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호 2015년 6월호 [특집] 특집-돌봄

[ 일본 그린코프, 복지클럽생협 사례 ]

살아온 지역 속에서 서로 도우며, 자기답게 살자

글 이승언

일본 생협의 복지사업은 2000년에 제정된 일본 개호보험(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보다 10년이나 앞선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가장 시급한 문제인 고령화에 대응하여 노인돌봄부터 시작하였고, 이후 젊은 엄마들의 육아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지원하기 위해 아이돌봄을 시작했다. 여기서는 그린코프(후쿠오카)와 복지클럽생협(클럽 후쿠시)을 소개한다.

 

 

 

그린코프: 노인·아이 돌봄은 물론 채무 문제까지 함께 해결

그린코프는 ‘연대, 협동, 공생’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 가능한 사회, 서로 도우며 생활하는 것이 당연한 지역사회를 만들어 내기를 바라며 참가형 지역복지를 시작했다. 약 2년에 걸쳐 조합원의 생활과 사회적 현실을 분석하고 장래 사회 상황을 그려 보며 1992년 마스터플랜 ‘꿈을 현실로’를 정리했다. 이후 교육·문화, 복지, 환경·농업 문제에 대응하는 것을 하나씩 현실화하고 있다.

2003년부터는 생협과 분리된 사회복지법인 그린코프를 설립하여 복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은 방문돌봄, 주택지원(케어프랜센터), 데이서비스, 소규모다기능사업소, 그룹홈(치매노인 대상), 유료노인홈(건강노인 대상), 육아지원시설, 인가보육원, 비인가보육원, 복지정보전화, 복지용품점포 등으로 총 110개 사업소가 있다.

2009년 초 문을 연 그린코프의 이즈카노인복지관은 홈헬퍼(방문 간호복지사), 데이서비스,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다. 그룹홈은 치매 인정을 받은 노인을 대상으로 1인 1실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욕실과 탈의실 바닥에 온돌을 깔아 노인들이 따뜻하게 생활하도록 하였고,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방도 규정보다 훨씬 넓게 만들었다. 2층에서는 데이케어센터를 운영하는데 10여 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2012년에는 보육원 ‘마쓰시마-다람쥐들의 숲’과 유치원 ‘카이시테리하(빛이 비추는 잎)’를 개설하였다. 그린코프의 100엔 기금으로 만들어진 다람쥐들의 숲은 급식에 그린코프 물품을 이용하고 있다. 급식을 통해 먹는 것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배우고, 자기가 먹을 양은 스스로 정하며, 채소 써는 소리와 생선 굽는 냄새 등 오감을 동원해 급식을 기다리게 한다. 그날의 식재료를 실물로 전시해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식할 때 선생님과 아이들의 눈높이가 맞도록 선생님이 서는 곳을 더 낮게 만든 모습이었다. 아이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그린코프는 지금이 협동의 힘으로 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재생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하여 다중채무(5건 이상의 채무가 있는 경우) 문제를 모두의 과제로 생각하는 생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중채무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회문제로 인식하여 2006년부터 금전교육, 소비생활지원, 생활재생상담, 생활재생대출의 4개 사업을 시작하였다. 생활재생사업은 후쿠오카 현과 협력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국가 모델사업으로서 전국의 생협, 노동금고, 신용조합, 신용금고 등에서 추진을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2010년 홈리스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호보쿠칸 후쿠오카를 건설하는 등 노인·아동을 넘어 전 세대로 돌봄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은둔형 외톨이 아이들의 사회 복귀를 위한 취업지원센터 건설을 목표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그린코프에서 만든 보육원 '다람쥐들의 숲'의 모습.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가구들에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복지클럽생협: 고령 조합원들이 생활 속에서 서로 돕는다

복지클럽생협은 생활클럽 가나가와에서 조합원이 고령화됨에 따라 고령자를 위한 생협을 만들어 보자고 한 데에서 출발하여 1989년 조합원 1천20세대로 창립됐다. 공적 복지인 국가 차원의 복지와 자치단체 차원의 복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필요한 서비스를 지역에서 만들어 내자는 개념이다. 이를 지역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한 최적의 복지라는 뜻의 ‘커뮤니티 옵티멈 복지’라 하며,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활동으로 만들어 왔다.

복지클럽생협의 재택복지지원시스템은 첫째, 건강하게 나이를 먹기 위한 안전한 먹을거리 공동구입시스템 둘째, 집에서 건강하게 가사·간병·의료 서비스를 지원 받는 건강의료시스템 셋째, 집에서 가족이 돌보지 못하는 경우에 따른 데이서비스나 노인홈 같은 시설네트워크시스템이다. 소비재택배, 안심방문, 가사개호, 식사서비스, 이동서비스, 육아서비스, 생활지원, 거택개호지원, 데이서비스, 고령자회원살롱 등 다양한 돌봄서비스에 2013년 3월 현재 워커즈(협동사업체) 99개, 3천376명이 참여하고 있다.

복지클럽생협은 소비재택배를 할 때도 ‘생활 속에서 서로 돕는다’는 개념을 가질 수 있도록 포인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배송 워커즈 이름은 ‘세와야키 워커즈’ 인데, 세와야키란 ‘챙겨 주다, 돌보다’는 뜻이다. 워커 한 명의 집이 포인트가 되어 조합원들이 공동구입한 물품이 포인트로 배송되면 물품을 받은 워커가 조합원 집에 물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포인트는 총 560개로, 포인트를 맡은 사람은 공급을 하며 조합원에게 안부를 묻고 다리가 불편한 조합원의 경우 냉장고에 물품을 넣어 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의 이야기를 듣고 지역에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며 돌봄을 활성화하고 있다(생협 이사들도 포인트 역할을 한다).

복지클럽생협의 주택형 노인시설인 ‘키라이 코호쿠’는 부지 선정에만 4년이 걸렸다. 조합원들이 가족들이 찾아오기 편한지하철 역도 확인하고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도 이야기했으며, 인테리어까지 조합원의 손을 거쳤다. “서비스 제공자이자 언젠가 이용자가 될 자신들도 포함하여 조합원들이 살아갈 집을 만들었다”는 말에 자랑과 자부심이 담겨 있다.

 

 

 

 

 

 

 

 

 

 

 

복지클럽생협 특별요양노인홈의 모습. 개인실에 평소 쓰던 용품 등 이전 생활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오히려 정부 정책에 영향을 주는 일본 생협의 돌봄사업

일본 생협 돌봄사업의 공통적인 방향은 “스스로 필요한 서비스를 지역에서 만들어 내자”, “살아온 지역 속에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도우며, 자기답게 살자”는 것이다. 일본 생협도 새로운 사업을 할 때 조합원의 반대가 있었다. 그린코프에서 호보쿠칸을 건설할 때 국가에서 해야 하는 서비스를 왜 생협에서 해야 하냐는 조합원의 질문에, “꼭 필요한 일이므로 먼저 하다 보면 정부가 따라올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실제로 그린코프의 생활재생사업은 국가 사업이 되어 검토되고 있다. 생활클럽 치바에서도 소수만 혜택을 받는 시설을 위해 왜 생협의 기금을 써야 하느냐는 조합원의 의견에, 전국적인 모델이 될 시설을 만들어 정부 정책에 영향을 주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생활클럽 치바의 고령자 시설 ‘카제노무라(바람의 마을)’는 국가에서 소규모 생활단위형 특별사양으로 제도화하여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생협의 새로운 도전들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가며 협동의 지역사회를 만드는 구체적인 실천임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울림두레생협과 고양파주두레생협이 2009년부터 돌봄활동을 먼저시작하였고, 한살림서울생협에서 2013년 부터 돌봄 논의를 시작하였다. 한국 생협의 돌봄은 이제 시작단계이지만, 조합원의 협동의 힘으로 우리가 꿈꾸는 삶과 지역의 모습을 만들어 갈 것이다.

복지클럽생협의 초대 이사장으로 돌봄사업을 시작한 사람이 지금은 복지클럽생협의 고령자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외친 말이 10년, 20년 후 우리에게서도 나오기를 기대한다. “봐! 우리의 꿈이 이루어졌어!”

 

참고자료
<한살림서울 해외기초연수 그린코프 보고서>, 한살림서울생협, 2012
<생활클럽 복지조사 연수 보고서>, 한살림서울생협, 2013
<누구라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그린코프의 지역만들기>, 유키오카 미치코, 2012
<일본 생협을 통해서 본 생협복지>, 두레생협, 2012

 

 

↘ 이승언 님은 한살림서울생협 기획부서장이자 돌봄기획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일본 그린코프, 2013년 일본 생활클럽을 다녀온 경험을 살려 지역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서로 돌봄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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