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호 2015년 9월호 살림,살림

[ 우리를 먹여 살리는 꽃 ]

꽃은 위로 씨방자루는 아래로 방긋 웃는 노란 땅콩꽃

글 장영란 \ 사진 김광화

 

땅에서 자라는 땅콩을 처음 본 건 도시에 살 때였다. 동글동글한 푸른 잎이 다발처럼 소담하게 자라는 게 예쁜데다 해가 기울면 잎 두 장이 마주 오므리는 게 신기해 화분에라도 키워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화분도 제대로 못 키우던 시절이니 그냥 생각만.

그러다 귀농해 땅콩을 심어서 기르니 노란 꽃이 방긋방긋 웃으며 피는 게 아닌가! 올해도 어김없이 땅콩에서 방긋 웃는 노란 꽃이 피었다. 땅콩은 아침 해가 뜨면 꽃을 피워 아침 햇살 아래 수정을 한다. 그러니 꽃을 보려면 아침나절에 가야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잎겨드랑이 사이에서 가늘고 긴 꽃받침이 올라와 꽃을 피우더라. 콩과 꽃답게 꽃잎은 다섯 장. 꽃 맨 뒤에 펼쳐진 꽃잎(기판) 두 장. 살짝 오므리고 있는 꽃잎(익판) 두 장. 그리고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고 있는 꽃잎(용골판) 한 장은 꽃 한가운데 보일 듯 말 듯.

꽃만 보면 다른 콩과 비슷하지만, 땅콩은 무척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식물이다. 잎겨드랑이 사이에서 꽃은 위로 길게 올려서 피우고, 수정이 되면 잎겨드랑이 사이에서 씨방자루가 길게 자라 아래로 뻗어 내리기 시작한다. 이 씨방 자루가 일주일에 5cm나 자란다나! 그렇게 자라 땅속으로 들어가면 그 끝이 부풀어 올라 꼬투리를 맺어 ‘땅콩’인 거다.

왜 땅속으로 들어가 열매를 맺기 시작했을까? 보통 콩은 비려서 날로 못 먹어 콩이 여물 무렵 짐승 피해가 별로 없다. 하지만 땅콩은 날로 먹을 수 있어서는 아닐까? 하지만 가을에 접어들어 땅콩알이 여물기 시작하면 새들이 땅을 콕콕. 땅속에 든 땅콩을 귀신같이 빼먹는다. 꽃말은 그리움.

 

 

↘ 장영란 님은 무주에서 자급 농사를 하며 자연에 눈떠가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맛을 사람들과 나누고, 생각이 서로 통하는 이와 만나고 싶어 틈틈이 글을 씁니다. 《자연달력 제철밥상》, 《아이들은 자연이다》, 《자연 그대로 먹어라》, 《숨 쉬는 양념·밥상》 등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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