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호 2016년 1월호 살림,살림

[ 살림의 순간-메주 엮기 ]

뜨개질하듯 한 올 한 올

글 _ 사진 김광화

 

 

해콩으로 메주를 쑨다. 우리 식구 양념이 될 메주.
볏짚으로 엮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볏짚 한 움큼을 두 모숨으로 나누어, 두 손바닥을 마주 잡는 모양새로 엮으면 간단하다. 해마다 이렇게 해 오다 이번에는 좀 더 공을 들이기로 했다. 영주가 친정인 어느 할머니한테 배운 방식대로 볏짚으로 한 올 한 올 뜨개질하듯이 엮는다. 느낌부터 다르다. 장인정신이라고 할까. 생활예술이라고 할까. 볏짚 한 올을 가지런히 놓은 다음 이리 돌리고 저리 감고 또 한 올은 반대로 엇갈리게 놓고 다시 돌리고 감으면서 엮는다.
쉽지 않다. 손놀림마다 그 순간에 집중하기보다 생각이 자꾸 앞서간다. ‘이걸 언제 다 하지? 이렇게 한다고 뭐 크게 달라지는 거라도 있나? 이제까지 별 문제없이 해 왔잖아.’ 예전 방식처럼 두리뭉실 후딱 해치우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머리로 배운 걸 몸으로 익히는 과정에서 오는 내 안의 다툼이다. 할머니처럼 삶으로 자연스레 녹아들자면 얼마나 더 세월이 흘러야 할까. 살림,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다.

 

 

 

↘ 김광화 님은 전북 무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아내와 다시 연애하는 맛으로 삽니다. 자칭 부부연애 전도사. 정농회 교육위원이며 지은 책으로는 《피어라, 남자》, 아내와 함께 쓴 《아이들은 자연이다》, 《숨쉬는 양념밥상》 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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