결정하였으나 역시 주민의 큰 저항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주민을 대상으로 단 한 차례도 사업설명회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의 계획 역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단 두 차례에 걸친 부산상수도본부의 일방적인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은 막아 냈습니다. 기장해수담수반대대책협의회에서는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연일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장군의회에서는 의원 8명 전원 명의로 주민투표 촉구안을 기장군수, 부산시장, 국토교통부에 보냈습니다. 주민들은 해수담수화 관련 인쇄물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해수담수화 시설 자체에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물 부족을 이유로 건설하는 해수담수화 시설을 굳이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에 세운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신약 개발에 투자되는 비용이 보통 몇 천억 원이라고 하는데, 그중 상당수가 임상시험에 투입된다고 합니다. 우리를 테스트베드로 사용하는 것은 바로 국가폭력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절대 공급 반대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언론에 따르면 부산시장은 앞으로 해수담수화 시설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기장에 해수담수화 수돗물이 공급된다면 다음 차례는 같은 관로를 쓰고 있는 해운대 지역이 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그래서 이것은 기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산 전체의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기장에서는 안전한 먹을거리보다 더 소중한 안전한 식수를 지키기 위해 젊은 엄마들이 아이의 손을 잡고 거리에 나와 있습니다. 기장의 주인은 주민입니다. 우리가 마실 물은 우리가 선택해야 합니다.

 

 

↘ 이진섭 님은 고리핵발전소 주변에 살면서 ‘균도 소송’을 제기하여 1심 일부 승소를 받아 낸 ‘균도아빠’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해수담수화 시설 주민투표를 위해 기장군청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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