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호 2015년 9월호 [특집] 특집-꿀떡을 꿀떡

[ 누워서 떡 먹기? 누워서 떡 하기! ]

제철 재료 듬뿍 넣어 건강 지켜요

글 \ 사진 이환나

서울에서 경기 광주까지 2시간 반 이상 걸려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떡집에서 콩가루인절미를 반 말이나 한 말씩 맞춰 놓고 먹었다. 남편은 이른 아침 밥맛은 없고 아침과 점심 사이의 시간이 길어서 배는 고플 때, 찹쌀로 만든 떡이 속을 채워 준다고 한다. 저녁에 냉동실에 얼려 두었던 인절미를 식탁에 내놓으면 아침에 먹기 좋게 말랑말랑해진다. 하지만 매일같이 인절미를 사러 다닐 수도 없고, 냉동실에 오래 두면 딱딱해지고 맛이 없어지며 잡내도 나는 단점이 있다.

그러던 중 친구가 떡을 배운다고 했다. 마침 나도 떡 만드는 법을 한번 배워 보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강좌를 찾아봤지만 그곳의 재료가 별로 맘에 들지 않아 고민하던 참이었다. 남편 생일에 두텁떡을 해서 생일상을 차려 주었다고 자랑하는 친구가 너무 부러워 친구가 알려 준 한살림요리 학교의 떡 강좌를 신청했다. 떡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상추를 이용해 상추설기를 만든다. 떡 사이에 상추가 들어 있으니 목이 메지 않고 맛도 상큼하다. 쌀가루 위에 상추를 뚝뚝 뜯어 올리기만 하면 끝.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떡을 배우기 시작했다. 백설기 만드는 법을 배운 후 백설기에 닭가슴살, 대추, 밤, 샐러리를 올려 떡샌드위치를 만들어 딸에게 주니 매일 만들어 달라고 노래를 부른다. 가끔 딸들이 배앓이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쑥설기를 만들어 준다. 특히 여자한테 쑥이 좋다는 말을 듣고 쑥 나올 때 많이 사서 삶아 냉동실에 넣어 두고 쓴다. 요즘 많이 나는 상추로도 떡을 만드는데, 아삭한 식감이 색다르고 좋다.

떡을 배우는 동안 작은딸 수능시험일이 끼어 있었는데, 작은딸에게 합격기원떡을 내가 손수 만들어 먹이고 싶었다. 수능 며칠 전 동네 친구 엄마들이 우리 집에 모여 떡에 넣을 팥을 2시간 이상 삶아서 체에 내려 준비하고 땅콩, 잣, 호두 등 수험생에게 좋은 견과류를 듬뿍 넣었다. 대나무 시루에 면포를 깔고 찹쌀가루를 한 주먹씩 올려 김이 제대로 오르는지 확인하면서 찌고, 다 익은 찰떡반죽을 뜨거울 때 치대면 손은 뜨겁고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된다. 이렇게 치댄 찰떡을 조금씩 떼내어 속을 파고, 준비해 놓은 팥소를 넣어 동그랗게 만든 후 포장해 리본까지 달아 손편지와 함께 딸에게 주었다. 요즘은 얼마 전에 태어난 조카의 아이에게 백일떡을 만들어 선물하려고 연구 중이다.

 

 

작은딸 수능시험일에 직접 만들어 준 참쌀떡. "힘들게 뭐하러 만들어요?"라던 딸이 친구도 주게 포장해 달라고 했다.

 

가을에는 대추나 자색호박고구마를, 겨울에는 밤이나 유자 등을 넣고 떡을 하면 집 안에 유자향과 대추향이 가득하다. 유자는 감기 예방에, 대추는 불면증에 효능이 있다고 하는데 유자는 곱게 다져서 떡에 넣고, 대추는 2~3시간 고아서 대추고를 만들어 물 대신 떡의 수분을 잡는 데 쓴다. 또 유자차나 대추차를 끓여 떡과 함께 먹은 이후로 거짓말처럼 불면증이 없어졌고 감기 한번 걸린 적이 없다. 제철 재료로 떡을 만들어 가지고 다니며 챙겨 먹은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곧 추석이다. 남들은 송편을 사려고 떡집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겠지만, 우리 집은 송편을 손수 만들려고 추석을 기다린다. 내가 만든 송편은 며칠 두어도 쉬지 않고 쫀득해 온 식구들이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서 맛있게 먹을 것이다.

 

 

↘ 이환나 님은 한살림요리학교에서 떡을 배웠고, 현재는 수업을 보조하며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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