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호 2015년 10월호 [특집] 특집-버려지는 먹을거리 13억 톤

[ B급 과일 파는 온라인 구멍가게 ‘공씨아저씨네 ]

농산물도 ‘외모 지상주의’ 몸살

글 공석진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작은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이다. 농사의 농도 모르는 채 이 일을 시작한 지 3년이 되어 간다. 일을 시작해 보니 농산물 유통구조에는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투성이였다. 그래서 나는 못생긴 것들도 파는, 조금 다른 유통을 시작했다.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공씨아저씨네에서 처음에 판매한 과일은 제주도 감귤이다. 제주도 감귤은 크기(지름)와 무게에 따라서 0번과에서 10번과 까지 총 11개로 분류한다. 제주도는 ‘감귤유통명령제 도입’ 이듬해인 2004년에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와 ‘시행규칙’을 개정해서, 시장에서 유통하고 판매할 수 있는 ‘상품과’는 2번~8번과로 규정했다. 귤의 크기(지름)가 2번(52~54mm)에서 8번(67mm~70mm)까지일 때만 유통할 수 있고, 그 외에 0번(46mm 미만), 1번(46mm~51mm), 9번(71mm~77mm), 10번(78mm 초과)에 해당하는 감귤은 ‘명령시행 기간’이라고 하는 특정 기간엔 유통할 수 없다. 제주 감귤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시행되고 있는 조례라지만 사실 작은 감귤이 더 맛있다.그리고 그 작은 귤들은 사실 암암리에 육지에서 유통되고 있다.

 

 

감귤밭에서 보면 겉모양이 모두 깨끗하지는 않다. 거뭇거뭇 얼룩들을 볼 수 있는데 생산자들은 이를 ‘사비가 끼었다’고 표현한다. 제주도는 돌, 여자, 바람이 많다고 ‘삼다도’라고 불리는데 거기에서 알 수 있듯 바람이 무척 세게 분다. 그래서 제주도 감귤밭 주변에는 방풍림이 둘러싸고 있다. 특히 태풍이 심하게 오는 해에는 당연히 바람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감귤에 생기는 사비는 바람이 강하게 불 때 생긴 흉터가 감귤이 커 가면서 아문 자국이라고 보면 된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렇게 사비가 많이 끼어 있는 감귤이 생산된 해에는 가격이 크게 떨어진다. 못 생겼다는 이유 단지 그 때문에 말이다.

현재 농산물은 크기와 모양에 따라 ‘상품성’을 평가하고 그 기준으로 값을 매긴다. 맛이 좋아도 단지 작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B급으로 분류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방식은 농민들에게 너무나 불합리하다. 그래서 공씨아저씨네에서는 과일을 팔 때 크기를 기준으로 값을 달리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감귤 2~8번과를 가격차 없이 내놓고 ‘혼합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B급’으로 분류되는 농산물은 어떤 것인가? 크기가 작거나, 모양이 예쁘지 않거나, 겉 표면에 흠집이 있거나 하는 농산물이다. 오이가 일자로 곧게 뻗지 않고 살짝 휘어도 B급이고, 호박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이 농산물들을 다른 일반 농산물과 똑같이 팔면서 B급이라는 꼬리표를 걷어내 주고 싶었다.

공씨아저씨네의 경우 모든 농산물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지라 모든 상품을 택배로 배송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때로 날씨가 더울 때는 표면에 흠집이 있는 과일이 배송 과정 중에 부패가 생기거나 할까 봐 시도하지 못하다가 지난해에 처음으로 ‘B급 사과’를 판매해 보았다. 정상과의 80% 수준으로 값을 매겼다.

 

B급이라고 말하지 마!

‘외모지상주의’는 농산물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사과를 사서 껍질을 벗겨 먹곤 한다. 그렇다면 껍질에 조금 흠집이나 얼룩이 있는 것이 무슨 큰일인가? 겉모습만 보면 속까지 썩어 있을 거라 여길 수도 있지만 B급이라고 부르는 사과의 껍질을 깎아 보면 알맹이는 너무나 멀쩡하다. 자연에서 오는 것들은 어느 하나 똑같지 않다. 다 자기 나름대로의 생김새와 역할이 있고, 존재 이유가 있다. 외모가 조금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조금 작다는 이유로 그들을 무시할 수 있는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외모지상주의는 농산물에도 예외가 아니다. 크고 예쁘고 색깔 좋은 것만 최상품으로 알아주는 현재 공판장 유통 시스템에서 는 소비자들 역시 이러한 등급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어렸을 적 흥얼거리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우리는 사과는 빨갛다고, 빨개야 한다고 알고 있다. 빨갛지 않은 사과는 공판장에서 제대로 된 가격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사과농가에서는 빨간 색을 내려고 반사필름을 사용한다. 사과 수확철이 되면 햇볕을 직접적으로 받지 못하는 사과의 아랫부분을 빨갛게 만들기 위해 사과 바닥에 반사필름을 깔아 준다.

빨간 사과 가운에 초록색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 나뭇잎에 햇빛이 가려져 생긴 얼룩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사과는 공판장에 가면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왜냐하면 빨갛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농부들은 사과의 색이 들 때가 되면 나뭇잎을 하나씩 일일이 따 주는 불필요한 수고를 한다.

지난해 가을 ‘B급이라고 말하지 마’라는 이름으로 B급 사과를 팔면서 걱정이 많았다. 오랜 관행과 소비 습관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아서다. 열심히 알리면서도 실제로 소비자들이 그 취지를 이해하고 구매해 줄 지 의문과 걱정이 가득했다. 물론 핵심은 가격이다. 소비자들이 B급 사과를 사는 이유는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B급이라고 말하지 마’ 프로젝트에서는 B급 사과의 가격을 정상과의 80%로 팔았다. 80% 이하로 너무 값싸게 팔면 B급 농산물을 보는 소비자의 의식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서다. 처음에 소비자들은 조금 당황한 듯했다. 그래도 한번 먹어 보자며 용기를 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트에 진열된, 색깔과 크기와 모양이 일정한 과일에 익숙해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도, 막상 사과를 받아본 후에는 “아, 이런 것도 B급으로 분류되어 판매되고 있구나” 알게 되고 그동안 생각 없이 보기 좋은 것들만 사고, 이런 구조를 몰랐던 것에 대해 반성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단 먹어 보면 크기나 모양이 맛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 우리 가게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크기나 모양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맛 하나는 목숨 걸고 보장하고 있다. “이런 사과가 왜 B급으로 분류되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B급이라지만 맛은 A급”이라며 추어주기도 했다. 사과에 점 하나만 찍혀 있어도 B급으로 분류 되는 현재 유통구조를 인식하면서 공씨아저씨의 미력한 움직임에 조금씩 응원을 해주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A급보다 B급 사과 주문량이 늘어났다.지난해는 판매 한 달 만에 400kg 모두 판매 완료되었다. 어느 농가에서는 지난해 B급 사과 판매량이 전체 사과 판매량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2014 슬로푸드 국제대회’에서 크기가 너무 작아서 택배로조차 팔 수 없던 꼬마사과를 팔았는데 단 하루만에 전체 물량 300kg 정도가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나는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아울러 생산자들의 수고스러움에 대한 ‘가치’를 ‘같이’할 수 있도록 농부의 마음으로 농산물을 판매하려고 한다. ‘농사 안 짓는 농부’로 말이다.

 

 

↘ 공석진 님은 공씨아저씨라고 불립니다. 신문방송과 사진을 공부하고 사진 관련 일을 8년 정도 하다가 자유롭게 살고 싶어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작은 온라인 구멍가게 공씨아저씨네(www.uncleggong.com)를 꾸려 사랑하는 두 아들과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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