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호 2015년 10월호 [특집] 특집-버려지는 먹을거리 13억 톤

[ 채소 다듬고 농지 사정 설명하고… 한살림 매장활동가의 하루 ]

농부가 직접 팔면 선뜻

글 목진영

한살림 조합원들은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혹여 물품이 조금 못나도 책임 소비를 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눈에 보기에 좋은 것을 고르는 현상은 어쩔 수가 없다.

 

 

한살림서울생협 광나루매장

 

 

한살림은 매장에서 물품을 주문하면 그때 생산지에서 수확해 사흘 뒤에야 매장에 도착하기 때문에 신선도가 떨어져 보일 수 있다. 자연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 농사를 지으니 비가 올 때면 과일의 당도가 떨어지지만 인위적인 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때로 불평을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농사에 대해 설명하고, 또 눈에 보기 좋게 다듬거나 다시 배열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일과 채소 같은 경우 더 그렇다. 시들거나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가격을 인하하지만 그보다 손질해 놓은 것이 판매가 더 잘된다. 한번은 김치거리가 안 나가 바로 김치를 담을 수 있도록 손질했다. 조합원들은 미안하고 고맙다며 음료수를 사서 건네주기도 했다. 참 신기하다. 물품이 좋으면 그냥 잘 팔리지만,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생산지 사정도 이야기하고, 물품 손질 방법 등을 알려 주어야 한다.

 

풍년일 때도 흉작일 때도 고민

사실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한살림 채소들은 농약을 치지 않고, 또 재배한 뒤에 후 가공을 하지 않으니 쉬 시들기도 한다. 시중 파는 며칠이 지나도 생생하지만 한살림 매장에 있는 파는 축 쳐져 있기 십상이다. 조합원들에게 농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끝부분이 누렇게 뜬 쪽파 끝부분을 다듬고, 양배추의 흙 묻은 겉잎을 떼어 내고 랩으로 싸 놓으면 반응이 다르다. 또 콩나물·숙주·두부는 온도에 예민해 미리 냉장고 한쪽을 비워 공급자들이 공급할 때 바로 넣도록 한다.

딸기·복숭아·무화과는 무르기 쉬운데 조합들이 고르면서 무심코 눌러 볼 때가 있다. “누르지 말고 눈으로 봐 주세요. 과일이 아파해요.” 이런 문구까지 등장할 정도이다. 제일 난감할 때는 막 들어온 과일 맛을 물을 때다. 어떤 물품들은 판매 수량도 모자라, 매장활동가들이 구입을 양보할 때도 있다. 그러다보니 정확한 맛을 전달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가공품이 아닌 농산물은 맛이 자로 잰 듯 항상 일정한 게 아니어서 그날 당도가 어떤지 사실 알 수가 없다.

생산지에서는 좋은 것을 보내려고 이리저리 고르고 신경을 많이 쓰지만, 막상 매장에 입고될 땐 생산지에서 멀쩡했던 것들이 상태가 안 좋을 때도 있다. 이런 물품을 보냈냐고 항의도 하는데, 막상 생산지와 통화해 보면 상황이 다르다. 유통 과정에서 상한 경우다. 중간 전달자 입장에서 조합원에게도 생산자에게도 뭐라 할 수 없다.

한살림성남용인생협에서는 빵이야기, 김밥이야기 등 별도 사업체를 운영했다. 빵이야기는 남은 빵들을 인근 복지센터에 보냈고, 김밥이야기는 남은 물품으로 즉석반찬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유통기한까지 안 팔린 물품들은 매장활동가들이 사거나 일할 때 간식으로 먹는다. 가격 인하하는 물품을 사 가면 집에서 아이들이 “엄마. 오늘 판매가 잘 안됐나 봐요?” 하고 말한다.

풍년을 맞으면 생산지에서는 따 놓은 물품이 너무 농익어 출하하지 못해 애가 타고, 물류에서는 매장 판매가 그에 못 따르니 애가 탄다. 이럴 때 딸기·토마토 생산자가 아침 일찍 따서 매장으로 직접 가져오면 또 다르다. “오늘 아침 바로 따서 싱싱합니다” 하고 생산자가 이야기를 건네면 멀리에서 와 주어 고맙다며, 선뜻 물품을 구입하는 고마운 조합원들이 많다. 무거운 수박을 집까지 공급해 주겠다며, 실무자들이 하루 일정을 다 접고 수박 판매에 힘을 모으기도 한다. 중량 미달이거나, 약간 상처 났거나, 시들어 선택받지 못한 물품들 때문에 고민이 많다. 똑같이 햇빛 받고 손길 받으며 자란 귀한 물품들인 걸 기억하면 좋겠다.

 

 

↘ 목진영 님은 한살림성남용인생협 매장사업팀에서 일하면서, 농부들이 정성껏 농사지은 작물들이 어떻게 다 팔릴지, 어떻게 버려지는 것을 줄일지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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