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호 2015년 10월호 살림,살림

[ 살림 생각-이주아동기본법과 ‘마음난민’ ]

우리 안에 난민 있다

글 주요섭

한국에서 시리아 난민 신청 713명, 난민 인정 3명

터키 해안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을 계기로 유럽의 난민 사태가 전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난민은 현실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5년 7월까지 국내에서 난민 등록을 신청한 사람은 1만 2천208명이다. 특히 최근 수 년 동안 시리아를 탈출해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은 713명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에만 502명이 입국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중 난민 인정을 받은 이는 3명에 불과하다.

우리 주변에도 난민이 수없이 많다.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제정추진네트워크에 따르면 한국에 체류 중인 19살 이하 외국인은 9만 727명인데, 이 가운데 무국적 상태의 청소년이 2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대부분 불법체류자나 난민신청자의 자녀인 이들은 부모의 국적도, 한국 국적도 갖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존재 자체가 불법인 셈이다. 이런 무국적 아이들은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나이가 들어도 학교에 갈 수가 없다. 물론 비싼 병원비를 내면 치료를 받을 수 있고, 학교장이 동의를 하면 입학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치료비와 외면 때문에 사실상 접근이 불가능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생명권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법률이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이다. 이 법을 발의한국회의원은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인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부모가 난민이거나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불법체류자·난민의 아이들을 출생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5년 이상 한국에서 거주한 경우 학교 교육과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물론 악의적으로 불법 체류하거나 범죄경력이 있는 불법체류자와 그 자녀는 이 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법안을 발의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동료 의원들에게 공동 발의를 요청했지만 호응이 거의 없었다. 이 의원이 발품을 팔며 법안 취지와 내용을 설명하고 동참을 호소한 끝에 22명을 겨우 끌어 모을 수 있었다. 법안이 발의된 뒤에도 일부 보수 시민단체가 일간지에 법안에 반대하는 전면광고를 싣기도 하고, 이자스민 의원과 다른 공동발의 국회의원실에 항의전화가 쇄도했다. 법안이 불법체류자를 양산할 수 있고, 세금 한 푼 안 내는 외국인을 위해 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안 될 일이라는 이유였다.

 

배려와 관용으로 우리 서로 마음난민을 구하자

‘일부’ 시민들에게 이런 다른 나라 어린이들은 납세와 국방의 의무는 없이 권리만 누리는 파렴치한 무임승차자라고 여겨진다. 이 법이 통과되면, 불법체류를 정당화하여 전 세계의 난민들이 몰려들어 사회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국가의 미래를 걱정한다. 또한 예산이 투입되면 다른 예산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감안하면 법안이 폐기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부 시민이 일부 시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사실 정확히 말하면, 이들은 반대자가 아니라 혐오자들이다. 상대를 존재 자체가 싫다, 사라져야 하는 존재들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혐오는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싫고 미워서 그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감정이다. 베트남, 캄보디아 등 이주민들도 혐오하고, 성소수자도 혐오의 대상이며, 여성들도 혐오의 대상이 된다. 또한 일부 청년들에겐 노인들도 혐오의 대상이 된다. 생존에 대한 불안이 눈을 가린 걸까? 자신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배려와 관용이 사라진 걸까?

“우리 안에 난민 있다.” 단지 국적과 소재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안에 수많은 난민이 있고, 아일린이 있다. 나 역시 이미 난민인지도 모른다. 조만간 난민이 될지도 모른다. 기후변화 시대의 환경난민, 제로성장시대의 경제난민, 각자도생 시대의 생존난민. 그리고 강퍅한 영혼의 시대, 마음난민.

 

 

↘ 주요섭 님은 한살림전북생협과 모심과살림연구소에서 생명사상(모심)과 협동운동(살림)에 대한 연구와 교류 활동을 펴 왔습니다. 현재는 한살림연수원에서 ‘한살림사람’을 기르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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