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호 2015년 6월호 [특집] 특집-돌봄

[ 일본산 고철 수입 금해야 ]

집안에서 방사능이 나온다면?

글 \ 사진 최병성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세계 여러 나라들이 방사능 오염을 우려하여 일본산 고철의 수입을 중단했다. 그러나 한국에는 방사능 오염의 우려가 있는 값싼 일본산 고철의 수입이 증가했다. 더 놀라운 것은 방사능 검사기가 설치돼 있지 않은 전북 군산항 등을 통해 일본산 고철을 수입했다는 사실이다. 이 고철들은 어디로 갈까?

 

 

 

길 가다 보면 아스팔트에 빨갛게 녹슨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아스팔트가 녹이 슬다니? 아스팔트란 원유에서 석유를 만들고 난 후 남은 흑갈색의 탄화수소화합물 찌꺼기다. 따라서 아스팔트 자체로는 녹슬지 않는다. 아스팔트에 빨간 녹 자국이 생긴 이유가 있다. 제철소에서 고철을 녹여 철을 만들고 발생한 찌꺼기를 아스팔트에 섞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걷고 차를 운전해 다니는 아스팔트의 방사능 원인이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철근과 자동차, 주방용품까지 고철로 만드는데

제철소에서 고철을 녹여 철을 만들면 바닥에 남는 ‘슬래그’와 분진을 집진한 ‘더스트’라는 두 종류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문제는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이 있을 경우, 슬래그와 더스트에 고농도의 방사능이 잔류한다는 점이다. 방사능은 고온에서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2011년 서울 노원구 월계동 골목길 아스팔트에서 방사능이 검출돼 큰 논란이 일었다. 문제는 방사능 아스팔트가 월계동 골목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안전하다는 0.3μ㏜/h 기준을 넘는 방사능 아스팔트가 전국 곳곳에 널려 있다.

제철소에서는 고철을 녹여 자동차, 조선, 기계 산업 등에 필요한 철을 생산한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철광석 99%, 고철 23% 이상을 수입한다. 문제는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이다.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제철소에서 사용하는 고철에서 지난 10년간(2009년 기준) 총 121건의 방사능이 검출되었다.

더구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에도 한국은 방사능 오염의 위험이 있는 일본 고철을 수입하고 있다. 방사능 고철의 무분별한 수입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방사능 고철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 고철 쓰레기가 섞인 방사능 아스팔트뿐만 아니라, 방사능 고철로 만든 제품들은 철근과 자동차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주방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기 때문이다. 정부의무관심과 돈벌이만 생각하는 업자들 탓에 우리의 일상이 방사능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온갖 쓰레기로 시멘트 만든다

거주 공간인 아파트는 방사능에서 안전할까?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 높은 방사능이 나온다는 제보를 받고 달려갔다. 안방에서 방사능 측정기 값이 1.138μ㏜/h를 나타냈다. 보통 아파트 실내의 방사능은 0.25μ㏜/h 이내였는데, 이 아파트에서는 정상 값의 4배가 넘는 방사능 수치가 측정되었다. 과연 주민들의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을까?

아파트 실내에서 방사능이 높게 나온 이유를 찾아보았다. 방사능 원인이 벽지는 아니었다. 같은 벽지여도 석고보드벽은 괜찮고, 시멘트벽에서만 방사능이 측정되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실내에서 방사능이 나온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로 만든 철근이거나, 또 다른 원인은 시멘트의 방사능 가능성이다.

왜 시멘트에서 방사능이 나올 가능성이 있을까? 고철을 용광로에 녹인 후 발생한 슬래그를 섞은 아스팔트에서 방사능이 검출되는 것처럼, 시멘트 제조에도 고철 슬래그를 비롯해 온갖 쓰레기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어느 시멘트 공장 모습이다. 어떤 기준도 없이 온갖 쓰레기가 다 섞여 시멘트 제조에 사용되고 있다.

 

 

가장 안전해야 마땅할 집마저 위험하다

사람들은 흔히 시멘트를 석회석 돌가루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오늘 한국에서 집 짓는 데 사용되는 모든 시멘트는 석회석과 함께 전기·전자·자동차·반도체·석유화학 등 전국의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섞어 만든다.

원래 시멘트란 석회석에 점토, 철광석, 규석을 섞어 유연탄으로 1천400℃ 고온에 태워 만든다. 그러나 지금은 ‘쓰레기 재활용’이라는 미명하에 점토 대신 석탄재와 하수 슬러지, 소각재, 각종 공장의 오니가 사용되고, 철광석과 규석 대신 제철소 고철에서 발생한 쓰레기인 슬래그와 폐주물사 등이 사용된다. 그리고 유연탄 대신 폐타이어, 폐고무, 폐비닐, 폐유 등을 사용한다.

석회석과 소각재, 하수 슬러지, 공장 슬러지, 슬래그 등의 각종 비가연성 쓰레기와 폐타이어 폐고무 등의 가연성 폐기물을 혼합하여 태우고 난 재가 오늘 우리 집을 짓는 시멘트가 된다. 그 결과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에는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이 가득하다. 바로 이 때문에 시멘트에 방사능도 잔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스팔트에 녹이 슬었다고 모든 아스팔트에서 방사능이 높게 검출되는 것은 아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 슬래그가 아스팔트에 혼합되었을 때 방사능이 높게 검출된다. 마찬가지로 시멘트가 쓰레기로 만들어졌다고 모든 시멘트에 방사능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만약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 슬래그가 시멘트 제조에 사용되었을 때, 우리 가족이 잠을 자는 아파트에서 방사능이 검출되는 것이다.

아파트 실내의 방사능 원인이 시멘트인지, 콘크리트 내부의 철근 때문인지는 좀 더 조사를 해 봐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쓰레기 시멘트를 사용한 아파트 실내에서 방사능이 높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도 방사능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시멘트 공장 마당에 폐타이어가 가득 쌓였다.

 

 

기준치 이하 방사능이라 안전하다고?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상 속의 방사능은 우리 주변에 다양하게 존재한다.그러나 정부는 늘 기준치 이하라 건강에 아무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분명히 잘못이다.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이라도 안전하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방사능 안전 기준치는 결코 없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평생 담배를 피워도 폐암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도 폐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있다. 신체 조건이 모두 다르기에 사람마다 유해 환경 요소가 미치는 영향 또한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또 한 사람의 신체라도 조직과 장기의 특성이 다르다. 그런 까닭에 ‘기준치 이내라 안전하다’는 주장은 국민을 속이는 잘못이다.

집 안에 오래 머물수록 쉼과 회복이 되기보다 몸이 병들어 간다.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로 만든 철근, 온갖 산업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 비료를 빼내고 남은 찌꺼기로 만들어 라돈가스가 나오는 석고보드. 액상 폐기물을 재활용하여 만든 콘크리트 혼화제. 이게 바로 오늘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비싼 집의 현실이다. 이 모든 게 재활용이라는 미명 아래 국민의 건강보다 기업의 쓰레기 처리 비용 절감과 이익을 먼저 고려한 환경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이제라도 기업의 이익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올바른 환경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 최병성 님은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강은 살아있다》, 《들꽃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 등의 저자로, 환경재단이 선정한 2007년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 2011년 언론인권 특별공로상 등을 받았습니다. 사대강의 진실과 쓰레기 시멘트의 진실 등을 고발하고 파헤치는 생태운동가이자 목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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